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 US여자오픈 제패…LPGA 첫 승, 메이저로 장식
▶ 주말 연속 67타…17세 고교생 최혜진 2타차 2위 기염
박성현이 18번홀에서 절묘한 칩샷에 이은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올해로 72회째를 맞은 여자골프 세계 최고의 무대 US여자오픈(총상금 500만달러)에서 또 한 번 코리안 시스터스들의 축제가 펼쳐졌다. 최종 순위 탑10 가운데 공동 5위 카를로스 시간다(스페인)와 펑산산(중국)을 제외한 8명이 한국선수들이었을 만큼 리더보드가 태극기로 가득 채워진 가운데 ‘수퍼루키’ 박성현(23)이 기다리던 자신의 투어 첫 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따냈다. 또 17세의 고교생인 아마추어 최혜진은 비록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아쉽게도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이날 경기 대부분 동안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키는 눈부신 선전 끝에 2타차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6일 뉴저지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펼쳐진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박성현은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고 최종스코어 11언더파 277타로, 2위를 차지한 최혜진(9언더파 279타)을 2타차로 제치고 영예의 우승트로피를 치켜들었다. 우승상금은 여자대회 사상 최고인 90만달러다.
이어 세계랭킹 1위 유소연과 허미정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를 차지했고 이날 선두로 출발한 뒤 줄곧 우승경쟁을 펼쳤던 펑산산은 마지막홀 트리플 보기로 무너지며 이정은, 시간다와 함께 공동 5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어 이미림과 김세영, 양희영이 합계 5언더파 282타로 공동 8위에 오르며 탑10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이 골프장 소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번홀 뷰잉 스탠드에서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졌다.
한국투어에서 10승을 올리며 최강자로 올라선 뒤 LPGA투어에 진출, 최고의 ‘수퍼루키’로 관심을 받아온 박성현은 올해 첫 13번의 대회에서 우승이 없어 애를 태웠지만 가장 큰 대회에서 완벽한 우승을 따내며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냈다. 이미 ‘올해의 신인왕’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선두였던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사실상 올해 신인왕을 굳혔고 이제 1978년 LPGA의 전설 낸시 로페스 이후 39년만에 처음으로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를 휩쓰는 대업에 도전하게 됐다.
이날 박성현은 선두 펑산산에 3타, 최혜진과 양희영에 2타 뒤진 단독 4위로 라운드를 시작했으나 2번에 이어 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8언더파로 올라서 바로 우승경쟁에 합류했다. 그 사이 최혜진은 2번홀에서 약 30피트 거리의 긴 버디펏을 성공시켜 9언더파로 펑산산과 공동선두가 됐고 4번홀에서 펑산산이 보기를 범하면서 박성현과 공동 2위로 내려가자 선두 최혜진을 펑산산과 박성현이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 사이에 전반 버디 3개를 잡은 이미림이 잠시 공동 2위 그룹에 합류하기도 했으나 고비를 넘지 못해 다시 밀려났고 우승 레이스는 이들 3명간의 팽팽한 각축전으로 전개됐다.
우선 최혜진이 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10언더파로 도망가자 한 홀 앞에서 가던 박성현은 바로 8번홀에서 버디로 응수, 9언더파로 오르며 1타차 간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9번홀에서 박성현은 페어웨이 한복판에 떨어진 퍼펙트 티샷 타구가 디봇 안에 빠지는 불운을 맞았고 결국 여기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하면서 다시 8언더파로 내려가고 말았다.
2타차 선두를 달리던 최혜진은 9번홀에서 7피트 버디퍼트를 놓쳐 3타차로 달아날 기회를 놓친 뒤 10번홀에서 이날 첫 보기를 범했고 함께 가던 펑산산이 여기서 버디를 잡으며 이들은 다시 9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됐다. 그리고 박성현이 12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이들과 같은 9언더파로 올라서며 3명이 공동선두로 파이널 스트레치에 돌입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팽팽한 승부에서 저울추가 기운 것은 15번과 16번홀을 지나면서였다. 한 홀 앞서가던 박성현이 15번홀(파5)에 20피트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처음으로 단독선두로 올라서자 잠시 뒤 최혜진이 같은 홀에서 버디로 응수, 두 명이 공동선두가 됐다. 하지만 최혜진은 이어진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렸고 결국 더블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우승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반면 박성현은 이번 대회 가장 어려운 홀이었던 17번홀(파4)에서 환상적인 세컨샷으로 볼을 홀컵 6피트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11언더파로 내려가며 2위 펑산산에 2타차로 달아나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서드샷이 그린 옆 경사 쪽으로 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환상적인 칩샷으로 볼을 2피트 옆에 붙여 탭인 파를 잡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편 펑산산은 마지막 홀 서드샷이 박성현과 거의 같은 지점에 떨어졌으나 여기서 칩샷 실패와 퍼트 미스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며 2위에서 공동 5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반면 최혜진은 여기서 버디를 잡고 단독 2위로 올라서며 대회를 마쳤다.
한편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인선수들은 최고무대인 US여자오픈에서 무려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버디 김),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4년 미셸 위, 2015년 전인지에 이어 올해 박성현까지 9명이 10번의 US오픈을 휩쓸었다. 또 올해 첫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유소연, 대니엘 강에 이어 박성현이 우승하며 올해 메이저 타이틀을 독식하고 있다.
16번홀 뷰잉 스탠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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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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