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명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LA 카운티 사업체의 최저 임금이 시간 당 12달러로 오른 지난 1일 아내와 함께 평소 즐겨 찾는 패사디나의 한 대형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메뉴들이 일제히 적게는 50센트에서 많게는 1달러까지 증가했다. 반면 평소보다 종업원 수는 줄어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고 음료수를 리필 받는 등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안 좋았다. 안면이 있는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80여명 직원 중 가장 최근 채용된 웨이터와 웨이트레스 몇 명과 그릇을 나르는 버스보이, 그릇을 닦는 디시워셔 등 10여명이 전날 해고됐다는 것이다. 매니저는 또 조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메뉴 몇 가지를 줄였다고 귀띔해줬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사업경비를 위해 음식 값을 올리고 인건비를 줄여야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음식 값만 오르고 서비스는 후퇴하는 등 별로 반길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최저임금이 저소득층의 수입을 올리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월급은 안 오르면서 생활비만 계속 오르는 등 압박을 받고 있는 중산층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분석도 있다.
아내는 전국 아이스크림 체인인 베스킨 로빈스 매장을 글렌데일에서 수년간 운영했었는데 아이스크림 업종의 경우 날씨가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겨울철 매상이 여름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감소하는 데 ‘여름에 벌어 겨울에 버티는 업종’이라고 보면 된다. 당시 최저 임금이 8달러 정도였는데 겨울철에는 인건비와 렌트, 물건 값과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아내는 월급을 가져오지 못했다. 겨울철이 되면 아내가 20여명 직원들에게 지급한 월급이 부도날까 매일같이 은행 잔고를 확인하는 등 노심초사 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LA 카운티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에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LA 카운티 모든 영업장은 오는 2021년 7월1일을 기해 최저 임금이 시간 당 15달러로 오른다. 25인 이하 영업장에 대한 인상 시기는 26인 이상 영업장에 비해 인상시기가 1년이 뒤지지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7월1일을 기해 매년 최저 임금이 오르는 것은 같다.
가파른 임금 인상에 따라 특히 요식업과 봉제 등 종업원을 많이 두는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바시장에 본사를 둔 일부 한인 봉제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네바다나 텍사스 주로 이전하는 것도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 대다수 주와 도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추세인데 반해 일부는 최저임금을 내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주리 주에서는 최대 도시인 세인트루이스의 최저 임금을 10달러에서 7.70달러로 내리는 주법이 통과돼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이오와 주의회와 켄터키 주대법원은 일부 도시들의 최저임금 통과를 저지시켰다.
최저 임금 인상이 근로자와 경제에 어떤 영향이 주느냐는 격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에서도 내년 최저 임금을 시간 당 1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안을 놓고 격론이 진행 중이다. 노동계는 전년대비 무려 47.9% 오른 9,570원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반면 고용주 측은 3.1% 상승한 6,670원을 제시했는데 양 측의 격차가 너무 커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와 근무시간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서가 나왔는가 하면 별 영향이 없다는 상반된 조사도 있다.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UW) 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시애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9% 줄었으며 저임금 일자리는 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의 최저 임금은 2014년 시간 당 9.47달러에서 2015년 11달러, 지난해 13달러로 인상됐다.
결론적으로 UW 연구팀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행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을 125달러나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저 임금 인상과 그 영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것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인상 폭과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매출과 이익, 생산성 향상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지 않는 급격한 임금 상승은 기업은 물론 도시와 주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그 피해는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네슬리와 도요타가 미주본사를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인건비와 주거비용이 저렴한 텍사스주로 이전, 수천 개의 일자리가 가주에서 사라진 것도 LA와 캘리포니아주가 기업 유치와 유지 측면에서 타지역에 밀리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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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특집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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