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mplacency Could Kill Health Care >
▶ 폴 크루그먼 칼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나는 아직 힐러리 클린턴의 새 책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 Happened)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선거의 해였던 2016년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즈음 미국은 극단적 부족주의를 출발선으로 삼는다. 유권자의 47~48%는 민주당 후보가 제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무조건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그가 형편없는 후보라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소소한 이유들, 예를 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에게 뭇매를 가하고, 별 것 아닌 일을 마치 대단한 추문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등 마치 고교 불량배처럼 설치는 언론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후보 쪽으로 판세를 기울이는데 기여한다.
지난 대선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만하고 방심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과신한 나머지 자잘한 일들을 추구했고, 선거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과 만나야 했다.
혹시 헬스케어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게 아닐까?
오바마케어를 파괴하려던 공화당의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국민의료보험(ACA)을 겨냥한 공화당의 공격은 항상 거짓말에 바탕을 두었을 뿐, 단 한 번도 그럴싸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보험가입 희망자들의 병력에 근거한 보험사들의 차별금지, 건강한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의무적 보험가입, 정부의 프리미엄 보조와 메디케이드 확대 등 ACA의 주요 조항들은 저소득층의 보험가입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였다.
하지만 공화당이 제시한 모든 보험개혁법안은 오바마케어의 핵심조항들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을 잃게 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무거운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이 점을 분명히 깨닫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들은 아마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 혹은 이제까지 보았던 것보다 훨씬 고약한 조항을 담은 의료보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위험한 고비를 모두 넘긴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린 탓에 헬스케어는 또 다시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상원표결을 향해 진행 중인 그래함-캐시디 법안의 지지자들은 이 법안이 오바마케어의 좋은 점들을 그대로 보존해줄 온건한 접근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공화당의 규범대로, 오바마케어와 이를 대체할 법안의 내용에 관해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래함-캐시디는 온건한 접근법과는 거리가 멀다.
이 법안은 과장되고, 거의 캐리거처에 가까운 형태로 공화당의 이전 제안들을 그렇듯 잔인하고 파괴적으로 만들었던 모든 요소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래함-캐시디 법안은 개인의 의무적 보험가입을 폐지하고, 병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보호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보조금과 메디케이드 기금을 축소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무보험자의 숫자를 줄인 주에 징벌을 가하게 될 기금 산출 공식 등 몇 가지 추가된 새로운 조항들 역시 나쁘기는 매 한가지다.
법안의 공동발의자인 린제이 그래함과 빌 캐시디, 론 존슨, 딘 헬러 상원의원은 의료보험 이슈에 관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수개월에 걸친 토의를 마쳤단 말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대중은 말할 것도 없고, 상원의 나머지 의원들도 공화당이 내놓은 가짜 약속을 알아챘을 것이다.
유권자 두 명중 한명은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대체하려던 공화당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전의 공화당 관련 법안들에 비해 훨씬 고약스런 그래함-캐시디 법안이 법제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람들이 이 법안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화당 입법안이 아무리 끔찍하다 하더라도 48명 혹은 49명의 소속 의원들이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 공식적인 당의 승인 인장을 찍어주는 극단적 부족주의를 출발선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단 한 두 명의 지지자만 추가로 확보하면 공화당은 상원에서 그래함-캐시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가 이전 법안들을 통과시키기에 충분한 추가 표를 확보하지 못했던 이유는 분노한 대중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선거구별로 해당 의원들에게 편지와 전화, 시위로 반대의사를 밝혔고, 타운홀 미팅에 대거 참여, 공화당 의료법안의 주요 내용을 알고 있으며, 수 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서 의료보험을 앗아가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제 뉴스의 사이클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이동했다.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이미 오바마케어의 성취를 당연시하기 시작했으며 극우파 시위에서 꿈같은 단일보험제로 관심을 옮겨갔다.
유감스럽게도 대중의 관심이 떠나간 바로 이런 환경에서, 미처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일부 상원의원들이 끔찍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매수되거나 회유를 당할 수 있다.
한 가지 희소식은 의회 입법절차의 기술적 이유로 그래함-캐시디 법안은 이달 말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폐기 된다. 나쁜 소식은 이 법안의 통과가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ACA가 가져온 거대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참담한 후회의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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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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