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UN은 ‘세계 행복 지수’라는 것을 발표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사회적 지원도, 건강 평균 수명,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 기부도, 부패 등의 요소를 고려해 그 나라의 행복도를 정한다.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그 다음은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순이다. 모두 국민 소득이 높고 사회 복지 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들이다.
노르웨이는 행복 지수만 1위가 아니다. 인력 개발 지수도 1위, 국가 청렴도도 1위, 민주화 지수도 1위, OECD의 ‘보다 나은 삶’ 지수도 1위다. 한 마디로 좋은 것은 다 1위다.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이 나라가 1위인 것은 이밖에도 많아 보인다. 우선 나라 전체가 몹시 깨끗하다. 도심 거리나 시골 어디를 가도 쓰레기를 찾아 보기 힘들다. 공기는 맑고 물은 풍부해 어디를 봐도 푸르디 푸르다. 이런 것들이 모여 이뤄내는 자연 경관의 모습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수도 오슬로에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베르겐까지 가는 길 한 가운데 있는 뮈르달을 플롬까지 연결하는 ‘플롬 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의 하나로 불린다. 해발 2,800피트 높이에 있는 이곳부터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는 플롬까지 1시간 정도 내려가는데 워낙 험한 산을 뚫고 만들어 절반 정도가 터널이지만 터널 사이사이에 보이는 경치는 이 철도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기차에서 보이는 폭포 중 대표격인 키오스 폭포 앞에서는 잠시 정차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들이 살고 있는 아룬델의 모습이 아마도 이곳을 본 딴 것이 아닌가 싶다. 팬터지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쓴 JRR 톨킨은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데 트롤의 본고장 노르웨이를 가보면 그 말이 사실임이 느껴진다.
플롬에서 배를 타고 구드방겐까지 2시간 정도 가는 동안 노르웨이 최장 피오르드인 송네 피오르드의 일부이며 가장 폭이 좁은 내로이 피오르드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폭은 좁지만 수심은 1,000m까지 내려가 대양 선박까지 들어올 수 있는 이 협곡 양쪽에는 1,000m가 넘는 절벽이 들어서 있으며 그 꼭대기에서 빙하가 녹은 물이 수십 개의 폭포가 돼 바다로 떨어진다. 어째서 이것이 노르웨이는 대표하는 피오르드며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됐는지 알 것 같다.
‘피오르드’는 ‘좁은 해협 또는 하구’를 뜻하는 노르웨이 말로 빙하가 깎아낸 계곡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온 곳을 말한다. 1,200개에 달하는 피오르드를 갖고 있는 노르웨이는 이 때문에 면적은 남한의 3배 정도지만 해안선 길이는 2만5,000km가 넘는다. 서울-부산을 60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다.
노르웨이는 자연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셰익스피어 이래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꼽히는 헨리크 입센과 현대 미술사의 아이콘의 하나인 ‘비명’의 작가 에드바르드 뭉크, ‘솔베지의 노래’로 유명한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모두 노르웨이 사람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도 원곡은 노르웨이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노르웨이 어디서나 요새는 한국인 관광객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공항 철도에도 한국말로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고 피오르드 크루즈 안내 방송도 한국말로 나온다.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이나 베르겐의 그리그 기념관 연주회장에도 한국인들의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북해 유전의 수익금을 착실히 쌓아 마련한 8,000억 달러의 국부 펀드를 토대로 전국민 의료 보험과 실업 수당, 연금, 대학 무료 등록금 등 사회 보장 제도를 완비해 놓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높은 문화 수준을 자랑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노르웨이는 비싼 물가로 유명하지만 다행히 크로네 화가 최근 30% 폭락하고 작년 말부터 LA 직항 노선이 생겨 항공료도 싸졌다. 지상 낙원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죽기 전 노르웨이를 한 번 다녀올 것을 권하고 싶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행복해 지기가 힘들것 같다.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동질성이나 형평성이 보장되기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