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를 잡아야하나, 말아야 하나”는 매사에 충동적인 보스를 모신 도널드 트럼프 참모들의 가장 뜨거운 논쟁 화두다. 대선 캠페인 때도 그랬고, 대통령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트럼프를 트럼프답게 내버려 두라(Let Trump be Trump)”는 후자가 우세했다.
정책방향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예측불허 대통령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한 측근들의 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상당수 참모들이 타의 또는 자의에 의해 사라졌으며 대의회 관계는 악화되었고 주요정책 입법화는 표류상태…출범 6개월 동안 무질서하고, 미숙한 백악관의 혼돈상은 끊임없이 그 민낯을 드러냈다.
지난주가 클라이맥스였다. 불과 열흘 만에 3명의 고위참모가 줄줄이 쫓겨났다. 거친 언행의 ‘미니 트럼프’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새 공보국장으로 임명된 후 백악관은 원색적인 인신공격과 욕설이 난무하는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숀 스파이서 대변인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며칠 간격으로 사임형식의 해고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하극상까지 벌이며 대통령의 눈밖에 나있던 프리버스 제거에 앞장섰던 스카라무치 역시 채용 열흘 만에 전격 해임되었다.
참모들의 내분을 ‘건강한 경쟁’으로 즐긴다는 트럼프조차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게 혼돈에 빠진 백악관을 누가 바로 잡을 수 있을까. 트럼프와 최측근 친구 및 참모들이 합의한 결론은 “누군가 할 수 있다면…그건 존 켈리!”였다고 ABC 뉴스는 보도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새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켈리는 미 남부사령관을 역임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의 국토안보부 장관이었다. 강직한 성격으로 군에서 신뢰 받는 리더였던 그는 워싱턴에서도 트럼프보다 훨씬 존경받는 트럼프의 각료로 꼽혀왔다. 상원인준도 민주당의 별 반대 없이 압도적 지지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맨 처음으로 받아냈다.
이번 주 초 백악관 2인자로서의 출발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회의 분위기부터 달라졌다고 인터넷매체 엑시오스는 전한다 - 다른 참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 자신도 회의에 주의를 기울이며 4성 장군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듯 보였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주요 임무는 대통령의 시간 배당이라고 한다. 대통령에게 누가 말하고, 대통령과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에 대한 통제다. 사소한 문제들은 참모 선에서 처리하고 대통령의 시간과 관심은 중요한 사안에 집중될 수 있도록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취임 첫날 첫 회의에서 켈리가 강력하게 지시한 것도 대통령의 딸과 사위까지 포함한 모든 참모들의 모든 보고는 자신을 통해 하라는 엄중한 통보였다.
켈리는 전임자 프리버스와는 달리 성공 요건을 갖추고 시작했다. 프리버스에게는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았던 전권을 대통령에게서 부여받았고, 존경받는 인물로 백악관 내 어떤 파벌이나 분쟁에도 아무 연관이 없다. 대통령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총애’를 과시하며 위아래 없이 휘젓던 스카라무치를 단칼에 날려 보내는 것으로 확실한 입지도 증명했다.
그러나 스카라무치 내쫓기는 ‘쉬운 일’이었다.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다. 백악관 질서회복의 적임자로 발탁된 ‘지휘관’ 켈리 앞에 산적한 온갖 난제는 앞으로 계속 그의 능력을 가혹한 시험대에 서게 할 것이다.
대통령의 가족사단을 비롯해 개인친분으로 얽힌 대통령의 ‘측근’이 언제까지 대통령의 셀폰 번호 사용을 자제하며 그의 보고라인 단일화에 협조할지도 알 수 없고, ‘유능한 백악관’의 동력이 될 인재확보도 시급하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대 의회관계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관리직이기 보다는 노련한 역량이 요구되는 고도의 정치적 직책에 가깝다. 백악관 못지않게 의사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의원들과 주요정책에 관한 논쟁을 벌여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키는데 일조해야 한다. 그래서 택스에서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주요 어젠다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켈리가 밤새워 해야 할 숙제로 주어졌다.
거기에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조사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모두에 앞서 가장 중요한, 가장 어려운 문제, 비서실장 켈리의 최대 도전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다. 켈리의 성공여부는 트럼프에게 달려있다. 트럼프 자신이 변해야 한다. 최소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충동적 대통령 언행의 고삐를 잡으려면 무절제한 트윗 습관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켈리의 업무 첫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천명했다 : (트윗이) “내겐 진실을 알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화당 의회와의 교량역할을 담당했던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오바마케어 폐지 무산으로 트럼프 공약의 실패를 상징한다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이민단속 강화를 기대이상으로 집행한 켈리는 트럼프 공약의 성공을 대변한다. ‘승리’를 사랑하는 트럼프가 켈리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인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승리 약효가 언제까지 남아 켈리에 대한 전권부여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모두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과제 - ‘트럼프를 트럼프답게’에서 ‘트럼프를 대통령답게’로 바꾸는 일을 어느 정도라도 해낼 수 있다면 켈리는 ‘성공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미 정치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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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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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해도 좋을겁니다. 바뀌면 트럼프가 아니지요. 트럼프가 바뀌는 순간 그의 지지자들이 짱돌을 날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