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봉 수필가·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옛날 플로리다 남쪽은 독충과 악어만 득실대는 늪이었다. 억센 수초들이 엉킨 에버글레이즈 늪지대엔 백인들에 쫓긴 세미놀 인디언들만 숨어살았다. 1830년대 미 연방 토벌대장은 이 몹쓸 습지에 사느니 지옥을 택하겠다고 기록했다.
플로리다가 낙원으로 변한 건 아열대 기후 때문이다. 1920년대부터 해안휴양지로 개발 붐이 일면서 물과의 전쟁이 선포됐다. 미 공병대가 투입돼 에버글레이즈에 2000마일이 넘는 둑을 쌓고, 하를 파고, 물을 퍼냈다. 그 결과, 40만 에이커에 달하는 사탕수수 농장과 주택지가 조성됐다.
디즈니 월드 같은 놀이공원이 세워지고 대규모 실버타운들이 생겨났다. 800만명이 유입되면서 플로리다는 일약 미 인구 3위 주에 올랐다.
그러나 인공 개발의 후유증은 극심하다. 에버글레이즈에 사는 70여종 토산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졌다. 우기에 계속 물을 퍼내 건기엔 오히려 가뭄이 든다. 들불이 빈번하고 식수마저 부족해 졌다. 마이애미 주변 하천 지류들은 계속되는 펌프질로 하수구처럼 오염되고 말았다. 2000년 들어 연방의회는 비로소 심각성을 깨닫고 에버글레이즈 복원 환경법을 통과시켰으나 오늘날 까지 별 진전이 없다.
과연 플로리다는 애초 누구의 땅이었을까? 생태학자들의 눈으로 보면 사람의 땅이 아니다. 동식물의 땅이다. 플로리다는 민물과 바닷물에도 사는 맹그로브 등 100여종 수초의 서식지요, 습기를 좋아하는 개구리, 거북이와 악어들의 보금자리다. 그리고 풍부한 수량을 채워주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허리케인의 땅이다.
올해도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를 뒤이어 어마(Irma)가 연달아 몰아쳤다. 어마는 500년 만에 한번 오는 시속 185마일의 역대급 허리케인으로 기록되었다. 1980년, 190 마일을 기록한 허리케인 알렌 이후 최강이다.
허리케인의 피크는 8월 중순에서 10월 중순이다.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요소는 두 가지. 더워진 바닷물과 습기를 머금은 공기다. 바다 온도가 적어도 화씨 79도에 달하면 습기가 팽창해 허리케인이 발생할 조건이 된다.
그런데 요즘 허리케인은 예전보다 왜 훨씬 더 잦고 강할까? 첫째 원인은 극에 달한 지구 온난화 탓이다. 기후 상승에 따라 더워진 바닷물이 더 빨리 증발하고, 더워진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하기 때문이다. 대서양을 지나며 엄청난 속도가 붙고, 수분 함유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한번에 폭우를 쏟아내고 만다.
둘째 원인은 난개발을 통한 도시 확장이다. 비를 흡수할 수 있는 초원지대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어 버리고, 늪지대 등 홍수 취약지역에 도시를 건설해 피해를 자초하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와 함께 2005년 8월, 카트리나로 도시의 80%가 수몰되고 1,500여명이나 희생된 뉴올리언스가 대표적인 예다.
뉴올리언스는 1803년 미국이 나폴레옹에게서 루이지애나 북서부 땅을 사들인 후 노예매매가 성해 부촌이 됐다. 인구가 늘자, 시 당국은 외곽에 둑을 쌓고 펌프를 설치해 저지대 입주를 부추겼다.
미시시피 강이 쏟아내는 토사가 쌓이던 늪지대가 사라진 것도 이즈음이었다. 점점 흙의 유기물 산화와 지하수 과용으로 지반이 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도시의 절반이 해수면보다 낮아진 것이다.
허리케인의 자연 방패막인 멕시코 만의 섬들과 사구들도 사라졌다. 수십 년 간, 택지 개발과 연안 석유시추시설 설치로 2천 평방 마일의 사구들이 없어진 것이다.
옛 사람들은 바람(風)은 벌레(蟲)들이 일으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초강력 허리케인은 사람 탓으로 밝혀졌다. 지구온난화와 난개발은 분명한 인재(人災)다. 아마도 바람 풍(風) 자 속에 벌레 대신 사람 인(人) 자를 써넣어야 할 날이 곧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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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봉 수필가·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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