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부르는 찬양 중 이런 가사의 노래가 있다. “교회를 교회 되게 예배를 예배 되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찬양이지만 이 대목을 부를 때면 비장하다 못해 서글픈 마음까지 든다. 이 표현 자체로는 참 맞고 좋은 얘기일지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의 형편이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예배가 예배답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혐의가 들기 때문이다.
그런 속상함 때문인지, 나는 교회다운 교회, 예배다운 예배에 많이 갈급해있고, 현재 사역하는 교회가 꼭 그런 교회와 예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외부지역에 갈 땐, 그런 교회 없소, 하는 마음으로 현지의 지역교회 예배들을 기웃거리곤 한다. 두 달 전 장모님 상을 치르기 위해 한국의 나 살던 고향에 가서도 그랬는데, 그때 난 이와 관련해 두 가지의 극단적 경험을 한 날에 하게 되었다.
4월 30일 주일, 난 그날 두 번의 주일예배를 드렸다. 먼저 간 예배는 장인장모님께서 다니시는 교회의 예배였다. 내게 그 예배는 장모님 상을 치르느라 수고하신 목사님과 교역자들에게 인사차 간 예배이기도 했으며, 그 도시에서 꽤 잘나가는(?) 대형교회를 그런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방문할 수 있게 된, 일종의 영적 호기심 같은 것도 작용한 예배였다. 하지만 난 그 교회의 예배에서 금방 무장해제가 되었다. 예배가 얼마나 좋았던지.
잘 짜인 예배 구성, 절제미 있는 찬양,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는 예배순서, 다 좋았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당일 설교자의 설교가 정말 좋았다. 담임목사님이 몸이 많이 아파 쉬게 된 차 한 부목사님이 강단을 대신했다. 그날 그의 설교는, 오랜 담임목회를 해온 자로서 부교역자의 설교를 은근히 얕잡아보는(?) 나의 못된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그는 준비한 설교원고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면서도 청중들에게 메시지를 선명히 잘 전달했으며, 내가 평소에 강력히 주장하는 ‘그리스도 중심적(Christ-centered)’인 내용으로 설교를 깔끔히 마무리 지었다. 그것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드러내기 쉽지 않은 구약 전도서의 한 본문을 가지고서 말이다.
흐뭇했다.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교회는 아내의 친정식구들이 다니는 교회이니 그 흐뭇함은 더했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구나, 참 감사할 일이야, 이런 용솟음치는 희망의 사인이 어머니 상으로 인해 다친 우리부부의 마음을 많이 치유해줬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두 번째 교회의 예배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 교회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신앙생활해온 이들이 다니고 있어 내게 이미 친숙한 교회였고, 하지만 몇 차례의 분열의 상처로 인해 영혼이 심히 아픈 상태에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 구석에 애정의 뿌리가 깊이 박혀있는 교회였다. 그 교회 예배는 앞 교회 예배보다 훨씬 더 길었다. 많은 수사적 요소들이 동원되었다. 요란한 찬양, 연발하는 아멘 화답, 자연스럽기보다는 뭔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예배 진행과 설교 등등. 이건 분명 나의 편견일 수 있어, 좀 견뎌봐야 해, 이런 마음을 가져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그래도 이건 아니지’의 생각이 밀려오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절망적이었다.
자기 교회를 자기가 판단할 수는 없다. 진지한 겸손 없이는 이는 정말 힘든 일이다. 자기 집 냄새는 집주인인 자신이 아닌, 오로지 방문한 손님만이 맡을 수 있듯이 말이다. 분명코 아닌데도, 우린 괜찮아, 우린 최고야, 이렇게 떠든들 그게 그들이 문제없는 집단인 것으로 판명케 하는 기준은 못된다. 그럼 점에서, 그날 난 그 두 교회의 정체성을 그나마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한 손님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객관적인 시각은 나로 하여금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보게 해줬고, 거기서 얻은 답으로 희망 쪽에 내 미래의 목회와 사역을 걸도록 도와주었다. 한국교회와 이민교회, 과연 총체적 절망의 상황에 봉착했을까? 아니다. 그날 난 희망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래서 그리로 같이 가볼 것을 권한다. 희망으로 절망을 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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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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