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차라리 다행스러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학대와 혹사, 강간, 고문, 공개처형 등이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단지 성가시게 굴었다는 이유로 여성 수감자를 한 간수가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것도 보았다.”
“한 번은 두 형제가 감옥을 부수고 달아났다. 간수들은 그들의 가족 일곱 명을 현장에서 처형했다. 그로도 모자랐는지 수많은 동료 수감자들에게 심한 구타를 퍼부었다. 탈옥했던 그 두 형제는 얼마 후 붙잡혔고 바로 목이 잘렸다.”
국제사면위는 그 수치를 20여 만으로 헤아린다. 북한의 수용소에 감금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반 인륜 범죄, 그 참상에 대한 탈북자들의 고발이다.
상황은 점차 급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90을 훨씬 넘긴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북한에 파견하자는 안이 그렇다. 왜 이 타이밍에 하필이면 카터인가. 핵무기 완성이 목전에 있다. 협상의 창문은 조금 있으면 닫힌다. 그런데다가 북한이라는 체제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인물은 그나마 카터가 유일하다 시피하다. 그러니….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미 의회 일각에서의 움직임이다. ‘오죽하면…’의 분위기는 여기서도 감지된다.
“외교는 비슬거리고 있다. 그 정황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속속 한반도로 몰려들고 있다. 스텔스 전폭기에, 항모가 3대나 한반도 인근해역으로 배치되는 등…. 워싱턴은 ‘싸움 없이 항복’, 혹은 ‘싸우고서 항복’ 양자 중 택일을 북한에 들이대는 것 같다.” 포린 폴리시지 보도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말을 아끼고 있다. 대변에 나선 사람은 H. R.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국장이다. 이들의 발언도 그렇다. 결국은 군사적 옵션 밖에 없다는 강한 시사를 흘린다.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북한 핵 폐기, 오직 그 하나뿐이다.” 맥매스터의 말이다. 폼페오는 한 발 더 나갔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하지 못해도 북한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이해가 깔린 동맹국에 위협이 되므로.”
예방전쟁, 선제공격. 참수작전.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이 워싱턴의 요즘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시작되는 것이 트럼프의 한국방문 일정이다. 그 트럼프를 맞는 서울의 기류가 그렇다. 뭔가 난류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쟁을 해야 한다면 동맹을 깨는 게 낫다’-. 청와대 일각에서 나온 주장이다. 그게 일종의 신호탄이라도 된 것인가. 벌써부터 반미친북 집단의 세 집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220여 단체가 ‘NO 트럼프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30일부터 11월 8일까지를 ‘트럼프 오지마라’ 행동 주간으로 정하고 광화문광장에서의 대규모 집회에서부터 전국적으로 전 방위적인 반미투쟁에 나서고 트럼프의 동선을 따라 다니며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 방한을 바로 앞둔 타이밍에 외교가에 나돌고 있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방문에 목말라하고 있다. 또 시진핑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고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시급하다. 때문에 사드 배치문제를 놓고 한국이 모종의 양보를 할 것이라는 보도다. 그러니까 한국과 미국이 사드배치를 통해 중국의 핵심 이해를 침해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사드배치 시비를 통해 노린 것은 다름이 아니다. 한국을 길들이겠다는 것이 하나. 그리고 한미동맹균열이 또 다른 목표다. 그런데도 미리 고두(叩頭)의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반짝’성과를 위해 안보원칙 훼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있다고 할까.
“상당수 인권 유린은 북한정권의 핵무기 프로그램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미 국무부는 북한 당국자 7명과 기관 3곳을 추가로 제재명단에 올렸다. 하원은 북한에 억류돼 숨진 윔비어의 이름을 딴 초강력 대북제재안 통과시켰다.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을 강력하게 압박할 태세임을 보여준 것이다. 유럽연합도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인도적이라는 명목으로 800만 달러 대북지원을 결정했다. 게다가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철저히. 대통령은 명색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다. 외교 장관은 유엔 인권차석 대표를 지냈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는 유독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도 모자라 마오쩌둥 식 1인 독재 노선에 충실하고, 또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전 근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 시진핑에게는 연신 추파를 던지고 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한 번 근본적 질문을 던져본다. 한반도 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은 누구인가 하는.
인민을 굶어 죽인다. 때려죽인다. 그러면서 핵개발에 여념이 없다. 수령절대주의라는 우상체제 보존을 위해서. 그게 김정은 체제다. 그리고 그 만행을 암암리에 도와온 것은 중국이다.
그런데 마치 트럼프가 한반도 위기의 주 원인 제공자 같이 호도되고 있다. 그것이 서울의 분위기다. ‘전쟁 책동 중단하라’ ‘광분을 멈춰라’ 등등 김정은이 아닌, 트럼프를 겨냥한 구호가 넘쳐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인권은 근대 민주체제의 존재 이유다. 인권을 전제하지 않는 민주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철저히 외면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할 말은 북한 인권문제다. 북한 핵 위기의 본질은 인권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시진핑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탈북자 문제는 물론이고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이고 북한 핵 위기를 풀어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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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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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나라를 위한 의인들은 갈아먹어도 시원찮아 하면서 죄없는 민중들을 갈아 먹는 집단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너희들..어쩌겠냐 역사는 반드시 심판해주리라
당연한 말인데...들어야하는 인간들이 귀를 잘랐으니...
한국일보 에도 정신 옳바르게 박힌 사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