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가 여기까지 왔을까? 미국이 아시아에서 핵전쟁을 치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지구촌 주민들의 눈에는 과연 어떻게 비칠까? 북한은 이미 10년 전부터 핵무기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부득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최근 북한의 핵기술이 극적인 개선을 이루었다는 말인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대단히 염려스럽고 위험스러울 정도로 과장됐고, 또한 잘못 처리됐다.
트럼프는 처음부터 북한에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길 원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진지한 정책검토가 나오기 이전까지의 초반 몇 개월 동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을 향해 대놓고 ‘전략적 인내’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잠재력은 “용인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염두에 둘 것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지목한 용인불가 대상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아니라 핵공격 잠재력이라는 점이다.
물론 트럼프는 지난 화요일 “북한이 위협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일찍이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들보다 한 발 앞서 나아갔다. 목요일 북한의 강경반응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내 발언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북한의 핵위협에 핵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맞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건 믿을만한가? 대답은 또다시 “No”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예방적 핵전쟁을 전개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의심할 나위 없이 이 지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일본과 한국을 뒤흔들었다. 이처럼 공허한 협박과 허튼 수사는 미국의 국위와 국력을 크게 떨어뜨려 차기 행정부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왜 으름장을 놓는 것인가? 바로 그것이 트럼프의 기본 행동모드이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거창한 약속과 불길한 위협을 되풀이했으나 실천이 따르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업을 할 당시에도 그는 언론기관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빈번하게 위협했으나 그나마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1984년이 마지막이었다. 트럼프는 결코 법원 밖 합의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USA투데이에 따르면 그는 최소한 100차례나 법정 밖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그의 정치 인생에서도 트럼프는 이와 동일한 협박전략을 구사했다. 지난 2011년 트럼프는 자신이 고용한 조사원들이 버락 오바마의 출생증명서와 관련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조만간 이중 일부 흥미로운 내용을 공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짐작대로 그는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선전 당시 그는 중국을 외환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며, 멕시코에게 국경장벽 설치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실행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당선된 후 그는 타이완을 인정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취임한지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를 접었다. 그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FBI)과의 대화 녹취 테이프를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물론 녹취 테이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핵 위기에 대처하는 지금도 트럼프는 쉽사리 들통 날 주장을 펼친다. 트위터를 통해 그는 대통령으로서 그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미국이 보유한 핵 무기의 “현대화”였다고 밝혔다. 실제는 다르다. 그는 단지 의회의 의무적 핵무기 검토지시를 따른 것뿐이며 아직 검토절차가 완료된 것도 아니다. 북한이 이 정도 절차조차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미국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입조심을 했다. 스탈린보다 훨씬 위협적 지도자인 마오쩌뚱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당시에는 더더욱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마오는 설사 핵 공격을 받는다 해도 중국의 인구가 워낙 많아 서방제국주의를 분쇄하기에 충분한 생존자들이 남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전혀 두려울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 뒤를 이은 미국의 역대 행정부 역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세계는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과 동거하고 있다. 만약 협상과 외교를 통해 현실을 뒤집을 수 없다면 남은 과제는 강력한 핵 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뿐이다. 스탈린의 러시아, 마오쩌둥의 중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핵 억지력을 제대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엄포는 오판의 위험을 높이거나 말과 행동이 서로 맞부딪히며 증폭되는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수요일 “미국민은 편하게 밤잠을 이루어야 하며 특히 지난 며칠간 이어진 거친 발언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코 평범한 발언이 아니다. 아마도 유례없는 발언일 것이다. 국무부 장관은 미국인과 세계를 향해 북한 독재자의 말이 아니라 그의 상사인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무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일생에 걸쳐 그의 측근들이 해온 일이기도 하다. 그들은 트럼프를 이끌어온 만트라(mantra: 주문)가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이 아니라 ‘엄포의 기술’(Art of the Bluff)이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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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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