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6개월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그가 택하지 않은 길, 즉 잃어버린 기회를 주목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숱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이 직면한 실질적인 문제와 기성 정치시스템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좌절감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변했다.
이에 곁들여-다소 일관성이 없기는 했지만-전통적 좌우 분리를 넘어선 대중주의를 포용하고 표현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자주 입에 올리던 “잊혀진 미국인들”에 과감히 초점을 맞춘 실용적이고 업무지향적인 개혁가의 방식으로 통치를 했다면 지금 현 시점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의 상상을 지원할 흥미로운 견본이 하나 있다. 트럼프 당선 후 좌파와 우파 출신의 친 트럼프 지식인들로 구성된 소그룹이 “기존 도그마에서 벗어난 새로운 정책 토의”를 약속하며 “아메리칸 어페어즈”(American Affairs)라는 저널을 출범시켰다. 저널은 트럼프의 성공을 가능케 한 이념을 정확히 설명하는 최고의 포럼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아메리칸 어페어즈의 견해에 관심이 집중되자 편집자들은 그들의 편집방향을 간략히 요약하는 것으로 2호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무역, 이민과 대외 정책에 관해 편집자들은 미국의 정책기조에 약간의 변화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문제인 국내와 경제 정책의 경우 아메리칸 어페어즈는 기존의 정책과 뚜렷이 다른 온전한 대중주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공화당 이념의 중심부에 위치한 주제인 세금과 관련, 편집자들은 감세를 만병통치약인 양 반사적으로 처방하는 보수적 정통주의에 “대단히 회의적”인 시각을 표출했다. 기업세 개혁은 정당성 확보가 가능한 반면 “상위소득 세율인하는 핵심적인 경제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편집자들은 부유층의 세금회피 장치들을 제거할 것을 권했다. 이에 덧붙여 저널은 금융규제 철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매니저들에게 더 높은 세금을 매길 것을 촉구했다. 저널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직접 지출을 옹호하면서 과중한 민간분야 의존을 경고했다.
또한 편집자들은 전국민 의료보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단일보험자체제(single-payer system)와 스위스 체제 버전 등 2개의 옵션을 제시했는데 이들 중 후자는 기본적으로 강제규정을 지닌 오바마케어라 보면 된다.
말할 나위 없이 이는 트럼프의 어젠다는 아니었다. 그러나 편집자들의 지적인 아이디어를 읽다보면 그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제안한 모든 정책들은 트럼프가 대변해온 “잊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제까지 2개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첫째는 오바마케어 폐기, 도드-프랭크법 무력화, 감세, 업계 규제 철폐 등 대중주의와는 거리가 먼 전통적인 공화당 어젠다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현기증 나는 사회기반시설 플랜은 민간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 크레딧에 비해 그다지 나을게 없다.
공화당 전통과의 유일한 결별은 해외정책이었다. 여행금지를 도입하고 동맹국의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그와 그의 가족에 아부하는 독재자들을 포용하는 등 트럼프는 개인적 격정과 분노에서 비롯된 기괴하고도 변덕스런 어젠다를 추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를 규정하는 두 번째 특징은 무능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트럼프가 사회기반시설 법안으로 국정의 첫 발을 떼어 놓았다면 그는 아마도 민주당을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지기반의 분노를 감수해가며 어쩔 수 없이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반대자들을 결속시키는 반면 공화당을 분열시킬 까다롭고 어려운 헬스케어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제까지 결실을 맺은 게 거의 없다. 오바마케어는 폐기되지 않았고 국경장벽 설치를 위한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유지되고 있고 세제개혁법안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채무한도 인상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제완화 부문에서조차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가 취한 행정명령의 대부분은 단지 다양한 조치들을 “검토”하라는 지시였다. 한 환경보호론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이 성공적인 행위로 이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스탭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정치행태를 바꾸는 작업에 신속히 착수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들었고 그들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이해했으며 그 중 많은 것을 정확하게 대변했다.
그러나 막상 실행을 해야 할 시간이 닥치면 그는 진지한 아이디어나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심지어 이들을 찾으려는 열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실질적인 공공정책을 폴 라이언 하원의장 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게 넘긴 채 자신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사면해주는 대통령 노릇을 하기 원했다.
이제까지 도널드 트럼프는 예상보다 훨씬 덜 혁명적이었다. 대중주의자의 옷으로 포장을 했지만 그는 표준적 이슈와 빅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공화당원, 그것도 대단히 무능한 공화당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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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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