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은 한때 많은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미국에서도 매년 수백명이 홍역으로 목숨을 잃곤 했다. 하지만 1963년 홍역백신이 소개된 이후 홍역은 점차 줄었다. 보건 당국은 지난 2000년 미국에서 홍역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홍역이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 미네소타에서만 70건이 넘는 발병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사라진 질병으로 여겨졌던 홍역이 다시 극성을 부리는 건 왜일까. 홍역백신이 자폐증을 부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현혹된 사람들이 자녀들의 홍역접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신을 퍼뜨린 사람은 앤드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이다. 그는 1998년 권위 있는 의학전문지 ‘랜싯’에 자폐증과 백신 간의 관계에 대한 조사내용을 발표했다. 누구를 겁주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자폐증 발생이 생애 첫해에 맞게 되는 백신의 접종시기와 맞아 떨어진다는 데이터를 발표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마치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인 양 둔갑해 버렸다.
일부 사람들이 난리법석을 피우면서 웨이크필드의 이론은 그럴듯한 것으로 퍼져나갔다. 웨이크필드 역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무서운 주장을 떠들고 다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미네소타 지역을 돌면서 이런 공포를 확산시켜 왔다.
자폐증은 태어나기 전에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출생 이후에는 거의 발병하지 않는다. 미네소타 아이들의 홍역은 무책임한 엉터리 의사와 어리석은 부모들이 함께 빚은 의료재난이다. 엉터리 의학이론을 고발해오고 있는 의료전문가 크리스토퍼 완제크는 건강을 위협하는 이런 주장들을 ‘불량의학’이라 부른다.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량주장’들은 의료분야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과학적으로 너무나도 명백한 기후변화에 관련된 데이터를 부정하면서 궤변을 일삼는 일부 과학자들과 정치인들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 개념은 중국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다. “과학계는 이미 트럼프를 탄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학자들의 반응은 분노와 어이없음 그 자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극소수의 과학자들과 극우적 보수주의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MIT의 기상전문가인 케리 이매뉴얼은 원래 공화당원이었지만 보수의 이런 인식에 실망해 진보로 전향한 학자다. 그는 “과거의 보수주의는 합리적이고 교양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일부 공화당 극우세력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트럼프의 억지 주장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 손에 쥐어진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지난 넉 달 동안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트럼프의 입에서는 미국과 세계를 왜곡하고 위험에 빠뜨리는 주장과 발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량의사, 불량과학자, 불량정치인들에 더해 불량언론들이 만들어 내는 불량뉴스들은 또 어떤가. 교묘하게 비튼 뉴스들로 독자와 시청자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조종하려 든다. 여기에 불량종교가 빠질 수는 없다. 사방이 온통 불량으로 넘쳐 난다. 이것들이 끼치는 해악은 불량식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를 하나의 개인으로, 시민으로 우뚝 세우는 것은 사실을 분별하는 능력이다. 예일대 역사학자인 티모시 스나이더는 보다 많은 독서를 통해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당신의 방에서 스크린을 치우고 그 곳을 책으로 채우라”는 그의 권고는 귀 기울일 만 하다. 깨어있는 시민들 때문에 불량주장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될 때 우량과학자, 우량정치인, 우량언론이 제대로 숨을 쉰다.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사회가 돼야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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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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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히지만 현재는 야만이 이성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실천이 미미한 이성들은 실천하는 야만을 이길수 없지여. 이성이 철저히 짓밣여서 야만의 발바닥밑에서 허덕이고나야 비로서 용기있는 이성이 일어날겁니다. 아직은 그때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