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계 최대 온라인 스토어인 아마존이 기업공개를 한지 20년 되는 해이다. 아마존은 단순히 온라인 샤핑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는 4,640억달러. 20년 전 1만달러어치 주식을 사서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은 500만달러 부자가 돼 있다는 말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사업가”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이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재미 삼아 차고에서 중고책 몇 권을 인터넷으로 판 경험이 바탕이 돼 지금의 아마존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연히 시도해 본 경험이 인터넷 시대와 맞아 떨어지면서 아마존이라는 거대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성공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불렀다.
영화 제목으로도 한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세렌디피티’는 ‘운 좋은 발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조금 더 넓게는 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인류를 감염의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구원해 준 페니실린의 발명 과정을 떠올려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을 발명은 우연히 이뤄졌다. 조수가 실수로 실험실 창문을 열어두는 바람에 밖에서 곰팡이 균이 들어와 플레밍이 배양 중이던 포도상 구균을 오염시켰다. 이때 일어난 이상한 반응이 결국 페니실린이라는 놀라운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런 게 세렌디피티이다.
성공에는 운이 작용한다는 것을 세렌디피티는 말해주고 있다. 사실 성공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워런 버핏조차 자신은 ‘자궁의 로토’를 맞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태어날 때 인종과 재능의 혜택을 입었다는 것이다. 실력으로 태생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순전히 우연과 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버핏은 재능조차 우연의 결과로 돌린다.
그런데 세렌디피티가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의 결론이다. 와이즈먼 교수가 소위 ‘운이 좋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면밀히 비교해 본 결과 운 좋은 사람들은 관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똑같은 것이 찾아오고 지나가는데, 그것이 기회라는 걸 알아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갈린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는 것은 곧 그만큼 남다른 시선과 관찰력을 가졌다는 걸 뜻한다. 평범해 보이는 것을 비범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과 눈을 지닌 사람에게만 우연이나 실수까지도 행운이 되는 세렌디피티가 찾아온다.
로토 대박은 순전한 운이다. 그러나 운 좋은 발견을 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여기에는 개인의 능력과 성격적 특성 등이 작용한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베조스의 세렌디피티는 그런 점에서 운 보다는 뛰어난 실력에 방점이 찍힌 단어라 해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재정 칼럼을 쓰는 칼 리처즈는 운의 중요성에 관한 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자기 친구 애기 들려준다.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 게 계기가 돼 그의 친구의 친구를 통해 뛰어난 출판 에이전트를 소개 받았고 그 덕분에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얘기다. 좋은 사람을 만난 건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그런 기회를 잡게 된 것은 옆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지적 소양과 상냥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시험문제를 잘 풀거나 전문지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만이 실력은 아니다. 겸손함과 친화력, 따스한 시선, 그리고 관찰력 등 정서적 요소들도 모두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야 말로 성공의 운을 부르는 진정한 힘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운도 실력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버핏처럼 자신의 성공을 운의 덕으로 돌릴 줄 아는 겸양까지 갖춘다면 보다 큰 성공을 부르는 현명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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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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