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 직전에 우스개 칼럼을 썼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에게 힐러리 클린턴이 “북한이 답이야, 멍청아”라며 조롱하라고 일렀다. 16년 전 ‘경제가 답이야, 멍청아(It‘s Economy, Stupid)’라는 기발한 캐치프레이즈로 당시의 현직 조지 H. 부시를 꺾은 남편 빌 클린턴처럼 현실적인 구호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선거 후 고작 반년이 지난 지금 “북한이 답이야, 멍청아” 캐치프레이즈를 그 때 트럼프에게 권하지 않은 게 후회막급이다. 그때만 해도 공갈처럼 들렸던 북한의 미국본토 핵공격 위협이 어영부영하는 사이 현실이 돼버렸다. 트럼프는 속수무책으로 김정은에 끌려 다니며 헛소리만 일삼아 세상의 조롱거리가 됐다.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지 않고 다시 비참해졌다.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 소문이 무성했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에 성공했다. 그간 북한기술을 우습게보고 “설마했던” 미국의 국방 전문가들이 날벼락을 맞아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화성-14호 미사일은 사거리가 3,400마일 이상이어서 미국본토까지는 아니지만 앵커리지를 포함한 알래스카주를 타격할 수 있다.
수차례 핵실험을 마친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십여 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하도록 소형화하고, 시애틀?LA?시카고?뉴욕 등 대도시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까지 요격할 장거리 ICBM을 개발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이다. 김정은은 지난 4일 “미국 놈들이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자주 보내주겠다”고 떠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성공 소식에 “그 녀석(김정은) 좋은 일 좀 하며 살 수 없나”라며 신경질을 냈다. 이어 김정은이 ‘매우, 매우 위험하게’ 처신한다며 “두고 보라. 북한의 행위를 응징할 진짜로 심각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비슷한 말을 전에도 여러 번 했다.
그런 말을 김정은이 무서워한다면 애당초 핵무기를 개발하지도 않았다. 큰 형인 중국의 만류도 듣지 않았다. 그에겐 핵무기가 정권유지를 위한 유일, 최상의 방법이다. 후세인도, 가다피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후 망했다는 게 김정은의 지론이다. 그 말이 맞을지 모른다. 북한이 핵폭탄과 ICBM으로 군사강국 반열에 성큼 끼자 미국이 당장 쩔쩔매고 있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북한응징은 여전히 경제봉쇄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이 맡아달라며 떼를 쓴다. 식량과 석유를 포함한 북한의 전체 수입량 중 90% 이상을 중국이 팔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천진난만한 발상이다. 북한은 중국의 전통적 혈맹이다. 경제봉쇄로 김정은 정권이 몰락해 북한이 미국 맹방인 한국에 흡수통일 되는 것을 중국은 원치 않는다.
김정은과는 외교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핵무기가 협상용이 아니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무력시위도 소용없다. 미군 첨단 폭격기가 뜨고 항공모함이 다가와도 핵실험을 계속했다. 결국 김정은은 협상의 칼자루를 거머쥐었다. 남한도 미국의 억제를 뿌리치고 핵무기와 ICBM을 개발할 수밖에 없고, 일본도 뒤따라 한반도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될 터이다.
가장 겁나는 시나리오는 욱하는 성격인 트럼프의 섣부른 북한 선제공격이다. 트럼프 나이의 절반도 안 되는 김정은(32)은 성격이 더 예측불능이다. 아버지, 할아버지보다 훨씬 잔인하다. 고모부를 고사포로 총살했고 이복형을 독살했다. 트럼프에게 한방 맞은 그가 반격을 명령하면 첫날 6만명의 남한 군인과 30만명의 서울시민이 죽게 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북한은 이제 몰래 땅굴이나 파던 옛날 북한이 아니다. 남한은 물론 미국 주요기관의 컴퓨터를 해킹할 정도로 IT기술이 발전했다. 남한에 없는 핵무기와 ICBM까지 갖췄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이 허사가 아니다. 고국정세가 불안한 이때에 미국 이민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건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정책 때문에 그나마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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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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