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취임 6개월을 맞은 제45대 미국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다.(ABC방송/워싱턴포스트 공동조사)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4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트럼프 득표율은 46.1%. 그러니까 1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을 까먹은 셈이다.
취임 초부터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 무엇을 말하나. 해외정책 수행에 적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 싱크 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취임 6개월 동안 트럼프는 무능만 입증했다. 해외정책에서는 특히.” 포린 폴리시지의 스티븐 월트의 주장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파기했다.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지나칠 정도로 중국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무능의 실례로 이 세 가지를 열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가 보인 그 무지와 무능으로 미국의 위상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미국의 우방들은 더 이상 워싱턴의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적대관계에 있는 경쟁국들은 비웃음과 함께 자체 세력권확장에 여념이 없다.” 계속되는 비판이다.
이와 동시에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시대는 과거 어느 시대와 유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 일본 군국주의 등 권위주의 체제는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는 평화주의의 환상에 젖어 뒷걸음만 치고 있다. 국제 시스템의 붕괴와 함께 세계는 결국 거대한 전화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2차 세계 대전이다. 1930년대의 상황이다.
베트남전쟁 후유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랜 경제 침체로 미국 사회는 집단우울증에 걸려 있다. 소련 제국의 팽창과 함께 미국의 위상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70년대 상황이다. 그러나 레이건 시대 개막과 함께 미국은 또 다시 위대한 부흥의 시기를 맞는다.
트럼프 시대는 1930년대와 1970년대, 이 둘 중 어느 시기와 더 유사한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환경은 마치 폭풍전야(Gathering Storm)와 같다.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대대적 반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 체제는 퇴조를 거듭하고 있다. 전후 세계를 지탱해온 국제 시스템도 흔들리고 있다. 때문에 결국은 전쟁으로 이어진 1930년대와 흡사하다는 것이 한 편에서의 주장이다.
미국이 또 다시 위축되어 있다. 계속되는 지정학적인 도전, 글로벌리즘 배격 움직임 등으로 미국의 리더십과 국제질서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의 분위기도 그렇다. 10년 테러전쟁 등 과도한 해외개입에 따른 피로증세는 ‘베트남 신드롬’을 연상시킨다. 이런 점에서 전반적 상황은 70년대와 흡사하다는 것이 또 다른 쪽에서의 주장이다.
그러면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유추일까. 아무래도 70년대라는 것이 정답으로 들린다. 약화되기는 했지만 나토, 유럽연합, 유엔 등 국제기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의 러시아, 중국을 나치 독일 군국주의 일본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국제질서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직은 미래를 낙천적으로 볼 여지가 없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0년대와의 유추가 전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깊은 통찰력’이랄까 하는 점에서 오히려 주목할 요소가 적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 70년대와의 비유는 막연히 ‘결국은 좋아질 것’이라는 자칫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과 서방은 전후 70여 년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 현 국제질서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1930년대의 복사판이 될지, 혹은 서방의 대승리와 함께 또 한 차례 위대한 시대를 열어간 ‘70년대 말의 데자뷔’가 될지 방향이 결정 된다는 것이다.
캄캄했었다. 오랜 스태그플레이션에 잇단 오일쇼크로 미국경제는 회생의 가망이 없는 것 같았다. 미국 시대는 끝난다는 것이 정설로 들렸다.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제국주의(미국을 지칭)는 위기에 맞설 능력이 없다”고 조롱하고 다녔다.
그러나 70년대는 미국의 파워에 조종(弔鐘)을 울린 시기가 아니었다. 그 반대다. 소련제국의 패망을 앞둔 시기였다. 어떻게 대역전극이 가능했나. 임기 말의 카터,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레이건은 단호한 반격에 나섰다. 자유세계 수호의 결연한 의지를 펼친 것이다. 그 결단이 위대한 미국의 부흥을 가져왔다는 것이 이제 와서의 평가다.
1930년대의 상황은 정반대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1938년까지만 해도 나치 독일은 군사력에서 영국과 프랑스에 열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치의 잇단 도발에 민주주의 세력은 양보만 거듭했다. 그러다가 너무 늦은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권위주의 세력의 파워가 막강해서가 아니다. 평화주의에 안주한, 일종의 의지박약 증세라고 할까. 민주체제들의 나약한 대응이 국제시스템의 파괴를 불러왔고 결국은 2차 대전의 참화를 불러온 것이다.
‘1930년대와 흡사한가. 아니면 1970년대와 닮았나. 대한민국의 오늘의 상황은-.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핵을 머리에 지고 있다. 북한 핵의 인질이 된 거다. 제멋대로 포격을 가한다. 제대로 반격을 못한다. 핵 인질이 된 까닭이다.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해댄다. 5차 핵실험에, 잇단 장거리미사일(ICBM)실험에 이르기까지.
그 북한을 향해 대화를 제안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제안을 했다. 돌아온 것은 비웃음뿐이다. 그러나 그도 모자라 군사당국 회담제안도 했다. 역시 응답이 없다. 그 모습이 그렇다.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30년대를 닮았나, 70년대와 흡사한가. 답은 아무래도 30년대로 기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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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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