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멕시코 시티.
이곳 현지인들은 지난 20년간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를 긴밀하게 연결시켜주었던 북미자유협정(NAFTA)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트럼프는 NAFTA를 “최악의 협정”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이를 폐기할 것인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트럼프가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저 협정의 일부 조항을 약간 수정한 후 승리를 선언하는 선에서 끝낼 것이라 짐작했었다.
시장도 나와 의견을 같이 하는 듯 보였다. 트럼프 당선 직후 급락했던 멕시코 페소화는 NAFTA 폐기와 같은 끔찍한 일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반등했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들, 특히 트럼프가 전국민의료보험에 발작 증세를 보인 사실에 비추어 기존의 내 견해를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NAFTA를 깨는 것은 멕시코에게는 끔찍한 일이지만 미국에게도 나쁜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통합된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전략을 구축한 미국의 대기업들을 겁주기에 충분하다.
반면 트럼프의 취약한 자존심은 고무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것이 최악의 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나프타가 멕시코의 대미 수출과, 미국의 대 멕시코 수출을 빠르게 성장시키기는 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협정이 효력을 발생했던 1994년, 많은 사람들은 이 협정이 멕시코 경제의 신속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일부 지지자들은 미국이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 주장했다.
사실, 1995년의 금융위기 이후 멕시코는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교역 증가는 일부 미국 근로자들을 해쳤다.
일부 기업들도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생산시설을 멕시코로 이전했다.(물론 멕시코시장에 내놓을 물품 생산을 위해 고용을 늘린다든지, 멕시코 공급업체로부터 싼 가격에 부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인 미국 기업도 더러 있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나프타에 의해 발생한 경비는 중국물품 수입이 불러온 경비에 비해 훨씬 적었고, 변화하는 테크놀로지가 생성한 경비에 비해 규모가 작았다.
예를 들자면, 광산업 고용 감소는 거의 전적으로 기술적 변화에 의해 발생했고, 트럭운전사들의 임금 붕괴는 노조의 몰락과 규제해제를 반영할 뿐 나프타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나프타가 미국에 상당한 고통을 가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불쾌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나프타가 일으킨 분열은 이미 대부분 과거사다.
우리는 지금 자유무역이라는 현실을 축 삼아 구축된 북미경제권에서 생활한다.
특히 미국, 캐나다와 멕시코의 제조업은 서로 긴밀하게 뒤엉켜 있다. 많은 산업시설들은 국경 건너편 산업체와의 매매를 가능케 한 경제적 통합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춰 세워졌다.
그 결과 나프타 해체 혹은 분해는 나프타 형성이 가져온 것과 동일한 와해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공동체들은 생계수단을 잃을 것이다.
또한 크고 작은 많은 비즈니스들, 그리고 일부 경우 거대 기업들까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다.
이는 제조업에 국한 된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옥수수 시장을 잃어버린다면 아이오와 농부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따라서 나와 다른 사람들은 이 같은 현실이 트럼프의 손을 묶어줄 것으로 가상해왔다. 제아무리 북미교역의 현실에 무지하다 해도 결국은 대기업과 큰 손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확신이 서지 않는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나프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5년마다 한 번씩 협정을 연장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기업들의 힘을 빼앗아가면서 미래시장 접근의 보장이라는 예측가능성을 앗아간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협상의 핵심 포인트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에 유출된 문서는 행정부의 핵심 참모들이 배우자 학대에서 이혼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사회악을 제조업부문의 일자리 상실 탓으로 돌렸으며 행정부도 무역협정이 일자리 상실의 원으로 잘못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그리고 정말 즐거이 전 국민 의료보험을 사보타지 해가며 어떤 일을 벌였는지 주목해야 한다. 그가 부과한 막대한 인간비용(human costs)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는 그럴듯한 정치적 전략조차 따르려들지 않는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로 인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의 행동은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등 거대 사업체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끼쳤다. 트럼프는 자신이 그들의 주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혔는지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지금까지 우리는 트럼프가 고의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고, 순전한 악의로 주요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것을 목격했다.
헬스케어에 거리낌 없이 이런 행동을 취한 그가 국제무역정책에 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 가상할 수 있겠는가?
나프타는 진정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프타가 붕괴된다면, 그 결과가 추할지, 혹은 지극히 추할지가 유일하게 남은 질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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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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