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우선 고비는 넘겼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전해진다.
진보와 보수. 비둘기파와 매파. 코드가 안 맞는다고 할까. 그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발전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무난히 끝났다는 데서 한국 언론들이 보인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을 통해 보수정권과 별 차이가 없는 대미, 대북 인식을 보여주었다’는 논평과 함께.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동맹국 정상 간의 첫 대면이다. 그런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조를 과시하는 덕담을 꺼내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만남의 단추를 그런대로 잘 끼운 셈이라는 것이 한국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미국,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행정부의 관계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점이 새삼 확인된 것이 이번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관련해 주목할 사실이 있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미국이 중국 때리기에 나선 점이다. 미 재무부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중국단둥은행을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전격 지명했다. 사실상의 세컨더리 제재에 들어간 것. 이뿐이 아니다.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승인 조치도 발표했다.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잇단 중국 때리기인가. ‘북한과 중국은 물론 한국정부에도 경고를 날리기 위한 것이다’- 일부에서의 진단이다.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 도중 트럼프는 시리아폭격을 명령했다. 북한도 공격할 수 있음을 중국에 은근히 과시한 것. 중국 때리기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줄타기외교를 시도하려 든다고 보고 대북강경기조를 문대통령에게 재각인 시켰다는 거다.
미국 언론들의 진단은 다르다. 더 심장하다고 할까. 그러면서 어딘가 불길한 느낌마저 풍긴다. 북한 핵문제해결에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 북한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탄두를 개발 한다’-이는 미국으로서는 레드라인이다.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사태다. 그러면 미국은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인가. ‘결국에는 그럴 것’이란 것이 다수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도, 그리고 최근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군사공격을 심각히 고려했었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유보로 끝났다. 북한의 반격으로 우방인 한국의 수도권 주민들의 피해가 너무 클 것이란 우려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진단이다. 워싱턴 안팎에 ‘America First(미국 최우선)’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그 이유를 지적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 이성(理性)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조차 ‘미국에 직접 피해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군사조치를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 신문은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충동적인 군사조치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망설임이 있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서 ‘조국안보가 최우선이라고 판단’될 때 트럼프는 결국 군사공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북한문제 해결에 중국에 기대를 걸었다. 북한에 거의 절대적 영향력이 있다는 판단과 함께 트럼프는 ‘100일’이라는 타임 프레임을 내걸고 중국과 ‘빅딜’을 펼쳤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교역문제에서, 대만문제, 심지어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양보 가능성을 비친 것.
지난4월 트럼프는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휴양지인 마라라고에서의 시진핑과의 첫 정상 회담에서 이 같은 제의를 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압력은 시늉으로 끝났다. 그 와중에 터진 사건이 오토 웜비어군 사망사건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미국의 인내는 한계점에 이르렀고 결국 독자적 행동에 들어간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이후 중국에 대한 워싱턴의 압력은 공개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무엇을 노린 것인가. 북한에 최대 압력을 가하라는 주문이다. 동시에 다른 목적도 있다. 군사적 옵션 수행을 앞둔 명분축적용이라는 것이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조지 프리드먼의 지적이다.
군사조치를 앞두고 모든 옵션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국이 얻은 교훈이다. 외교노력을 포함한 모든 대안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럴 때 군사행동은 국제적으로 명분을 얻는다. 대 중국압력은 그 일환이자, 곧 있을 수 있는 군사개입사태의 책임을 ‘중재자로서 실패한 중국에게 돌리려는 고도의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과 트럼프의 정상회담도 이 시각으로 진단한다. 발표된 공동성명은 공동성명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에 대한 군사조치, 그 기초공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입장에서는 시간벌기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왜 이처럼 입장이 다른가. 한국 전역은 이미 북한의 장사포, 중단거리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개발이 절실한 안보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앞서 지적대로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은 레드라인이다.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북한은 그런데 레드라인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중국도 막을 수 없다. 남은 대처방안은 결국 군사조치다. 그러니까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은 불가피하고 그 시기는 멀지 않은 장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스트랫포의 진단이다.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방문은 북핵 위기와 관련해 이제 첫 관문통과에 불과하다. 결코 안심할 때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대화 노력도 노력이지만 있을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군사적 대응사태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