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조선 말기 왕들은 사회 혼란 속에서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질서 속 에서 백성들의 주권을 확실하게 지켜 줄 수 없었다. 왕족정치가 전 세계적으 로 무너지고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질서가 지구상에 새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을 바로 보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반년동안 미국은 온 나라가 들 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또한 대통령이 탄핵되는, 그야말로 온 나라가 내전 아닌 내전수준의 진통을 거의 일 년간이나 어마어마한 혼란과 아픔 속에 겪어냈다.
그사이 주변강국들은 너도 나도 자신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어필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일본과 중국은 올해 초 이미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인식은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간 북핵 문제 공조에 대한 공통된 입장도 아울러 밝혔다. 이번 공식발표에서 주목 할 부분은 대북정책 문제에 대해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했다는 점이다. 북한정권에 대한 인내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그 시대를 이끄는 정신인 ‘시대정신(Zeitgeist)’을 설파했다. 그는 그러한 시대정신을 현실에 구현하는 사람을 진정한 리더라고 하였다. 과연 지금 한반도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이 시대에 부합되는 리더는 누구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그런 숙제를 풀 수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 후 발표된 한미 양국 간의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명시되었다. 이 성명에는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에 관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식하면서 인도주의적 사안이 포함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 또한 인지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가 담겨 있다.
한반도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의 지정학적인 조건과 유사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처럼 중립국이 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주변 강대국 들의 농간과 방해공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 70년 전 북한의 침략으로 수백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온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6.25전쟁에서 북한을 도운 중국은 지금도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질시하며 한반도의 사드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과 함께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번 정상 회담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의심은 없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외교에서 의 한국주도권과 트럼프의 지지에 따라 남북교류 및 과감한 대북대화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발표된 정부의 남북개선 프로세스의 본격적인 가동은 북핵 협상 시 남한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인도적 지원, 스포츠 민간 협력 등을 중심으로 한 남북교류 시도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북핵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열망과 성과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지정학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수사로만 해결 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닐 것이다.
과연 21세기 한반도 시대정신은 2,500만명의 주민을 담보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폭정 체제를 묵인하며 당근을 제시하는 대화정책일까, 아니면 세계 최고의 인권 유린국가인 북한에 대해 채찍을 먼저 휘두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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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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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국의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자리네요. 특히 한국은 주변 정치 상황이 너무 힘드네요. 구한말 열강의 힘겨루기가 다시 재현 되는 느낌입니다. 다행이라면 한국도 이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거지요.
멀리 갈 것 없이 뉴욕만 보더라도 시대정신은 간곳없고 갈취정신만 살아 있는 실정이다. 뉴욕의 갈취정신 누가 만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