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협주곡(콘체르토 concerto)’은 오케스트라와 협주 악기 독주자(soloist)가 함께 연주하는 서양 고전 음악의 한 형식이다. 협주곡의 어원은 라틴어의 ‘콘체르타레(concertare)’인데 여기에는 ‘경쟁하다’와 ‘협력하다’라는 뜻이 함께 담겨있다.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경쟁을 함과 동시에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화성과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가 조화를 이루며 음악적 긴장감을 높여 우리의 눈과 귀를 한번에 사로잡는다.
바로크 시대에는 하나의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주협주곡’과 둘 이상의 독주악기들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합주협주곡’ 등 여러 가지 형태의 협주곡들이 존재하였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코렐리(Arcangelo Corelli, 1653~1713)의 <크리스마스 협주곡>과 독일 작곡가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대표적인 합주협주곡이다. 18세기에 이르러 독주협주곡이 합주협주곡을 대체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은 점차 독주자의 기량이 돋보이는 독주협주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잘 알려진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도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는 독주협주곡이다. <사계>의 제3곡 ‘가을’에 나오는 선율은 서정적이고도 흥겨운 리듬을 가져 8월의 여름 밤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는 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빈, 파리 등의 대도시에서 작곡가들이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킬 수 있었고, 이는 작곡가들에게 경제적으로도 필요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당시 협주곡들은 바로크 시대의 협주곡 양식에서 벗어나 소나타 형식을 확립하였다. 대부분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악장은 보편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먼저 제시하며 시작하였다. 하지만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처음으로 독주자의 연주가 서두에 놓이는 새로운 형식이 탄생하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웅장하고 화려한 곡의 성격 때문에 ‘황제’라는 부제가 나중에 붙여졌는데 피아노 독주의 화려하고 당당한 도입부가 매우 인상적이다.
협주곡에서 독주자의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독주자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인 ‘카덴차(cadenza)’도 생겨났다. 이는 본래 음악이 끝나는 ‘종지(cadence)’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어 협주곡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멈추고 독주자 혼자 기량을 뽐내는 부분을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하였다. 카덴차는 빠른 악장의 종결부 전에 삽입되어 원래 연주자의 즉흥에 맡겨졌었다. 하지만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이후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이 분리되면서 작곡가가 사전에 카덴차를 작곡하도록 하였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피아노 협주곡 4번 이후의 두드러진 관현악의 사용은 브람스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교향곡적인 협주곡을 낳게 하였다. 또한 4악장짜리 협주곡도 나타나고 모든 악장이 휴식 없이 계속 이어 연주되는 협주곡도 작곡되었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이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에서 처음 1주제를 독주악기가 연주하는 단일 제시부를 갖게 하였고, 쉬지 않고 2악장 뒤에 3악장이 바로 연결되어 연주되도록 하였다. 또한 건반 위의 마술사였던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독주자로서의 명인적인 역량을 과시하는 부분이 상당하다. 그는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관현악법 공부를 늦게 시작하여 그의 중요한 협주곡들은 낭만시대 후반부에 등장한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교향곡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협주곡을 써냈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세밀하고 풍성한 관현악법과 화려한 음악적 기교는 물론 약 50분이라는 긴 시간을 가진다.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제프 요아킴(Joseph Joachim, 1831~1907)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만큼 바이올린 독주에 상당한 기교가 포함되어 있다. 원래 4악장으로 계획되었으나 브람스가 요아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2, 3악장을 포기하고 아다지오 악장으로 대체하여 현재의 3악장으로 완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케스트라 부분이 거의 교향곡처럼 탄탄하게 쓰였기 때문인지 지휘자 요제프 헬메스베르거(Joseph Hellmesberger, 1828~1893)는 이 곡을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 아니라 ‘그것에 대항하는 협주곡’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낭만주의 시대가 이전의 시대에 비해 형식을 자유롭게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독주협주곡은 20세기에 들어서도 바르톡, 프로코피예프 등에 의해 협주곡의 개념이 다채롭게 확대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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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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