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 도르트문트에 3-1… 16강행 파란불
▶ 시즌 첫 선발로 82분 활약, 팀내 평점 2위
도르트문트 상대 9게임서 7골…‘꿀벌 군단 킬러 입증’
손흥민이 전반 4분 만에 전광석화 같은 역습 상황에서 환상적인 선제 솔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AP]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25)이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환상적인 솔로골로 새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선제골과 해리 케인의 2골 활약을 앞세워 난적 도르트문트(독일)를 3-1로 꺾고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13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테디엄에서 펼쳐진 도르트문트와의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H조 1차전 홈경기에서 손흥민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거친 반칙으로 유럽대회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델리 알리를 대신해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고 경기 시작 4분 만에 벼락같은 선제골을 뽑아냈다. 도르트문트의 공격 상황에서 토트넘의 수비수 데이빗슨 산체스가 전방으로 걷어낸 볼을 손흥민이 자기 진영 왼쪽에서 헤딩으로 크리스천 에릭센에게 연결하면서 시작된 역습이었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왼쪽 측면으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완벽한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볼을 잡아 약 40야드를 치고 들어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를 페인트모션으로 따돌리고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도르트문트 골네트를 출렁였다. 자기 진영에서부터 시작된 전광석화 같은 역습이 압권이었던 ‘명품 골’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토트넘을 유니폼을 입고 총 30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에서 첫 시즌(2015-16)에 총 8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 21골을 몰아치며 완벽하게 EPL 무대에 적응했음을 알렸고 올해는 팔 부상으로 오프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 시즌 개막 한 달만에 마수걸이 골을 빅게임에서 터뜨려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또한 손흥민은 이 골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통산 9경기에서 7골을 뽑아내 다시 한 번 ‘꿀벌군단 킬러’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도르트문트는 노란색과 검은색의 팀 컬러로 인해 흔히 ‘꿀벌군단’으로 불리는데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강한 면을 보여 이번까지 무려 7골을 뽑아냈고 이로 인해 한국에선 ‘양봉업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기 전까지 웸블리 스테디엄에서 치른 12경기에서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하는 ‘웸블리 징크스’에 시달려온 토트넘에게 손흥민의 선제골은 초반 기선을 제압하고 자신감을 안겨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비록 불과 7분 뒤인 전반 11분 도르트문트의 안드리 애모렌코에게 멋진 중거리슛을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했으나 토트넘은 바로 전반 15분 또 한 번의 역습 상황에서 이번에는 케인이 그가 왜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인지를 보여준 멋진 골을 터뜨려 리드를 되찾았다. 해프라인 부근에서 격렬한 몸싸움 끝에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볼을 따낸 케인은 페널티박스 안 왼쪽까지 치고 들어간 뒤 손흥민의 선제골 때와 거의 비슷한 지점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꽂아넣어 토트넘에 2-1 리드를 안겼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터진 이날 첫 3골은 모두 환상적인 작품들이었다.
스코어는 토트넘이 앞섰지만 경기는 도르트문트가 주도했다. 도르트문트는 거의 2대1의 압도적 볼 점유율 우세를 앞세워 경기를 지배했지만 토트넘은 전반 단 두 번의 벼락같은 역습에서 2골을 뽑아 리드를 잡았다. 전반 토트넘의 슈팅 2개는 모두 골로 연결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토트넘은 잇달아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후반 5분엔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문전에 노마크로 자리 잡은 손흥민을 보지 못하고 때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1분 뒤엔 다시 볼을 잡은 케인은 이번엔 문전에 오픈된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으나 손흥민의 슈팅이 높았다.
이날 승패의 분수령은 후반 11분 도르트문트의 골잡이 피에르-에머릭 오바메양의 골이 잘못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화된 것이었다. 비디오 리플레이는 오바메양이 온사이드였음을 보여줬으나 챔피언스리그에 비디오 부심제도는 없었다. 토트넘은 불과 4분 뒤인 후반 15분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왼발슛으로 이날 두 번째 골을 터뜨려 3-1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토트넘은 2골차 리드에도 불구, 계속해서 공세를 늦추지 않고 도르트문트를 압박했다. 후반 25분 오바마??의 결정적인 슈팅을 골키퍼 우고 로리스가 막아낸 뒤 이어진 역습에서 손흥민은 단독 찬스를 잡았으나 오른발 슈팅이 뒤따르던 수비수의 태클에 걸리는 바람에 2호 골은 무산됐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무사 시소코와 교체돼 홈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벤치로 물러났고 토트넘은 3-1 리드를 그대로 승리로 연결시켰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최강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같은 H조에 포함된 양팀 입장에서 조별리그 두 번의 맞대결은 사실상 16강전 티켓이 걸린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요한 경기에서 홈 승리를 따낸 토트넘은 이제 ‘죽음의 조’ 서바이벌게임에서 살아남아 16강행에 오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셈이 됐다. 또 선제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경기 후 선수평점에서 케인이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앞으로 주전경쟁에 뛰어들 포석도 마련했다. 일단 델리 알리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다음 두 경기에도 뛰지 못하기에 오는 26일 아포엘(키프러스) 원정과 다음달 17일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도 손흥민이 선발로 출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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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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