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는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드디어 “7 박공의 집 (House of 7 Gables) 박물관 앞에 섰다. 1668 년 존 터너에 의해서 바닷가에 세워진 집이다. 이 집 자체가 역사적 가치에 의해서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그 집이 19세기 말경에 나타니엘 호손의 사촌 수잔나 인거솔(Susanna Ingersoll) 이 이 집을 샀고 그리고 호손이 방문했을 때에 지금은 3 개의 뾰죽지붕(Gable) 으로 되어 있으나 과거에는 7 개의 지붕이었다며 이 집을 주제로 글을 하나 써 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 주홍글씨 다음해에 발표된 것이‘7 박공의 집’이다. 마녀사냥의 재판관으로 지은 죄에 업보와 저주로 그 집안에 있는 샘이 마르고 사람들이 죽어가다가 회개, 용서, 화해를 그린 작품으로 마녀사냥 재판관이었던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소설 첫 도입부의 모델이다. 7 박공의 집,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호손의 집을 방문하고 그 박물관 앞에서 했던 나의 강의를 정리해 본다.
1853년 일본에 미 해군 함정 페리 호가 들어오면서 개항과 서양문물이 들어온다. 그리고 일본은 1878년 명치유신으로부터 국력의 신장을 계속하였고, 급기야 1910년 조선은 소위 한일합방으로 그들의 식민지가 된다. 이러한 와중에 1915년경부터 일본으로 가기 시작한 조선의 유학생들이 일본에서 서구의 문학, 사상, 철학 작품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눈을 뜨기 시작한 그들이 1919년에 일본 YMCA 독립선언, 또 소위 3.1 독립 만세 봉기를 주도한다. 이에 놀란 일제가 폭압정치에서 소위 그들이 말하는 문화정책으로 바뀌면서 동아일보, 조선일보 같은 신문들이 발간된다. 그리고 유학에서 돌아온 이들이 서구의 문학, 사상, 철학 작품들이 주로 신문 지상을 통하여 전해졌지만 당시의 지식계층의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소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 등으로 다시 문화의 암흑기에 들어선다. 그리고 그 암흑기는 해방 혼란 정국, 6.25 전쟁 등을 거쳐 1953년 휴전협정이 성립될 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소위 수복이 되고 전쟁분위기가 가시면서 다시 사상, 철학 특히 문학 작품의 세계가 기지개를 핀다.
그런데 그 문학의 소개는 일제식민시대 때에 거의 대부분 교육을 받았던 탓에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원작 소설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들에 의해서 일본어로 번역된 작품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작품이었고 그래서 쉽게 홍수처럼 들어 올수 있었다.
그래서 아쉬움 점은 한국에 소개된 작품들이란 것들이 일본 문학계에서 명치유신부터 자기들이 선호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러한 작품들을 번역하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일본의 문학 영향으로 우리 의식 속에서 일본의 정신, 철학, 가치관 중에서 군국주의적 다시 말해서 좋지 않은 잔재들이 꽤나 많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길가에서 학급이 일 년이라도 상급이라면 군대식으로 경례를 한다든지, 군대 병영에서 군번이 조금 빨라도 무자비한 기합과 폭행, 회사 같은 집단에서 상사의 소위 갑질이라는 횡포, 여자를 성희롱하는 습성도 남아있고, 또 이러한 의식으로 물들은 사회이었기에 군사 정권, 유신헌법 체제의 존립도 받아들일수 있었던 같다.
어찌되었든 일본어 번역 소설의 한국 번역 소설이라고 해도 작품들은 당시 6.25 전쟁 후에 사회 혼란, 정립되지 않은 가치관, 전쟁 중에 당연히 있었던 성에 대한 타락, 그리고 유교적 가정윤리의 파괴와 여성들의 해방 등의 현장에서 과거 서구의 17-18 세기에 일어났었던 나폴레옹 등장, 프랑스 시민혁명, 미 대륙 진출과 산업혁명, 러시아 농노들의 해방 등 격변의 시기에 탄생된 서구 문학 작품들의 시대상이 크게 호소력이 있었고, 그러한 장르의 작품들을 주제로 한 것들이 문학의 꽃을 피우게 된다.
그리고 좀 더 구분하자면 당시의 나 같은 남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의 독자들에게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들이 많이 읽혔다. 여학생들은 남자들의 돌봄 속에서 인형처럼 취급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고민과 기쁨을 남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누리는 것이라 선언하는 헨릭 입센의 1879 년 작품 ‘인형의 집’을 필독으로 삼았고, 그리고 여자들의 지고한 사랑, 자기희생을 미화하는 플라토닉 사랑, 또는 비극적의 운명의 여인 등을 소재로 하는 소설들이 많이 읽혔다.
여성들이 즐겨 읽었던 작품들의 몇 가지를 열거해 보자.
▦스탕달(Stendhal) 1830년 ‘적(赤)과 흑(黑)’ =1820년 브로봉 왕조의 부활에 시대상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참 사랑과 인간의 위선을 주제로 하였다, ‘가장 선하다는 것도, 가장 위대하다는 것도 모두 위선이다’ 가 이 소설의 전달 내용이다. 나무꾼의 아들 줄리앙 소텔은 레날 시장 댁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레날 부인을 유혹한다.
하지만 정체가 밝혀질까 하여 신학교에 들어간다. 그 후 팔리드 교장의 추천으로 ‘라 모두’ 후작 집에 비서로 채용된다. 여기서 후작의 딸 마틸드를 유혹하여 결혼하게 되나 결혼 직전 레날 부인의 편지로 결혼은 파기되고 법정에 서게 된다. 그는 법정에서 사회의 위선을 갈파하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을 기다리던 중 레날 부인을 만나고 그녀로부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에밀 졸라의 나나(Emild Zolad의 Nana)= 1879년부터 일간지 보르테츠에 연재된 소설이다. 이 소설이 연재되자 “팜므 파탈(Famme Fatale)” 즉 '여자 때문에 파탄이 나다'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내용은 창녀 나나 때문에 귀족들이 붕괴되고, 파탄나고, 자살하는 글들을 메들리처럼 썼다. 주인공이 천연두로 죽는 것으로 끝난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청교도 부르조아 집에서 태어난 그가 쓴 순수한 사랑이야기의 소설이다. 작자는 작품에서 진정한 사랑은 마태복음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라는 뜻을 전하려 했다는 평이다. 줄거리는 남자주인공 제롬은 2년 연상의 알리사에게 바치는 지극한 사랑은 자기희생, 금욕과 헌신이라 믿는다. 여 주인공 알리사도 제롬의 사랑을 알지만 또 사랑하지만 감추어진 금욕이 그의 사랑에 대한 답이라 믿고 살다가 죽어 간다.
▦볼프강 괴태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1774년 편지체로 쓴 이 소설 때문에 2,000 명이나 모방 자살을 했다.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롯테를 사랑한다. 그러던 중 약혼 남 알베르트가 나타난다, 사랑 밀회가 어려워지고 타 지방으로 갔으나 롯테가 그리워 다시 돌아오고, 유부녀가 된 롯테가 더 이상 사랑을 이어갈 수 없음을 알리자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줄거리이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 사랑’= 모스코바 대학에서 문학, 쌍트페떼르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헤겔 철학에 심취한 러시아 작가로서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 사망한 러시아 작가라기보다 서구작가이다. 어머니를 연인으로 사랑하고 아버지를 연적으로 생각하는 오디프스 콤플렉스 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줄거리는 16세의 페드로비치는 몰락한 공작의 딸 21세의 지나이나를 연모한다. 그녀를 연모하며 주위를 맴돌며 그녀가 남성들을 유혹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사로잡은 남자를 질시하며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잠입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자기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칼을 떨어트린다. 그러면서 첫 사랑의 열병에서 깨어난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작가 브론테(1918년-1948)는 성공회 신부 페트릭 브론테의 딸이다. 줄거리는 케서린 집에 인쇼가 히스클레스라는 아이를 데리고 온다. 어린 나이에 케서린과 히스클레스는 언덕위에서 캐서린은 여왕 히스클레스는 인디아 왕자로 가장하고 서로 미래를 약속하는 놀이를 한다. 그러던 중 히스클레스를 데리고 온 인쇼가 죽자 상속자 힌들리는 그를 마부로 만들어 일을 시킨다. 그리고 케서린을 부와 명예를 지닌 에드거 린튼에 시집을 보낸다. 히스클레스는 절망하며 해외로 떠난다, 몇 년 후 히스클레스가 거부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가 돌아 왔을때에 케서린은 폐결핵을 죽어가면서 히스클레스의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그 이후 그는 언제나 폭풍이 부는 날이면 그 옛날 어린 시절 장래를 약속했던 언덕으로 달려간다.
▦기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1883년 발표)= 사랑과 미움의 근본적 대립을 그리고 인간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연주의 작가로 김동인, 현진건, 염상섭의 작가들의 정신적인 뿌리이다.
노르망디 귀족의 딸 장느가 수녀원에서 나와 바람둥이 라마르 자작(줄리앙) 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식모 로자리와 바람을 피우고 임신을 시키기도 하고 종국에는 백 작부인과 간통을 하다가 발각돼 죽임을 당한다. 아들 폴 역시 재산을 파산시키고 사 라 진다. 얼마 후 그 폴이 낳은 손녀를 그가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인생을 비극도 슬 픔도 아닌 그저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작품세계를 탐닉하던 그 시대 여학생들은 때로는 20 세기 작품이고 다소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작품까지 읽히는 영역까지 넘나든다. 한 예로 로랜스의 ‘차털리 부인의 사랑’ 과 1950년대에 막 소개된 프랑스와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같은 소설이다. 그리고 혹자는 차털리 부인의 사랑이 정비석 작품의 ‘자유부인’ 소설의 모태가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차털리 부인의 사랑의 줄거리를 다시 생각해 본다.
1928년 작품 D.H.Lawrence의 소설 Lady Chatterley’s Lover의 줄거리코니(콘스탄스)는 탄광 소유 귀족 클리포드 차털리와 결혼 한다. 그러던 중 클리포드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 성적 불구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 후 코니는 성생활을 할 수 없는 남편과의 생활에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둘은 시골 별장으로 이사를 가서 전원생활을 시도 하다가 코니는 산지기 금발의 멜로즈가 목욕하는 모습에서 성적 충동을 느끼고 오두막집에서 성적 밀회를 시작한다. 남편 클리포드가 코니를 여행 시키고 그 사이에 멜로즈를 쫓아내지만 코니는 임신한 몸으로 클리포드 집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멜로즈와 살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이제 나타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 글씨 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겠다
이러한 1959-1960년대 당시 한국의 문학풍토에서 소개 된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품 중에 하나가 바로 ‘주홍 글씨’이다 이 작품은 1850년 청교도들이 신천지를 찾아 온 보스톤 옆 작은 마을 세일럼 빌리지를 배경으로 도덕적 완벽주의를 비판한 소설이다 줄거리는 혼자 살고 있는 ‘헤스터 프린’ 이 임신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간통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간통했다는 A라는 주홍글씨의 문신을한 채 살아간다. 그녀는 딸 펄을 낳고 삯바느질로 살면서 이웃을 도우며 살지만 경멸과 멸시 속에서 산다. 반면 그와 간통한 사람은 바로 존경을 받고 있는 ‘아서 딤스데일’ 목사이다.
그리고 그는 내면의 세계에서 고통과 번뇌의 삶을 산다. 한편 죽었다고 믿어졌던 그의 남편 ‘로져 칠링워스’가 고향 암스델담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은밀히 헤스터가 누구와 간통했는지 조사하다가 아서임을 눈치 챈다. 해스터와 아서가 같이 도망을 하려고 하다가 아서가 모든 군중 앞에서 고백을 하며 죽는다. 특이한 점은 그들의 딸 펄을 등장시켜 끊임없이 어머니 헤스터의 죄를 깨닫고 고통 받고 후회하게 하는 한편 아서의 고백에 키스를 해 주는 등의 모습으로 기독교의 구원의 세계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고등학교 시절 나의 문학 세계이었고 내 나이 또래 여학생들의 문학 세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가끔 요즈음 무슨 소설이 읽히고 있나 살펴본다. 그리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근간 몇 년간 베스트셀러가 베르베르의 제 3인류, 하루키의 IQ84, 기욤의 센트럴 파크 같은 소설이다.
전부 스릴러, 과학 공상이랄까 하는 소재들이다. 이곳 보스톤 옆 동네 호손이 태어난 집 앞에 와서 잠시 나의 학생 시절로 돌아 왔나보다. 그리고 오늘날의 문학 소설들을 보면서 ‘이것이 소설이냐, 그것이 소설이지’ 라고 혼자 내뱉으며 쓴 웃음을 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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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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