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Hard’-. 아주 공교롭다. 서로 만난 지 두 달도 안 됐다. 그런데 시진핑은 독일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앞두고 일부러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권위주의 형 체제의 양 거두라고 할까. 그 시진핑과 푸틴이 만나는 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마치 축포라도 쏘아 올리는 것 같이. 그리고 바로 나온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성명이다. ‘한반도 사드배치를 반대 한다’는 거다. 유엔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핵을 동결하고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주문을 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러니 역사는 종언을 맞았다’- 탈냉전시대의 화두였다. 그 역사의 종언이 종언됐다. 소련붕괴와 함께 소멸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권위주의 체제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거센 반격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 정세도 급변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일본과 북한, 중국, 러시아간의 대결구도가 본격 구축되는 모습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권위주의 형 블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사이에 뚜렷한 대치선이 그어지고 있다고 할까.
김정은 체제의 ICBM 발사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본색이 결국 드러나고 만 것이다. 유엔안전보장 이사회는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규탄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시진핑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의 혈맹관계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다고 일갈했다.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다. 그런 북한을 대한민국 대통령 면전에서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한국은 안중에 없다는 식의, 외교의전을 무시한, 무례하고 고압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동북아 정세가 신(新)냉전구도로 급격히 굳어지면서 워싱턴일각에서도 온갖 강경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위협을 별개로 보아서는 안 된다. 한 흐름의 현존하는 위협이다. 그러므로 한 묶음으로 대처해야한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주장이다.
ICBM까지 개발해 미국본토 핵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된 북한의 위협도 아시아질서개편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거대한 충돌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해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아시아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쌍중단’(북한 핵 동결과 한미기동훈련 중단)주장은 다름이 아니다. 북한이 ICBM 실험발사를 한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한 것은 북한 핵 폐기는 관심사가 아니고 한미동맹 해체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 축출이 그들의 목적이란 것을 알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찰스 크라우트해머의 진단으로 신 냉전구도시각에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그 기대가 ‘망상’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새로운 해법을 강구할 때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 유력한 방안의 하나는 ‘레짐 체인지 유도’ 접근방안이 될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 스티븐 브라이언의 말이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은 여전히 유력한 옵션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지적대로 서울이 불바다가 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 중국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북한망명정부 지원 안이다.
북한체제를 국제사회의 공적 1호로 부각시킨다. 그리고 미 의회가 예산을 배정해 김정은의 대안으로 북한망명정부를 수립시킨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 방안으로 망명정부를 세움으로써 북한 앨리트 계층의 동요와 더 나가 정변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신 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도 비슷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 군사적 압박, 북한 엘리트계층을 타깃으로 한 강력한 경제제재와 함께 궁극적으로 북한체제 붕괴를 이끌어낼 장기 전략 수립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전을 통해 평양의 엘리트 계층 내에 불신감을 조장해 정변을 유도 한다는 것이 그 일환이다.
그 다음 조치로 제시되는 것이 ‘퍼싱 대안‘(Pershing Alternative)이다. 소련이 SS-20이동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함으로써 힘의 균형이 기울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곧 응수에 나섰다. ’퍼싱 II 핵미사일을 서독과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 배치하기로 한 것.
서독에서는 좌익과 공산당의 반대로 배치가 무산됐다. 그러나 그 작전은 결국 성공해 소련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였다. 70년대 말의 상황이다.
핵무기는 핵무기만으로 막을 수 있다. 사드 같은 수동적인 미사일방어체계로만은 안 된다. 선제 핵 공격 병기를 배치해야 확실한 억지력을 발휘 할 수 있다. 전술 핵 재반입 방안 등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사드배치를 놓고도 국론이 분열돼 있다. 그런 마당에 북한망명정부 지원, 선제 핵 공격 병기배치를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 먼저 던져지는 질문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제안’도 그렇다. 분단 당사국 대통령이다. 그리고 전쟁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충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시점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대응까지 나오는 마당에 나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오죽했으면 독일 현장의 전문가들이 현 국면에서 적절한 제안이냐는 질문을 던졌을까.
평화는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은 도발을 해대는데 무조건 평화를 외치는 것은 미망(迷妄)이다. 그 자체가 초현실적 발상이다
급변하는 한반도정세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안보 청사진’이다. 한미일 안보연합체 검토는 물론, (필요하다면) 중국과의 근본관계 재설정에다가, 독자적 핵무장까지 포함하는 안보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