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최근에 겪은 일련의 선거 패배에 대한 반응으로 경제적 메시지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상투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이 지난 일요일 지적했듯 “민주당은 강력하고 대담하며 날카롭고도 상식적인 경제 어젠다를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한 당 내부의 유일한 이견은 어떤 것이 과연 날카로운 좌파적인 메시지인가로 모아진다.
그러나 민주당의 문제는 사실 경제와는 별 상관이 없으며 문화, 사회적 관행과 국가 정체성 등 차라리 재론하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한 일련의 이슈들과 관계가 있다.
민주당의 경제 어젠다는 일반 대중으로부터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다. 세금, 빈곤퇴치, 헬스케어와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공화당의 정책보다 민주당의 정책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5%는 연방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했고 72%는 저소득 가정의 네 살배기 아이들 전원에게 어린이방(pre-K) 프로그램이 제공되기 원한다고 대답했으며 80%는 푸드 스탬프 확대를 희망했다. 앞서 언급한 각 제안이 공화당의원들 절반이상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당적기구인 ‘디모크러스 펀드’의 의뢰로 2016년 대선에 참여한 유권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학자들 중 한 명인 리 드러트먼은 그의 첫 보고서에서 “두 정당을 구조화한 주된 충돌은 국가적 정체성, 인종, 도덕성 등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과 2016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들에 초점을 맞춘 드러트먼은 주요 경제 이슈에 관한 공화당의 입장은 민주당의 견해에 놀랄 만큼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민자들과 흑인 및 무슬림 등에 대한 입장은 심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조사됐고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했다.
공공종교연구소와 시사잡지인 애틀랜틱도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관한 강력한 예측변수를 분석하는 중요한 연구를 실시했다. 최고의 예측변수는 유권자가 스스로를 공화당원이라 밝히는지 여부였다. 이는 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것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예측변수로는 “문화적 이탈에 대한 두려움”과 불법체류자 추방에 대한 지지가 꼽혔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나쁘거나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에게로 살짝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5년간 민주당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빌 클린턴의 정당은 많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신중하게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 이민문제에는 중도적 자세를 취했고,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진보적 견해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이들 중 동성애자 권리와 같은 일부 분야에서 원칙에 관한 탁월한 감각을 과시하며 대담하게 좌측으로 움직였다. 이민과 같은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점차 세력을 키워가는 분파를 끌어안기 위해 좌클릭 했다. 애틀랜틱 최신호에서 피터 바인하트는 이 같은 과정을 깔끔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보다 광범위한 문화적 의미에서 민주당의 좌경화는 정당의 주도권이 대학교육을 받은 도시출신 전문가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민주당의 사회적 문화적 견해가 자연스레 이런 현실을 반영한데서 비롯됐다.
소수계와 다양성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어린 지지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바로 이것이 당과 미국의 중간층 사이에 거대한 간격을 만들었다. 택스 크레딧, 재취업훈련과 어린이 조기교육에 관한 스마트한 정책을 옹호하는 것만으로는 건너기 힘든 문화적 격차다.
민주당은 미국의 국가 정체성에 관해 말할 때 분리를 초래하는 몇 가지 특수요인들을 언급할 게 아니라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요소를 강조해야 한다.
이들 분야에 관한 정책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당은 이민 문제에 있어 타협불가의 절대주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하며 대규모 이민의 문화적, 경제적 비용 모두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성적취향을 둘러싼 이슈들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지역 유권자들에게 마땅히 더 큰 이해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최근 성소수자(LGBTQ)를 차별하는 8개 주에 관비출장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반면 중국, 카타르와 러시아 등 ‘관용의 피난처’로 출장여행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거리낌 없이 경비를 부담한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유권자들이 대개 후보와의 정서적 유대감에 바탕해 표를 던진다는 나의 확신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은 늘 자신의 이상에 충실해야 하지만 점차 비중을 키워가는 집단, 즉 교육수준이 낮고 농촌출신인 나이든 백인들에게 그들의 삶과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애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균형잡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제 문화적 영역은 현대 정치의 교차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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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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