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원리가 인간의 두뇌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은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그는 이것을 ‘쾌락 원리’와 ‘현실 원리’로 불렀다. 쾌락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뜻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을 때 인간은 환상 속에 숨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런 사람을 정신병자라고 부른다.
정책 영역에서 이 두 원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 최저 임금 문제다. 최저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 임금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지금 받는 월급이 먹고 살기에 충분하다고 모든 사람이 생각한 적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렸을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지느냐이다. 비용이 늘어난 고용주들은 당연히 이를 줄일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직원 수와 근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 더 사람을 채용할 계획이 있었더라도 이를 재고하고 사람 대신 로봇과 자동화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저 임금이 오르더라도 근로 시간과 기회가 줄어 근로자들의 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
너무나 자명한 이런 결론을 최저 임금 인상론자들은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최저 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취업 인구는 줄지 않고 근로자들의 소득은 올라갈 것이란 것이 이들의 신앙이다.
이런 이들의 믿음을 흔드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시애틀 시 정부가 후원해 워싱턴 대가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시애틀 시가 최저 임금을 2016년 시간당 13달러로 올리자 업주들이 근로 시간을 9% 줄이는 바람에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125달러 감소했다는 것이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인구 당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수십 년 째 세계 1위 부자인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버라이존, 아마존 등 첨단기업부터 커피업계의 판도를 바꾼 스타벅스 등이 다 이곳에 몰려 있다. 미국에서 최저 임금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도시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이곳이 첫째로 꼽힐 것이다. 이곳이 시간당 15달러 최저 임금 운동을 벌여 제일 먼저 성사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워싱턴 대 연구 결과는 그런 도시에서조차 무리한 임금 인상은 역효과만 부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지만 인상론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 연구는 최저 임금에 관한 한 가장 광범위하고 정밀한 기법으로 이뤄진 것임에도 “한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달부터 LA에서도 시간당 최저 임금이 12달러로 올랐다. 이는 앞으로 4년간 계속 올라 2021년에는 15달러가 되고 그 후에는 가주 전체가 15달러가 된다. 이 부담을 고스란히 지는 것은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이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이나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 등은 최저 임금이 올라도 별 영향이 없다. 처음부터 최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별로 없는 데다 있다 해도 인상분을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겨우 수지를 맞추며 허덕이는 영세 상인은 다르다.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가격을 인상할 경우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아마존 등 인터넷 상거래의 확대로 이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데 최저 임금까지 지속적으로 올려야 한다면 더 이상 장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날로 치솟고 있는 건강 보험 등 각종 보험료 인상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의 하나인 시애틀이 시간당 13달러의 최저 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면 LA에 15달러는 무리라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워싱턴 대 조사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15달러 최저 임금이 철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은 어떤 현실이나 이론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그 욕망이 투표권을 갖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앞으로 잠 못 이룰 사람은 시애틀 업주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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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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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를 완전 무시한 일방적인 인금상승은 결코 성공 할수 없습니다. 결국은 노동시간 단축 정직원 대신 파트 타임으로의 전환으로 고용이 더 불안해지는 현상이 벌어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