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30일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기지. 중국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열병식. 먼저 중국공산당 기가 입장했다. 뒤이어 들어온 것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최신 전투기만 100여대에 대륙간탄도탄(ICBM) 둥펑(DF)-31AG 미사일 등 신무기들이 동원됐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난도 훈련과 함께 열린 열병식 사열대 위에 군복차림의 시진핑이 등단했다. “주시(主席)하오”를 외쳐대는 장병 앞에서 그는 “강군(强軍)의 길을 걸어 나가자”고 선언했다. 이어 강조한 것은 공산당 영도원칙. 군은 영원히 당 지시에 따를 것을 주문했다.
‘군사굴기의 본격화 신호로, 강군몽(强軍夢)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신의 평가다. 다른 지적도 나온다. 위력과시는 해외보다 국내용 목적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당의 영도원칙 강조와 함께 군 내부 분위기 결속과 당에 대한 충성을 주문했다. ‘왜. 그만큼 위기의식이 높다는 반증이 아닐까.’- 일각에서의 진단으로 중국공산당 체제는 이미 ‘엔드 게임’(end game)에 돌입, 해체된 구소련과 흡사한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거대하다. 중국이라는 지도 자체가. 또 베이징이나, 상하이거리를 걷노라면 발전해가는 거대 중국의 다이내믹을 느낄 수 있다. 이 황해 연안 도시들에서 서쪽 내륙지역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얼마 못가 전혀 다른 중국을 만나게 된다. 공용어인 북경관화는 듣기가 힘들다. 대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빈곤에 허덕이는 비(非)한족계 소수민족들의 모습이다.
전설 속의 인물 황제(黃帝)의 후손을 자처하는 한족(漢族)은 14억에 달하는 중국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 한족 밀집지역은 그러나 생각보다 상당히 좁다.
농업경제를 유지하려면 최소 연 15인치 정도의 강우량이 요구된다. 한족 밀집지역은 중국대륙을 북동에서 남서로 가로지르는 이 15인치 등강수량선(等降水量線) 동남지역에 국한돼 있다.
북부에서 서부를 아우르는, 훨씬 광활한 지역은 건조하고, 인구밀도도 낮다. 네이멍구, 신장, 티베트 등지가 그곳이다. 소수민족 거주지역인 이 지역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낙후돼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한족 밀집지역에 대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한족 밀집지역이라고 균등한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한족 밀집지역 중 내륙지역에 거주하는 6억5000만 인구는 연 가계소득 1000달러 수준의 빈곤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부(富)는 황해에서 2백마일 이내의 연안지역을 따라 몰려 있고 내륙지역의 한족들은 제3 세계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국은 현실에 있어 이미 3개 국내 전선에서 전쟁 중에 있다.” 인터프리터지의 분석이다. 그들 스스로는 결코 ‘신장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동 투르크스탄’ 혹은 ‘위구르스탄’이라고 부른다. 1949년까지만 해도 ‘동 투르크스탄’이라는 이름의 독립국이었다. 중국 공산군이 침공해 병합한 후 이름을 ‘새로운 국경’이라는 뜻인 신장성으로 바꾸었다. 위구르인들은 그 이름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장성에서 신생아 이름을 회교 이름으로 지으면 처벌받는다. 수염을 기르는 것도 범죄행위다. 회교전통의 문화 활동은 모두 금지돼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베이징이 공공연히 조장하고 있는 ‘한(漢)지상주의’다.
한족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민족으로 전 우주의 중심에 있다. 수 천 년 전통의 한족의 문화는 어떤 문화보다도 우월하다. ‘한(漢)지상주의’의 요체다. 그 ‘한(漢)지상주의’에는 심각한 독소가 묻어 있다. ‘외국’자만 붙으면 무조건 사악(邪惡)시 하는 극도의 배타성이다. ‘한 세기의 치욕’을 가져다 준 서방과 일본이 바로 ‘사악한 외국세력’이다.
이 ‘한(漢)지상주의’는 해외정책에서는 완력외교 형태로 나타난다. 주변국은 관리 대상 일뿐이다. 파트너란 개념은 없다. 복종만 강요하는 것이 바깥을 향한 ‘한(漢)지상주의’의 얼굴이다.
‘한(漢)지상주의’는 중국내 소수민족도 외국세력, 곧 사악한 세력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그 독소적 내셔널리즘에 중국 사회가 중독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한(漢)지상주의’는 국내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족을 이주시켜 소수민족지역을 조직적으로 한화(漢化)시키는 것이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노골적인 소수민족 박해다.
탄압이 강할수록 저항도 거세진다.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탄압에 맞서 위구르인들은 알 카에다 등과 연계해가면서까지 베이징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의 사정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찬가지로, 신장성에 이어 두 번째 국내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거기다가 홍콩에서의 자유화 움직임은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족밀집지역에서도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어가고 있다. 반정부성향이 강한 양자강이남 지역과 경제적으로 낙후된 내륙의 한족밀집지역에서도 불온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부정부패, 심각한 부의 편재현상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최우선 전략적 이해는 외부 아닌, 내부의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다. 티베트나 신장성에 대한 통솔력을 상실할 경우 중국의 국경선은 동쪽으로 크게 후퇴, 완충지대상실과 함께 전략적 위기를 맞게 된다.” 싱크 탱크 스트랫포의 진단이다.
“이와 못지않게 긴급을 다투는 과제는 내륙의 한족 밀집지역과 연안의 한족 밀집지역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그래서인가. 2011년부터 베이징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막는 국내안보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천안문사태이후 처음으로 중국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의 통치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이와 동시에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 중국도 과거 소련이 맞은 해체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맞는 전망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은 결코 중국공산당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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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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