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역사라고 하던가. 그 장구한 중국의 역사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일찍이 이렇게 간단히 정리했다. “쇠퇴와 분열, 그 뒤로 새 왕조출범, 재통일 그리고 팽창, 그 순환의 연속이 중국역사다.”
마지막 쇠퇴기의 출발점은 1839년의 아편전쟁이다. 이후 청일전쟁(1894년)패배와 함께 중국은 분열의 시기를 맞는다. 그리고 반세기 후 새 왕조가 들어서면서(1949년) 재통일이 이루어진다. 공산왕조다.
그리고 또 한 차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지난 후, 그러니까 러시아 공산혁명 100주년이라는 시점과 교묘히 맞물린 2017년 10월. 시진핑은 중국적 특색 사회주의 노선 천명과 함께 중화민족 부흥을 선언하고 나섰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라는 덩샤오핑 이후 외교의 기본노선을 내팽개쳤다. 그리고 만천하에 내 건 것이 중국식 모델이다. 레닌의 후계자임을 스스로 알렸다. 동시에 공산왕조 중국은 이제 팽창기를 맞았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가 그 로드맵이다. 육로는 물론 해로를 통한 현대판 실크로드의 건설과 함께 과거 한(漢)과 당(唐)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거다. 시진핑 2기의 중국은 노골적인 패권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을 공산왕조 황제로 등극시킨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린 지난달 1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미국의 해외전략과 관련, 주요 연설을 했다.
미국과 인도 두 나라가 태평양-인도양에서의 안보와 자유항해, 자유무역 등의 목표를 공유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호주, 인도의 역할을 강조하고 국제 규범과 질서를 훼손하는 중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내비쳤다.
그 발언이 그렇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2012년 발표한 ‘안보 다이아몬드 전략’과 흡사하다. 남중국해가 자칫 중국의 호수로 변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도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해역을 이 지역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합해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구상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 주요 민주주의 체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다.
‘안보 다이아몬드 전략’의 원 저작권자는 아베가 아니다. 19세기의 미국의 지정학 대가인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석권하는 패권적인 대륙세력에 대항해 해양세력인 영국, 미국, 일본 그리고 독일을 잇는 연합전선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
그것을 변형시켜 영국 대신 호주를, 독일 대신 인도로 대치하는 4자 안보대화 구도가 제시된 것이다.
이는 사실에 있어 전통적인 미국의 전략개념이다. 2차 대전 후 조지 케넌이 이 전략개념을 도입했고 레이건도, W 부시도 그 전략을 따랐다. 트루먼 행정부 시절 애치슨라인 선언도 바로 이 전략의 산물이다.
케넌이 입안하고 당시 국무장관 애치슨이 구체화한 애치슨라인은 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의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설정, 한국과 인도차이나반도는 미국의 방위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한반도와 월남은 공산군 침략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장 기간 동안 아시아국 순방에 나섰다.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일본 순으로. 이 아시아국 순방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우선의 관심사는 북핵 위기다. 상황이 급박하다. 그리고 그 어느 대통령보다 북한 핵 위기 해결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중국 세 나라 정상과의 연쇄회담을 통해 어떤 해법을 끌어낼지가 우선의 관심사다.
그러나 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더 중요한 문제는 서태평양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강한 패권의지를 드러낸 중국의 팽창 세를 미국은 어떻게 저지 하느냐 하는 것이다. 관련해 새삼 조명되고 있는 것이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잇는 태평양-인도양지역의 민주국가 연합 다시 말해 4자 안보연합 론이다.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된 전략개념이다.
이 4자 안보구도가 트럼프의 아시아국 순방을 맞아 미국의 대 중국 전략의 주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 여러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그러면 왜 지금이란 시점에서인가.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싱크 탱크 지오폴리티컬 퓨처스는 주원인으로 지적한다.
중국은 ‘압력밥솥 증후군’(pressure cooker syndrome)증세를 보이고 있다. 내부의 어려운 정치문제가 밖으로 분출될 수 있다. 때문에 말라카해협에서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로의 보호가 더 시급해져가고 있다는 것.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대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행보다.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중화민족주의의 선명한 깃발을 내건 중국의 패권 추구는 장차 북한 핵보다 더 심각하게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그 중국에게 주권을 가져다 받치는 듯 한 외교행각에 나서서 하는 말이다.
사드문제를 봉합한답시고 외교부장관이 나서서 사드추가배치 불(不)검토, 미사일방어(MD) 불참, 한미일 동맹 불추진 등 이른바 ‘3불’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스스로 안보에 족쇄를 채운 것이다. 오죽했으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그 행위를 주권포기에 다름 아닌 행위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했을까.
하루하루가 다른 것이 국제정치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60여 년 전 한국이 배제된 애치슨라인 발표로 6.25의 참화를 겪었다. ‘3불’ 천명과 함께 동맹도 져버리고 스스로 중국의 자장(磁場)으로 뛰어든 한국정부, 이는 ‘제 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질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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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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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소리 작작 하시어요. 조선시대 희귀 어쩌고 저쩌고, 50년후에 따라마셔? 무슨소리가 하고 싶은거지?. 오늘의 국제경쟁 사회에서 특히 IT는 한달 한달을 따지며 경쟁을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판에, 50년후 이야기라.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 클린턴 전대통령에게 물어보라고.
눈물의 애치슨라인, 그 한마디에 6.25 의 민족상쟁이 터졌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나?. 그런데도 제2의 라인이 입에 오른다. 민족의 파멸이다.
한국은 다시 조선 시대로 리셋하는 것이 필요하다 ~~ 또 열심히 하면 50년 뒤에 다시 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