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이들에 맞서 맞불시위를 벌인 시민들을 한 묶음으로 싸잡아 비난하자 많은 미국인들이 신속하고도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뒤늦게 구색을 갖춰 내놓은 미국 지도층의 반응은 국가 엘리트들의 불편한 자화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대중주의 반란시대를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다.
오늘날 가장 존경을 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정치인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그들을 여론조사 수치와 포커스 그룹에 매달리는 비열한 겁쟁이로 간주하다. 이 같은 견해는 트럼프의 언행에 감히 토를 달지 못하는 공화당 관리들의 태도를 통해 뒷받침된다. 일부 존경받아 마땅한 예외가 있긴 하지만 TV 생방송에 단골로 출연해 모든 쟁점을 쾌도난마식으로 풀이하던 공화당의 남녀인사 대다수가 샬러츠빌에서 불거진 어마어마한 정치적 사안 앞에서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
그들이 핵심지지층과 예비선거, 우파 후원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국가와 양심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최고위층에 속한 누군가가 국가의 가치를 짓밟는다면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그리고 조건 없이 목소리를 높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미국인들 사이에서 비즈니스 리더들은 여전히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다. 거대한 기구를 경영하는 재계 지도자들은 25년 전의 선배들을 중산층처럼 보이게 만드는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아가며 자가용 비행기와 헬기, 리무진의 거품 속에서 생활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사회적 표준을 정하고 대중을 지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부와 힘, 그리고 견고한 안정성을 갖고 있다.
역시 일부 존경할만한 예외가 없진 않지만 재계 지도자들도 비겁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를 떠돌이 약장사 같은 협잡꾼이라 생각한다. 과거 일부 재계 인사들은 상도덕을 결여했다는 이유로 그와의 거래를 끊었다. 다른 비즈니스 리더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한 것을 재미있어 했지만 무역, 이민과 난민처리 문제에 관한 그의 공약을 역겨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돌직구를 날린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가 샬러츠빌 폭력사태를 쌍방과실로 선언한 이후에도 그와 거리를 둔 재계 지도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머크(Merk) 최고경영자인 케네스 프레이저가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직을 사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트럼프가 그의 첫 발언의 강도를 더 높이지 않았다면 재계 지도자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 제 할 말을 했을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대통령 경제자문단에 속한 비즈니스 리더들 중 일부는 달리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나서야 비로서 트럼프 호에서 뛰어내렸다.
미국의 테크놀로지 선구자들은 아마도 지상에서 가장 칭송받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똑똑하고 혁신적일 뿐 아니라 성공한 인물로 간주된다. 부유하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현명한 첨단산업 지도자들은 우주여행과 인조지능을 입에 올리는 미래의 예언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현재 백악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상의 일들을 제대로 보지 못해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인 도덕성의 문제가 터졌는데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이 그들의 견해를 피력했지만 침묵을 택하거나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선 성직자들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성적소수자(LGBT) 보호를 반대하는데 불타는 사명감을 과시한 교계 지도자들이 신나치 폭력에는 왜 입을 다무는가?
미국의 엘리트들도 한때 공의를 존중했다. 대부분 개신교 신자들이었던 과거의 엘리트들 중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기업의 중역실, 고위 공직과 최고 명문학교 등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그들은 자신이 국가의 정점에 놓인 안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처럼 보장된 안정성 덕분에 그들은 도덕적 지도력을 발휘하는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늘날의 엘리트는 흔히 실력주의라고 불리는 성과본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힘과 영향력을 지닌 위치로 상승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신흥 엘리트들은 과거에 비해 불안정하고 조심성이 많으며 자기중심적이다.
다음번 예비선거나 기금모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정치인들은 개인 사업가와 비슷하다. CEO들은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자신이 이끄는 회사가 한 순간에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생활한다. 그런가하면 종교지도자들은 행여 교인들을 잃을까 늘 좌불안석이다. 이런 그룹에 속한 엘리트들은 고결한 정신을 그들이 가질 수 없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신 엘리트들은 대부분의 다른 미국인들에 비해, 혹은 인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새로운 엘리트 그룹이 보다 큰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그 일을 대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주 가장 크게 칭찬받아 마땅한 공인(public figures)그룹은 군의 고위 지휘관들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휘하에서 일하는 장성들은 살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 미군 5개 부대의 최고 지휘자들은 각기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종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명료한 어조로 비난했다. 아마도 군이 인종통합을 가장 성공적으로 달성한 기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아니면 군이 여전히 명예와 표준, 그리고 가치를 존중하는 구식 기관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건 군의 지휘관들은 이 나라에서 변함없는 존경을 받는 이유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미국의 다른 엘리트 그룹들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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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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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다른의견을 내면 이런인신공격적인말을 듣는군요. 상식도 없는.. 이럴 때 무저항을 외치고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성숙하지 않을까.. 저는 군인출신이라 (인종화합?) 군칭찬에 더 할말이 없고, 폭력도 전쟁도 싫지만 내 가족 내 나라가 넘어간다면 그땐 주저않고 온몸을 던질테지만 리장군 동상철거에 서로 쌈질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평화!
살인자와 그를 목격한 시민이 싸워서 시민이 살인자를 다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둘다 폭력을 써서 다 나쁜사람이라고 하는것과 같은 말입니다. 상식을 가지세요.
파리드 자카리아가 속한 언론도 넘 치우쳐서 잘한 것도 없는 이 분의 글에 다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뉴스를 지켜보니 서로 뒤죽박죽 치고 박는 싸움의 난장판인데 미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간디에 이은 마틴루터 킹의 무저항의 전통이 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양비론이라지만 둘 다 돌을 내려놓으라는 트럼프대통령의 말에걸고만 넘어지는 벌떼언론도 반성 좀...
존경이 절로 가는 명쾌한 글이네요. 미국현실을 꿰뚫는 칼날같은 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결론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뮈해서 정의, 공공의이익, 덜대선을 포기하고 현실과 야합한다는 내용이네요. 미군이 존중 받는 이유를 정확이 쓰고 있네요. 역시 미국군부 최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