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같은 열흘간의 연휴다.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근 2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너도 나도 해외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전국 방방곳곳에서는 온갖 축제에 놀이행사가 열리고 있다. 주말과 추석연휴, 그리고 한글날로 이어진 최장의 황금연휴를 맞은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너무나 평온하다. 북한 핵의 인질이 됐다. 그런데도 ‘평강하다, 평강하다’ 애써 외치는 것 같다고 할까. 대통령은 계속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라는 사람들은 ‘전쟁불가’와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한국인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타임지의 보도다. 그 국민적 정서에 충실해서인가. 한국의 정치인들은 미국을 겨냥해 전쟁불가에, 평화론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벗어나면 온도는 급격히 달라진다. 한반도에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리로 흉흉하다.
“날로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는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 나로 하여금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안보문제 전문가이자, 내셔널 인터레스트지 편집장인 해리 카지아니스의 말이다.
그는 현 한반도 상황을 6.25이후 최악으로 진단하면서 앞으로 6개월 내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30%로 내다보았다.
“핵전쟁이 아닌 재래전쟁 발발 찬스는 50/50으로 봐야 한다.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10% 정도이고.” 예비역 미 해군대장이자 터프트 대학 교수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의 주장이다.
직설적인 표현은 삼갔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발언에서도 전쟁의 냄새는 짙게 풍기고 있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의 상원청문회 발언이 바로 그렇다.
그는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 현 단계에서 미국이 맞은 가장 시급한 안보 위협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계획을 중국에 통보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다.
북한의 김정은은 결코 핵과 미사일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생존과 직결됐다는 생각에서. 중국도 미국의 북한 핵 폐기노력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미 행정부가 내린 일종의 최종 분석이다. 그렇지만 또 한 차례 평화적 해결노력을 펼친다. 경제제재를 통해서다. 그러니까 엑스트라 마일을 더 가는 거다.
그래도 수포로 돌아간다. 남은 대안은 결국 군사조치 뿐이다. 그 가능성을 내다보고 구체적인 군사옵션들을 이미 작성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11월에 재차 중국을 방문한다. 관련해 벌써부터 나도는 소문은 대 북한 군사적 옵션을 놓고 중국과 모종의 조율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왜 한반도 전쟁 임박설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전쟁 억지력(deterrence)강화를 통해 북한 핵을 관리할 수 있다’-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는 사람들이 펴는 논리다. 그 억지력이라는 것이 그런데 과연 북한에도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면서다.
무자비한 공산당 체제였던 것은 맞다. 과거 소련이나 중국도. 그렇지만 소련에서도 국가지도자는 경륜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북한은 사교(邪敎)집단 비슷한 왕조체제다. 단지 ‘백두혈통’이란 이유로 김정은은 30도 못돼 수령으로 추대됐다. 그런데다가 충동적이고 극히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 김정은의 북한체제에 억지력이 통할지 많은 전문가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극히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H.R. 맥매스터가 그 대표적 케이스다.
더퍼드 합참의장도 애스펜 안보회의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또 한 차례의 한국전쟁은 생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사태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끔찍한 상황은 북한이라는 독재체제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장을 갖추게 되는 사태다.”
다른 말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미국이 컬트집단 비슷한 북한의 핵위협 그림자에 눌려 지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그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것이 그렇다. 단순 자체방어용이 아니다.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해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궁극적으로 김정은 주도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두려움(fear), 체면(honor), 이해(interest), 이 세 가지는 전쟁을 결정하는 요소다. 한반도 상황에서 이 모든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능력에 두려움을 품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의 맹주로서 체면이 걸려 있다. 북한 핵 폐기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거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현실적 가능성이 됐다.” 영국의 싱크 탱크 루시(RUSI)의 진단이다. 루시 역시 클래식한 ‘억지 이론’(deterrence theory)은 북한의 경우 적용되지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전쟁발발 가능시기를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기 직전까지의 기간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최장 2~3년, 아니면 그보다 훨씬 빠른 시기가 그 타이밍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일본 관측통들은 트럼프의 아시아국 순방이 끝나는 11월에서 내년 봄까지를 그 시기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아니면 결코…’(Now or Never…)가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분위기로 맹방인 한국에 사전 통보 없이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태평하다, 태평하다…’ 한국에서 여전히 들려오는 소리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북한 군사공격에 한국은 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평양에 알리려는 문재인정부의 면책작전이 아닐까. 지오폴리틱스 퓨처의 토머스 프리드먼이 보이고 있는 의구심이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평화일까. 딴은…. ‘그러나 그 보다는 한미동맹의 와해가 뒤따를 수도 있다’- 프리드먼의 경고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