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사진고자’다. ‘인생사진’은 고사하고, 어찌 포토샵으로 이리 저리 보정을 해보아도 도저히 SNS에 올릴 수 없는 사진만 찍는다는 이유로 붙은 별명이다.
내 사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사실적’으로 찍는 것이라고 한다. 실물 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화가는 실력을 인정받겠지만, SNS 용 사진을 사실적으로 찍는 사람은 원망의 대상이 된다. 한 마디로, ‘있어빌리티’가 결여된 탓이다. ‘있어빌리티’라는 신조어는 우리말 ‘있다’와 영어의 ‘ability’가 결합한 단어이다. 즉, ‘있어 보이는 능력’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중요한 능력이 결여된 ‘사진고자’는 ‘흑역사 제조기’로 취급 받게 되고, 정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카메라를 맡길 수 없는 요주의 인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진고자’에 대한 냉대는 다른 플랫폼보다도 인스타그램의 유행 이후로 한층 심해졌다. 가지런히 정렬된 인스타그램의 정사각형 프레임 속에 최대한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진열 되어야 할 그네들의 인생이거늘, 나 같은 ‘사진고자’가 마구 찍어댄 극 사실주의 이미지들이 끼어 들어버리면 몹시 난감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실물보다 두배 이상 아름답고 행복하게 기록된 친구들의 모습과 눈앞의 실물 사이에 벌어진 어떤 조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쓸데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소셜 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소위 ‘SNS 스타’ 들은 대부분 ‘있어 보이는’ 자들이 아니라, 정말로 ‘있는 자들’이다. 평등한 목소리의 가치를 표방한 각종 플랫폼들의 슬로건은 무색하다. 소셜 미디어 속 ‘팔로워(follower)’와 ‘친구’, ‘이웃’의 수는 권력의 지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숫자에 따라 목소리의 크기가 전혀 다르다. 이러한 권력의 실재를 증명하듯, SNS를 통해 대중과 시장을 좌우하는 이들을 ‘인플루언서(influencer)’, 즉 ‘영향을 주는 자’라고 칭한다.
기업들은 유명 트위터리안이나 인스타그래머들을 통해 마케팅을 하고, ‘영향을 받는 자’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영향’을 받아들여 스타벅스의 ‘유니콘 프라푸치노’를 사 먹는다. 비록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전부 ‘팔로우’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음료 한 잔 정도는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단, ‘유니콘 프라푸치노’를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지 않으면, 그는 ‘유니콘 프라푸치노’를 먹은 것이 아니다. ‘있어빌리티’를 발휘해, 설탕과 색소가 소용돌이치는 음료가 최대한 예쁘고 신비스럽게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업데이트 한다. 그렇게 모두가 자발적으로 기업의 광고 매체가 되어 활동하고, ‘인플루언서’들은 더 유명하고 부유해진다.
한 달 여전 19세의 소녀가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여동생의 모습을 온라인에 실시간 중계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에 관한 글을 쓰며 나는 이 소녀의 충격적인 행위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오래 전부터 뿌리내린 무언가가 특정상황을 만나 만개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그것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한 채 ‘대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질문만으로 글을 맺었다.
어쩌면 그것의 정체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절망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있어빌리티’를 발휘해보아도 실제로 ‘있어지지 않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세간의 눈길을 받을 수 있는 15분에 대한 절박함이 훨씬 컸는가 보다. 무섭기보다 가여운 일이다. 진짜 삶을 알기도 전에, 한낱 허상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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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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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자? 한자숙어인가? 고자? 내가 알고 있는 그 고자를 말하는 건가? 처음 들어보는 별로 센스없는 말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