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중턱. 찌는 더위가 극성이다. 아주 무덥다. 잠깐만 나가도 후덥지근하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온몸이 끈적끈적하다. 열대야로 잠도 설친다. ‘아~ 덥다, 더워’. 폭염 비상에 매일매일 습관처럼 나오는 말이다.
한여름이다. 사전적 의미는 더위가 한창인 여름이다. 한자 낱말로는 여름 하(夏)가 들어가는 성하(盛夏)와 염하(炎夏)가 여름의 별칭이다. 성하는 한여름이고, 염하는 더운 여름이란 뜻이니 그렇다. 햇빛이 충만해 붉은 기운을 많이 지닌다고 해서 주하(朱夏)도 여름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여름이 되어 번창한다는 뜻의 주명(朱明) 역시 여름의 딴 이름이라고 한다.
매우 강한 더위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여름을 표현하는 한자 낱말들도 있다. 혹서(酷暑)는 지독한 더위를 보이는 여름이란 뜻이다. 마찬가지 맥락의 단어로는 무더워 견디기 힘든 여름인 혹염(酷炎)이 있다. 혹열(酷熱) 역시 심한 더위가 닥친 여름이란 의미다.
여름은 더위의 대명사다. ‘더위라는 말은 종류가 다양하다. 알고 보면 의미가 약간씩 다르다. 특징에 따라 표현을 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처럼 낮 기온이 화씨 90도 이상 웃도는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면 불볕더위다. 무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라는 등 각양각색의 더위단어들도 등장한다. 얼핏 보면 모두 더운 정도를 나타내는 말인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은 조금씩 다르다.
흔히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무더위라 한다. 무더위는 ‘무시무시한 더위’에서 온 말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물+더위’의 합성어로 물의 받침 ‘ㄹ’이 탈락한 것이다. 온도와 함께 습도가 아주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일컫는다.
가마솥더위는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찜통더위는 뜨거운 김을 쐬는 것같이 무척 무더운 여름철의 기운이다. 따라서 무더위가 더욱 심해지면 가마솥더위와 찜통더위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습기 가득한 ‘무더위’란 의미하고는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불볕더위’는 그 의미가 좀 다르다. 불볕더위는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 쬐는 날 느껴지는 더위다. 일명 ‘불더위’라고도 불린다. 불볕더위는 기온은 높지만 습도는 낮은 편이다. 그늘에서 쉬면 어느 정도 더위를 견딜 수 있다. 불더위는 무더위보다는 덜 괴롭다는 이야기다. ‘물기가 적다’는 의미의 ‘되다’란 말과 결합된 ‘된더위’나 ‘땡볕더위’도 마찬가지 의미로 쓰인다.
다시 말하면 한여름에 햇볕도 뜨겁고 습도도 높은 ‘무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등은 정말 견디기 힘든 최악의 더위다. ‘한증만 더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습도는 높지 않지만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불볕더위’, ‘불더위’ 등은 그늘 속을 찾아가면 다소 선선하게 여름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강더위’ 또한 같은 의미의 더위라 할 수 있다. 여름철 몹시 심한 더위는 된더위라 한다. 한더위는 한창 심한 더위를 말한다.
여름의 한복판이다. 엊그제 중복은 지났지만 아직도 삼복더위의 극성이 한참 남았다.
매일 90도를 웃도는 날씨의 연속이다. 체감온도도 100도를 훌쩍 넘기 일쑤다.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짜증은 늘어난다. 혹자는 여름은 땀을 흘려가며 지나는 여름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길고 무더운 여름을 지내기가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법이다. 이럴 때일수록 매사에 조급함이 없어야 한다. 차분하게 대처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이웃을 배려하는 여유를 갖출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렇게만 산다면 더운 여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한여름은 더위를 피할 수 없는 계절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이젠 더위를 탓하지 말도록 하자. 오히려 무더웠던 여름이 그리움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모진 더위라도 시간이 흐르면 이 또한 지나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래서왕(寒來署往). 더위를 물리는 차가운 기운은 반드시 다가온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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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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