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쫓아낸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억울하게 피해를 입을 녹록한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사건을 조사중인 상원 정보위원회의 공개 청문회 석상에서 6월8일 증언하기 전에 코미가 제출한 서면증언 내용이 주는 인상이다.
그 내용에 의하면 트럼프가 당선된 후 취임 전 두어 차례 코미를 유임시킬 것이라고 언급을 주었지만 그를 믿기 어려우며 말썽을 부릴 소지가 많은 변덕쟁이라는 육감도 있었던 것 같다. 코미가 아들 부시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서 전혀 비망록을 적어 놓을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1월6일 트럼프 타워에서 그를 만나고 나온 코미는 자기 차에 들어오자마자 그와의 대화 내용을 랩톱 컴퓨터에 타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미는 트럼프와의 세 번 대면 대화와 여섯 번 전화대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1월27일 트럼프가 저녁을 먹자고 코미를 초대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동석하리라는 코미의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 사이의 식사였다. 트럼프는 코미에게 FBI 국장을 계속 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서두를 꺼낸 다음 “나는 충성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충성심을 기대합니다”라고 했을 때 무엇이라고 대답할 말이 없어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는 동안에 표정도 변하지 않은 채 평정을 유지했었다는 것이다.
그 후 이말 저말이 오간다음 트럼프가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을 때 코미가 한 대답이 “당신은 저로부터 정직성을 항상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것이었단다. 잠깐 생각해 보던 트럼프가 “그래 내가 원하는 거예요, 정직한 충성심 말입니다”라고 하자 “당신은 그것을 저로부터 받을 것입니다”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2월14일자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회동 내용 역시 코미는 사초관의 견지와 흡사한 방법으로 기술한다. 다른 정보기관들의 수장들, 법무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의 브리핑이었다. 끝났다는 신호를 보낸 트럼프가 코미만 남아 있으라고 했다. 단 둘이만 남게 되자 트럼프는 마이크 플린에 관해 이야기를 하겠다고 운을 뗀다. 그 전날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사임한 플린은 러시아인들과의 접촉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었지만 부통령을 속였기 때문에 해고시킬 수밖에 없었다면서 트럼프는 정부의 기밀들이 유출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나서 플린은 좋은 사람인데 여러 문제들을 겪게 되었다고 말한 다음 트럼프가 “나는 당신이 이 문제를, 플린을 간과해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한다. 코미는 “그가 좋은 사람입니다”라고만 대답했지 그 사건을 간과해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독자들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코미의 증언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반응은 상반됐다. 트럼프의 개인변호사는 트럼프가 플린 사건을 간과해주기를 “희망한다”고 했지 간과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니까 사법절차의 방해는 말도 안 된다는 견해다. 코미가 증언 가운데 “트럼프가 거짓말을 할 것 같아서” 비망록을 준비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트럼프 변호사는 “트럼프가 충성심을 원한다.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한다.
민주당 쪽에서는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FBI 국장에게 플린 사건을 간과해 주길 원한다고 한 메시지가 수사 방해이기 때문에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은 비중이거나 더 심각한 사건이라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대통령을 형사법으로 법원에 세우는 것이 가능하지 않고 의회에 의한 탄핵소추만이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다. 하지만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이라는 현실이 문제다.
2018년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되어 탄핵으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추방할 수 있더라도 그가 2020년에 요지부동의 유권자 39%의 지지를 믿고 또 대선에 임해서 백악관 탈환을 성사시키는 시나리오를 전개하는 논객들도 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유럽과 함께 민주자유진영의 세계 질서의 주축에 있던 미국을 극우고립주의로 급선회 시킨 트럼프의 후환이 계속될까 싶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래저래 트럼프는 상당한 기간 정치학자들의 분석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남선우/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