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ump‘s Deadly Narcissism
새로 발표된 퀴니팩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과반수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믿는다. 이 정도만으로도 깜짝 놀랄 수치다.
그러나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게 된다면 부정적인 여론조사 수치가 도대체 어디까지 치솟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트럼프에게는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하지 않는 일이 문제다. 그의 마음에는 오직 자기 자신 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불안정한 에고를 다독이는데 치중하다보면 정부의 기본적 기능은 도외시 되거나 악화된다.
먼저 각기 별개인 듯 보이는 두 개의 사안, 즉 큰 인명피해를 낸 푸에르토리코의 재난복구를 소홀히 한 것과, 전국민의료보험(ACA)을 붕괴시키려는 줄기찬 시도에 관해 말해보자: 이들 두 개의 이야기가 지니는 공통점은 트럼프와 정부 관리들의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업무수행으로 인해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고통을 겪고, 수천명은 아닐지라도 수백명이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푸에르토리코와 그 이웃인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재난부터 살펴보자.
지난달 20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들이닥쳤을 당시, 푸에르토리코 전역에 전기가 끊겼는데 전력공급이 완전히 재개되기까지에는 앞으로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력결핍은 그 자체로 치명적이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정전으로 인해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아직도 식수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탓에, 혹은 안전하지 않은 식수로 인해 돌림병이 확산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참담하고, 시간은 푸에르토리코의 편이 아니다.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인도주의적 위기도 악화 된다. 결국 신속히 구호물품을 확보하고 분배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최우선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는 아이오와 주, 혹은 메트로 샌디에고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 350만명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 행정부는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대형 재앙의 뒷수습에 총력전을 펼쳤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연방정부의 반응을 계수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비상조치들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허리케인 마리아에 의한 푸에르토리코의 상황은 허리케인 하비와 허리케인 어마로 각각 피해를 입은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비해 훨씬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대 자원의 배치 규모와 속도는 훨씬 작고, 더뎠다. 그리고 불과 얼마전 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외국 선사들의 구호품운송 제한을 해제하지 않았다.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위해 이 같은 규정을 면제해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슨 이유일까? 대통령에 따르면 “운송업 분야 종사자들이 이를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리아가 육지로 상륙한 이후 1주일이 지날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구호요청을 제안하지 않았다.
재난복구의 컨트롤 타워 역을 맡은 지도부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한 직후 재해현장 방문을 비롯, 대통령의 대응조치와 행보에 언론이 가시적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트럼프는 지난 3일에야 푸에르토리코를 찾았다.) 단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성 제스처가 아니라 정부를 향해, 그리고 국가 전체를 향해 이것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긴급한 사안이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행위다.
그러나 트럼프는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를 강습한지 수일 뒤에도 풋볼선수들에 관한 트위팅으로 시간을 보냈다.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그의 첫 언급도 엉뚱했다. 그는 재난의 책임이 전적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주는 인상은 업무를 수행할 때조차 타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완전히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헬스케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케어 폐기 시도는 또다시 수포로 끝났다. 다른 모든 공화당 대체법안들과 마찬가지로 그래함-캐시디 법안 역시 천박한 쓰레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민의료보험이 공화당의 공세를 계속 버텨내자 트럼프 행정부는 공공연히 이 법의 기능을 중지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행정부는 저소득 고객들을 받아들인 보험사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밝히기 거부했다. 건강한 사람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한다는 규정을 집행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을 가입시키기 위해 마련된 아웃리치 조항을 취소하거나 중지시켰다.
이런 조치들은 당연히 보험 프리미엄 인상으로 직결된다: 보험사들은 주요 경비를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알지 못하며, 건강하지 못한 보험 가입자들의 수가 이전에 비해 늘어나는 반면 전체 가입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보험사들이 2018년도 요율을 최종 확정짓고 있기 때문에 이미 가해진 타격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트럼프주의자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얼까? 전국민의료보험이 실패하도록 만든 후, 그것이 이미 처음부터 예정된 운명이었다고 주장하려는 냉소적인 계산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들은 전략적 계산에 능하지 않다. 게다가 ACA는 실질적으로 붕괴하지 않을 것이고, 병들고 가난한 미국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ACA 폐기 움직임에 대한 정치적 반발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국민의료보험에 관한 나쁜 소식이 들려오면, 누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지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아니, ACA 사보타지는 전략이 아니라 발작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오바마케어는 정말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아예 망가뜨리겠다는 생각이다. 분명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손상된 자존감을 수선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요컨대, 트럼프는 대통령직은 물론 모든 고위직에 부적격하다. 그리고 그의 자질부족이 가져온 손상은 계속 부피를 키워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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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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