남선우 변호사
라스베가스의 대 살육 피해자 58명의 묘지 흙이 마르기도 전에 또 참극이 벌어졌다. 텍사스의 침례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어른과 어린 아이들 26명이 지난 5일 잔인하게 학살당한 것이다.
범인은 자신의 첫 부인만이 아니라 전부 소생 아기를 두개골이 깨질 정도로 폭행해 공군군법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1년 형을 살고는 강제 제대된 26세 젊은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울부짖자 그 흉악범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쏘아댔다고 한다.
그 자가 자살을 했기에 범행동기는 영구미제이겠지만 그의 정신 병력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상관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고, 동물학대 등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빈번했단다.
초등학교, 나이트클럽, 극장, 라스베가스의 음악공연장 등에서 일어나는 대량학살들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볼 수 없는 극히 미국적 현상이다. 그리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얼마 있으면 흡사한 일들이 또 벌어질 것이 분명한 미국 특유의 비극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이런 참사가 있을 때마다 “위로의 뜻과 기도를 유가족들에게 전한다”라는 상투적 반응 외에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거기에는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 때 민병대의 역할, 인디안 정복과 서부 개척시대의 총잡이들의 기여 그리고 광활한 땅 오지에 드문드문 정착한 개척자들의 사냥 겸 보호의 수단이었던 총의 역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수정헌법 제 2조에서 무기를 소유할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돼있다.
하지만 미국 시민들 80.7%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연방통계국의 최근 수치는 연방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미국을 선진국 대열에 세워야할 중요성을 절감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제안을 하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는 게 미국 총 문화의 현실이다.
사건 당시 일본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만하더라도 그렇다. “총 문제가 아니라 정신병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정신병자들이 다 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버지니아텍의 한인학생 범인, 그리고 여러 대형 살인사건들의 범인들이 편집광이나 자기도취증에 걸렸던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런 정신병자들이 시스템의 착오로 혹은 딴 사람을 시켜 무기를 그것도 전투용 무기의 민간버전들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이다. 연방의원들이나 주의원들이 대량살상용 반자동소총의 민간인 구입을 불허하는 입법을 하고자 하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인 전국총기협회(NRA)의 낙선운동에 부딪히게 된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교회 난사범이 시민의 응사로 죽었기에 망정이지 그 시민에게 총이 없었다면 수십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죽었을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은 NRA의 앵무새 노릇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러 주에서 일반 시민들이 학교, 교회, 백화점 등 어느 곳에서나 버젓이 권총을 차든지 옷 속에 감추고 다니는 허가증을 발부하고 있는 것도 NRA 로비 덕택이다.
미국에서는 총 사기가 운전면허증 따기보다 쉽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총기(우상) 숭배의 현주소다. 그에 더해 병원침대 넷 중 하나는 정신병자가 차지했던 것이 1960년대 이후에 변해서 정신병자들의 재가치료가 보편화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정신병원수가 급감했고 의사와 간호사수도 부족하다.
중증 정신병자들은 정상적 사람들과 전혀 달라서 헛것이 보일 수도 있고, 자기가 살해하는 사람들을 동물이나 벌레처럼 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다른 나라라고 중증 정신병자들이 없는 게 아니다. 또 태어날 때부터 잔인해서 사람을 죽임으로 쾌감을 느끼는 악인들도 다른 나라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나라들에서는 일반인들이 군대용 살상무기들은 구입할 수 없기에 미국과 같은 현상이 없다.
미국에서 군대용 살상무기와 탄창의 민간소유를 금하는 획기적인 총기규제가 이뤄지기 전에는 대량살상 피해 유가족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연목구어’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극이자 수치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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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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