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스탠포드 펠로우
Jopwell은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소위 핫하다는 스타트업이다. 주요 서비스는 인종이나, 성, 자라온 환경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찾아 기업들에 연결시켜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수천명을 Lyft, American express, Conde Nast, Pinterest와 같은 내로라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연결해주었다. 이 회사의 미션이 특별하거나 창의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Magic Johnson Enterprises, Andreessen Horowitz, Y Combinator, 그리고 Joe Montana등 유명 투자회사와 개인으로부터 지금까지 약 1,2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동질성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인과 기업들은 왜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다양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회사일 뿐인데...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투자자나 기업들 모두 직장 내 다양성이 비즈니스의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성이나 인종과 같은 선천적 요인이든지 개인적 경험이나 문화적 배경과 같은 후천적 요인이든지 간에 다양성이 기업에 많은 혜택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366 개의 상장 회사를 분석한 맥킨지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적 다양성측면에서 상위 25%를 차지한 회사들은 업계의 평균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확률이 35%에 달했으며, 성 다양성에서 상위 25%를 차지한 회사들이 업계 평균치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확률은 15%에 달했다.
2012년에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가 2,400개 기업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자본금 50억 달러이상인 대형 회사 중에서 적어도 한명의 여성 이사를 가진 곳이 여성 이사가 전혀 없는 회사에 비해 지난 6년 동안 26% 이상의 높은 실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구성원이 다양하다는 것만으로 좋은 실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일하는 것이 훨씬 편리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조직의 리더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그들이 서로의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해야한다.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 모두 다양성을 중시하는 조직의 문화가 형성되었을 때 다양성은 그 빛을 발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그 인식이나 실행에 있어 많이 뒤쳐져 있다. 일부 기업들에선 오히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팀이 더 큰 갈등을 낳고 생산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인식도 존재하는 듯하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성별, 인종 및 문화적 다양성이 거의 없는 동질적인 경향인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 기반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은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그 혁신을 가져오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하려고 하면서도, 실리콘 밸리의 기술적 혁신을 가져온 인종, 성,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 성장을 하는데 있어 표준화, 동질성, 단합과 같은 가치가 중요했을지 몰라도 한국사회가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선 이젠 이러한 산업화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일하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편견을 넘어서 오히려 혁신의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동종교배의 유혹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재를 모아야 하고 기업이나 대학의 리더들은 다양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도록 다름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도 매년 보고서를 발행해서 기업 임직원들의 다양성 현황을 공개하고, 외국 인력이 손쉽게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신청 절차 등을 좀 더 간소화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 신기욱 교수는 최근 발간한 ‘슈퍼피셜 코리아’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기보다는 ‘우리가 남이어도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 나하고 다르지만 그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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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스탠포드 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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