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은 켄터키,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소위 ‘러스트 벨트’( 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유권자들이다. 민주당의 친 이민정책 때문에 불법이민자들이 미국에 넘쳐 ‘본래 미국의 주인들’인 자기들의 위치가 위태로워졌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철강, 자동차 등 기타 공산품들을 생산하던 대규모 공장들이 문을 닫고 녹이 쓸고 있으며 높은 실업률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진 것도 민주당 정권들의 친 국제통상정책 때문이라고 원망한다.
2016년 경선기간 중 거의 모든 정치인들과 미디어가 트럼프를 그저 농담꺼리 정도로 여겼을 때 그가 적어도 공화당 후보는 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이 있다. ‘촌뜨기의 애가(Hillbilly Elegy): 위기에 처한 한 가족과 문화의 회고록’이란 책의 저자 J.D 밴스가 바로 그 사람이다.
워싱턴포스트 스타일 섹션의 보도와 NBC의 메긴 켈리의 방송에 의하면 그 책은 애팔라치안 산맥 부근과 러스트 벨트지대에 살고 있는 가난하고 성난 백인들의 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단다. 2016년 5월에 출판된 그 책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언급조차 안 되었지만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백인들의 분노와 어려운 환경을 자신의 기구한 성장과정과 아울러 호소력 있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첫 인쇄부수는 1만부였지만 100만부 이상이 팔린 데다 뉴욕타임스의 정기 기고자 및 잊혀진 중부 유권자들의 대변인 자격으로 각종 집회들의 단골연사가 되는 바람에 밴스는 불과 몇 달 사이에 천만장자가 되었다. 현재 32세인 밴스는 켄터키의 가난한 촌에서 태어났다. 그가 걸음마를 배울 때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나갔기 때문에 다섯 번이나 결혼한 어머니 손에 의해 길러졌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나온 밴스는 예일대 법과대학에 진학한다.
법과대학 1학년 학생들이 이수하는 과목중 하나인 계약법 교수와의 인연이 밴스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다.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인기를 끌었던 ‘호랑이 엄마의 전송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의 저자인 에이미 추아 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러스트 벨트 주민들의 경제 상황을 과제로 밴스가 쓴 논문을 추아 교수가 주목하고 그의 성장과정에다가 백인 소외계층의 빈곤과 불평을 곁들이도록 지도했다는 것이다. 밴스는 추아 교수에게 “나 자신에 관해서 읽어보려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추아 교수는 거의 밴스의 할머니처럼 격려에 격려를 거듭했던 듯하다.
밴스는 결혼 후 샌프란시스코의 투자 그룹의 동업자가 되어 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자기의 할머니가 살던 오하이오 소도시로 최근 이사한다. 그는 비영리 자선단체를 설립했는데 이 단체는 어떤 신문이 작년 오하이오에서 9.11 사태보다도 더 많은 희생자(4,000여명)를 초래하여 새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한 오피오이드 중독문제 해결 등을 모색해 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밴스는 민주당 진보계일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공화당 보수계인데 결국은 정계로 진출 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현 상황은 러스트 벨트의 백인계층 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점점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자식들 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잘 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진 지 오래다. 고교만 졸업해도 면직공장, 타이어 공장, 철강공장 등에 취직해서 중산층 수입과 생활을 할 수 있던 시절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으로는 주택구입은 커녕 변변한 아파트 마련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 노숙자들이 늘어나는 판이다. 연방의회 535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입법이나 법 개정에 있어 로비를 하는 사람들이 1만2,533명이나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이 악화될 것임을 확신시켜 준다.
밴스 같은 사람이 정계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사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없는 게 인간제도의 한계다. 그의 자서전의 교훈이라면 적어도 술과 마약은 멀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고 다 예일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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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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