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Worse, Worst’-.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 언론들의 진단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뒤이은 공산 정권의 붕괴. 그리고 동서독 통일. 이 같은 상황을 한반도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혹시 김정은 체제가 안으로부터 무너져도 뒤 따르는 것은 악몽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퍽 오래전부터 나온 진단이다.
한반도 상황이 더 급박해지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그게 지난 7월4일의 일이다. 이어 계속 미사일을 쏴 대다가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을 터뜨렸다. 뭐라고 해야 하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미국에 정면도전을 해왔다고 할까.
온갖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하나같이 불길하다. 때로 섬뜩하기까지 하다. Bad 아니면 Worse. 그도 아니면 최악의(Worst) 악몽 시나리오다. 다른 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끔찍한 대안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지난 25년 동안의 외교적 노력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런 정황에서 북한체제는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제 미국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옵션만 남아 있다.” 싱크 탱크 어틀랜틱 카운슬의 마이클 모렐의 말이다.
군사 옵션 아니면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고 봉쇄(containment)와 억지(deterrence)전략을 구사하는 것, 이 둘 중의 하나 선택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 옵션들이 그렇다. 둘 다 자칫 수천, 수만의 목숨이 희생될 수 있다. Worse 아니면 Worst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군사적 옵션은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 서울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포대에 대한 폭격, 참수작전 등으로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군사적 옵션의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대대적 반격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제공격에 따른 핵시설 파괴도 소기의 목적을 이룰지는 불투명하다. 때문에 수십, 수백만 인명이 희생되는 최악의(Worst) 옵션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고 봉쇄와 억지 전략을 구사한다’- 둘 중에는 차악(次惡)의 옵션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정은 체제에게 미국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 완성에, 업그레이드의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도 이 옵션을 지지하고 있다.
싱크 탱크 지오폴리티컬 퓨처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6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미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가 아니면 북한의 핵 시설을 파괴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나온 트럼프의 트위터 상 발언이다.
북한도 아니다. 중국도 아니다. 맹방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한 것. 대놓고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정책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설전이 아니다. 현 한반도 위기를 어떤 척도로 재단하고 있는지 미국과 한국의 입장 차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지오폴리티컬 퓨처의 설명이다.
‘서울을 어떻게든 보존해야한다’- 한국의 지상과제다.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그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장능력을 갖추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무력에 의해서만 가능할지라도.
맹방인 한국의 지상과제를 부정하지 않는 한 워싱턴은 미국의 지상과제를 무력으로 달성할 수 없다.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사용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단 군사적 옵션은 보류됐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오폴리티컬 퓨처는 이어 이런 진단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해(interest)가 한국의 이해보다 중요하다. 동맹관계와는 별도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함으로써 국제질서 옹호자로서 미국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 미국을 따라 올 수 밖 없다.”
한국의 대화를 통한 외교노력은 시간벌기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반도사태는 결정지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또 다른 옵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미국은 결국 ‘종이호랑이’로 전락, 때문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진단과 함께 나오고 있다.
핵무기라는 대미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 김정은 체제는 더 큰 도박에 나서 북한의 대남도발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서해상의 도서(島嶼)를 기습, 점령한다. 그리고 협상을 요구한다. 그 뿐이 아니다. 한미동맹해체를 요구하면서 적화통일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방관만 할 경우 미국은 종이호랑이 취급을 받는다. 동북아지역의 힘의 균형은 급격히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황은 근 70년 전 한국전이 발생한 1950년대와 흡사하다. 그 당시 미국은 한국이라는 부동산을 탐내서가 아니라 동맹의 맹주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개입했다. 그 때와 안보환경은 달라졌지만 동맹의 맹주로서 미국은 태평양지역 안보를 책임질 수밖에 없다.” 지오폴리틱컬 퓨쳐의 지적이다.
미국의 영토를, 그것도 핵으로 위협하는 세력을 결코 방치 할 수 없다. 거기다가 워싱턴을 정점으로 한 동북아지역에서의 힘의 균형 유지는 미국으로서는 지상과제다. 그 최우선의 미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워싱턴은 맹방인 한국의 이해를 무시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고 수 주전에 비해 그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가고 있다는 거다. 북한의 소년독재자가 ICBM 실험발사도 모자라 수소폭탄실험까지 한 마당에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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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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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Lower wages and higher unemployment for American workers, substantial burdens on local schools and hospitals, the illicit entry of dangerous drugs and criminal cartels, and many billions of dollars a year in costs paid for by U.S. taxpayers.
최고의 방법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하여 김정은 정권을 도려내고 남북한 상호교역하고 살수 있는 정권을 세우는 일이다. 그러면 남북한 모두 핵을 가질 필요도 없고 미국과 중국이 얼굴 붉히고 싸울일도 없어진다.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