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궐선거 결과와, 러시아 대선개입 수사,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트윗 등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미국의 해외정책에 광범위하고도 중요한 변화가 레이더를 피해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미국은 이전보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향후 10년간 진행될 또 한 차례의 중동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2000년대의 두 번째 10년기에 펼쳐질 새로운 충돌은 그 이전의 마지막 전쟁보다 지역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신선한 회의론을 지닌 채 백악관에 입성했다. 대선 캠페인을 통해 그는 “중동에 손을 댄 국가는 너나없이 늪에 빠졌다...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터프가이를 자처하는 트럼프는 여기저기 비속어가 끼어든 캠페인 연설을 통해 “IS 놈들이 똥을 쌀 만큼 맹폭격을 가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지금 군 장성들에 겹겹이 둘러싸인 채 백악관에 앉아있는 트럼프의 마초 본능은 승리감에 젖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으로 군사작전을 확대했다. 병력을 증파했고 폭격 강도를 높였으며 전투기 출격횟수를 늘렸다.
IS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미군은 주도적인 공세를 펼쳤고 이로 인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숫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극적인 확전과정에서 미국은 이번 주 시리아 전투기를 추락시켰고 이를 기점으로 워싱턴은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와 정면충돌 코스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군사적 적대 가능성이 대두된 셈이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겨냥한 이같은 호전성이 미국이 시리아에 개입한 명시적 목적인 IS 퇴치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는 불확실하다. 논리적으로 아사드 정권이 약화되면 IS 등 그 반대편에 선 다양한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렇듯 지리멸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백악관의 태도다. 백악관은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기는 했으나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것은 아니며 전투기 격추는 단순한 집단자위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위행동이 몇 번 거듭되고 나면 미군 지상군병력이 시리아에 파병될 것이다.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에 4,000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것과 관련, 자세한 사항을 제임스 마티스 국방장관과 다른 고위 군 지도자들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평판 높은 군 장성이라 하더라도 인식의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군 장교들은 고지를 점령할 것인지에 관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질문들, 예컨대 고지 점령이 미국의 보다 광범위한 전략에 기여할 것인지,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고 고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지점령 임무가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의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될지 결정하는 것은 군최고통수권자의 몫이다.
미군은 16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했다. 병력은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증강됐고 전체 전비로 총 1조 달러가 지출됐다.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은 지원액은 아프간 국내 총생산액의 40%와 맞먹는다. 그런데도 마티스는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시인한다. 이제 와서 4,000명의 병력을 증파한다 해서 13만 명이 해내지 못했던 결과를 과연 이룰 수 있을까?
미국은 예멘에서도 급진 이슬람 테러를 분쇄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최근의 무기판매로 보아 워싱턴은 이란을 상대로 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리전에도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쟁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알카에다 세력과 사실상 연합했다. 사우디의 새로운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은 앞으로도 이란과의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재앙이 될 정도로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됐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예멘에서는 예방가능한 이유로 인해 매 10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숨진다. 아랍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예멘은 향후 수십년간 테러그룹들이 서로 힘을 겨루게 될 불모지로 변했다.
미군은 개입된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해법은 군사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다. 토호세력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략이 없는 군사력과 복잡한 정치적, 외교적 프로세스는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16년 동안 목격했듯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물을 쏟아낼 수도 있다.
대선 캠페인에서 트럼프는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듯이 보였다. 그는 “내 성격상 말로 떠들기보다 상황을 앞서서 주도하는 스타일이지만 중동의 경우는 섣불리 행동에 나설게 아니라 뒤로 한 발 물러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수십만 명의 사망자와 수 조 달러대의 경비가 발생했음에도 지역의 불안정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며 16년간 끊임없이 진행되어온 전쟁을 마친 후 워싱턴의 누군가는 다음번 폭격 대상이나 미군 병력 배치를 결정하기에 앞서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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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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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해 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요. 그냥 얽힌 실타래를 칼로 짜르는게 젤 편안하고 쉽다고 생각하는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