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내가 쓰는 마지막 칼럼일 것 같다. 대다수 독자들은 마지막이거나 말거나 대수롭지 않겠지만, 그 이유가 “바로 이번 주말에 세상이 끝나기 때문”이라면 아마 깜짝 놀라 글을 끝까지 읽는 독자가 많아질 것 같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얘기지만 내가 꾸며낸 말은 아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또 쏟아져 나오는 지구 종말 대재앙(apocalypse) 얘기다.
공상과학 저널인 ‘X 행성: 2017년 도래’의 저자이자 기독교계열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빗 미드는 ‘니비루(Nibiru)’라고도 불리는 X 행성이 23일부터 지구에 매우 근접한 거리(약 400만 마일)를 스쳐가면서 그 후 한달 간 지구에 대지진, 쓰나미, 화산폭발, 남북극 자력의 전도 등 전대미문의 천재지변을 일으켜 인류를 멸절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드는 이 종말론이 성경(이사야 13장, 누가복음 21장, 요한계시록 12장)의 묵시는 물론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나온 기록에 근거한다며 이들이 지구의 마지막 날을 신기하게도 똑같이 2017년 9월20~23일로 꼽는다고 말했다. 그는 달이 해를 삼킨 개기일식이 지난달 21일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일어난 것은 한달 후 닥칠 니비루의 전조였다고 주장했다.
니비루는 러시아 태생 작가 제카리아 싯킨이 1976년 쓴 ‘12번째 행성’에서 나온 말이다. 이 행성의 ‘아누나키’(인간보다 진보한 외래인)들이 까마득한 옛날 지구에 날아와 아프리카에서 금을 캘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유전자 조작으로 자기들과 비슷한 모양의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 이들이 인류를 말살하기 위해 다시 지구를 침공한다고 미드는 덧붙였다.
국립 항공우주국(NASA)은 금년 초 태양계 외곽에서 새 별을 발견하고 ‘행성 9’로 명명했다. 이 별이 바로 니비루라고 종말론자들이 떠들어대자 NASA는 이를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니비루가 접근해온다면 이미 오래 전에 육안으로도 보였을 것이라며 2015년 9월과 12월을 비롯해 2012년(마야 말세론)과 2003년에도 니비루 충돌설은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니비루가 아니라도 종말론이 대두될만한 세태다. 괴물 태풍 ‘하비’와 ‘어마’가 잇따라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했고 ‘마리아’도 닥쳤다. 서부지역은 산불연기로 뒤덮였고, 멕시코엔 강도 8.1, 7.1의 대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
아프리카에선 2,000여만명이 아사 위기에 처해 있고, 김정은은 유엔의 제재결의도 아랑곳 않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계속하며 제3차 세계대전의 뇌관을 터뜨릴 기세다.
성경은 지구 종말의 징조에 대해 “곳곳에 큰 지진과 기근과 질병이 창궐하고,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빛을 내지 않는 등 일월성신에 변괴가 나타나며,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고, 울부짖는 파도 소리에 민족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겪으며 세상에 닥칠 일을 생각하고 두려워 기절하고, 자칭 구세주와 예언자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도 지구 종말의 대재앙이 곧 닥친다며 이는 신의 섭리가 아닌 인류가 자초한 인과응보라고 지적한다. 현세의 대표적 석학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그 선두주자다. 그는 기후변화, 인구폭발과 그로 인한 식량부족, 수퍼벅 병균의 창궐,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 해수 산성화, 핵무기 경쟁 등 지구가 45억년 역사상 가장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호킹 박사는 인류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이 결국 인류를 지배하게 되고 전쟁도 군인이 아닌 드론이 대행해 인류가 설 땅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핵무기 확산에 무대책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지구 종말 시계가 30초 앞당겨졌다며 이제 이 시계는 파국인 자정에서 2분30초 전인 11시 57분30초를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 밸리의 많은 IT기업 갑부들이 지구 종말의 대재앙에 대비해 지하 방공호를 파고, 총, 탄환, 발전기, 태양광 집열판, 모터사이클 등을 구입하고 있다고 뉴요커 잡지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보다는 스피노자처럼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이 더 많을 터이다. 이번 지구 종말론도 그냥 지나가고 나의 칼럼도 건재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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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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