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쿠아리움-오동도-케이블카-벽화마을… 꽉 찬 하루
이순신광장에서 하멜전시관에 이르는 1.5km 해양공원은‘여수 밤바다’ 필수 산책 코스다.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 경관조명이 분위기를 더해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수=최흥수기자>
해안도시라고 해서 무더위가 비껴가진 않는다. 짙푸른 바다색에 눈으로나마 잠시 시원함을 느끼고, 바람이라도 살랑 스치면‘역시 바닷바람’이라며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그리고 그 바다에 어둠이 내리고, 하나 둘 조명이 스미고, 음악까지 깔리면 그대로‘낭만바다’가 되는 것이다.‘여수 밤바다’의 탄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단 하루, 여수에서 24시간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다소 빠듯할 수도 있는 일정, 추가하거나 빼는 것은 본인의 취향이고 선택이다.
아쿠아리움에서 바닷속 구경
서울역에서 KTX로 3시간 조금 더 걸려 여수엑스포역에 내렸다. 역 광장으로 나서자 바닥을 달군 열기에 온 몸이 후끈거린다. 우선 뭘 좀 먹어야겠다. 시내 중심까지 가지 않아도 엑스포공원 주변에 간장게장 식당들이 제법 있다.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내일로’ 기차여행객을 겨냥한 게장백반이 1만원 안팎이다. 짭조름한 밥도둑으로 든든히 배는 채웠지만 여전히 햇살이 따갑다. 한낮엔 역시 실내 볼거리가 낫겠다. 엑스포공원의 ‘아쿠아플라넷 여수’로 향했다.
천천히 둘러보면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펭귄수족관, 벨루가(흰돌고래)수족관을 거쳐 ‘아쿠아포리스트’로 들어서면 다양한 민물고기가 기다린다. 손가락만 집어넣어 닥터피시의 입질을 체험을 할 수 있고, 열대어 가득한 수족관에는 먹이를 던질 때마다 울긋불긋 화려한 물결이 요동친다. 식인물고기 피라냐는 미동도 없는 모습이 더 섬뜩하다. 해파리의 몽환적인 유영에 넋 놓고 빠져들다가 터널 수족관을 통과하면 드디어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큰 메인 수족관이다. 거북과 가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바다 생물이 하늘을 날듯 헤엄친다. ‘아쿠아 판타지쇼’가 끝나면 물고기들이 만찬을 즐기는 ‘피딩 쇼’(오후 2시30분)가 이어진다. 먹이 주는 잠수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든 대형 물고기들이 수족관 전면을 가득 메운 장면이 환상적이다.
오동도 해상케이블카 바다 조망
한낮 무더위가 절정이다. 여전히 그늘이 그립다. 숲이 짙은 오동도로 발길을 옮겼다. 엑스포공원 끝자락에서 약 770m 방파제로 연결된 작은 섬이다. 충분히 걸을만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30분 간격으로 섬을 오가는 ‘동백열차’를 타면 된다. 오동도는 옛날에 오동나무가 많았고 멀리서 보면 오동잎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지만 지금은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빼곡한 ‘동백섬’이다. 이 외에도 꼭대기 등대 부근을 제외하면 194종의 수목이 빈틈없이 덮고 있고, 그 사이로 걷기 좋은 여러 갈래의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는 입구부터 어둑한 터널이다. 잎이 두터운 상록활엽수와 대나무로 둘러싸인 오솔길은 주변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단다. 천천히 숲길을 걸어 등대에 올랐다가 바로 앞 작은 카페에서 향이 은은한 동백꽃차를 시켰다. 약 1시간여 오동도 숲 속 휴식을 마치고 나와 해상케이블카 출발점인 자산공원으로 향했다. 엑스포공원 옆 절벽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힘들이지 않고 꼭대기까지 닿는다. 그리 높지 않지만 조금씩 바람이 일고, 오동도 주변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다. 해상케이블카는 이곳에서 돌산공원까지 1.5km 바다 위를 가로 지른다. 거북선대교 옆을 지날 땐 가늠할 수 없는 높이에 아찔하면서도, 여수항으로 드나드는 여객선과 어선이 쪽빛 바다를 가르는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만(灣)처럼 휘어든 해안선부터 옹기종기 자리잡은 도심 풍경도 정겹다.
낭만버스 타고 밤바다 투어
돌산공원에서 케이블카를 내려 이순신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가 지고 막 어둠이 내리는 시간, 낭만버스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를 타기 위해서다. 여수의 야간 명소를 돌며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취산 진달래, 동백꽃, 거문도, 이순신 등 지역의 역사를 카멜(남)과 리아(여) 두 남녀가 뮤지컬 형식의 사랑이야기로 풀어낸다.
보라색 양파에 싸먹는 여수 갯장어샤브샤브.
지붕이 없는 버스 2층에 오르자 감미로운 선율과 함께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이순신광장을 출발한 버스는 인공 시냇물이 흐르는 도심공원 ‘여문문화의 거리’를 통과해 소호동 ‘동동다리’에서 한번 쉬어간다. 동동다리는 야간조명으로 장식한 700m 바다 위 산책길이다. 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이곳에서 마무리되고, 대기하고 있던 버스커의 즉석 공연이 시작된다. 가족 친구 연인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진행한다. 5일에는 결혼한 지 3년이 된 남편이 아내에게 로맨틱하게 고백하는 이벤트로 동승한 여행객들에게도 감동을 안겼다. 이벤트 신청은 여수관광문화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동동다리에서 버스커를 태운 낭만버스는 라이브 공연을 펼치며 천천히 해안도로를 달려 도심으로 향한다. 경관조명이 아름다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를 통과하고, 여수엑스포역과 종포해양공원을 거쳐 오후 9시30분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여행의 참 맛은 때로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에 있다. 이런저런 볼거리를 더하지 않아도 차창에 부는 바람, 그에 어울리는 음악만으로 충분히 낭만이 넘친다. 낭만버스는 매주 금ㆍ토요일과 공휴일 오후 7시30분 출발한다. 여수시 통합예약사이트( http://ok.yeosu.go.kr )에서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천사벽화골목 바다전망 아침산책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스스로 성금을 모아 조성한 스토리텔링 벽화마을이다. 밤바다 분위기가 절정이던 해양공원 언덕 마을에서 진남관까지 이어지는 약 1km 구간 골목 담벼락을 만화 ‘식객’, 이순신, 거북선 등 여수를 소재로 한 벽화로 장식했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여수 바다는 밤의 들뜬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산뜻하고 생기가 넘친다.
벽화골목 산책로는 여수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길이기도 하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면 돌산대교 아래 동그랗고 작은 섬, ‘장군도’가 유난히 눈에 밟힌다. 섬 한쪽 바닷속에는 보이지 않지만 국내 유일의 수중 석성이 존재한다. 1497년 절도사로 온 이량 장군이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만든 석성이다. 섬 양쪽의 두 개 물길 중 한쪽만 지키면 되도록 고안한 해상 방어장치다. 장군도는 바로 이량 장군의 공로를 반영한 이름이다.
갯장어요리로 마무리
1시간여 벽화골목 산책을 마치고 웅천친수공원으로 향했다. 웅천해변은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윈드서핑, 딩기요트, 패들보트, 스노클링 등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모든 체험이 무료다. 장비 대여비도 없을 뿐 아니라 처음 타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강습까지 해준다.
여수는 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름난 해변이 드물다. 웅천친수공원도 실제로는 모래를 추가해 조성한 인공해변이다. 해변과 바로 앞 작은 섬인 장도 사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 초보라도 걱정 없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여수에서 마지막 여정은 제철을 맞은 갯장어요리를 맛보는 것으로 정했다. 남산동 당머리 선착장 ‘참장어거리’에 장어 음식점이 여럿 있지만,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신월동 넘너리 선착장의 한 식당에 들렀다. 여수에서 갯장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양파에 싸서 먹는 것이다. 절반을 툭 잘라 나오는 보라색 양파를 한 껍질씩 벗겨서 그 위에 회나 데친 생선살을 올리고 전용 쌈장과 고추냉이를 살짝 더하면, 비릿한 맛은 사라지고 고소하고 담백한 갯장어 맛이 입안에 퍼진다. 갯장어는 10월까지 제철이다.
케이블카와 나란한 거북선대교 아래로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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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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