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5세라는 중년의 나이에 뉴욕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하고 뉴헤이븐 연합 감리교회에서 1년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인턴십 과정을 마친 뒤 곧바로 2002년에 노숙자 교회를 창립하였습니다.
조건 없이 자신을 모두 바쳐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을 모토로 삼고 교회 이름을 '아가페 노숙자 교회'라고 지었습니다. 커네티컷 주정부에 비영리 단체를 신청하고, 연방정부에 501C 면세 신청 절차를 밟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 주년이 되고 어느덧 저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돼 버려 영육 간에 힘이 많이 부칩니다.
돌이켜보면, 겨울이면 몹시 춥고 여름이면 아주 더운 뉴헤이븐에서 지난 세월동안 이렇게 힘든 사역을 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름도 빛도 없이 물심 양념으로 도와주시는 수많은 봉사자들과 제 가족의 격려와 사랑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힘든 과정에서 헤어 나올 수 있도록 그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늘 제 곁에 함께 동행해주었습니다.
특히, 이곳 뉴헤이븐에 자리 잡고 있는 예일대 학생들의 수고와 봉사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쁜 학업 중에도 불우한 노숙자를 따뜻한 사랑으로 품고 아침 일찍부터 봉사하는 그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겸손도 보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저희 부부는 새벽4시부터 눈을 치우고 교회에 도착해보니 학생 봉사자들이 10명이나 눈 속을 헤치고 걸어서 교회에 왔더군요. 서로 말은 안 해도 똑같은 심정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추운 겨울 눈 속에서 노숙자들이 얼어 죽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 잠도 설치고 교회까지 걸어서 왔다고들 하니 하나님이 그 선한 섬김을 보시고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른 아침 꽁꽁 얼은 몸으로 교회에 찾아온 그들을 우리 모두는 기뻐서 얼싸 안고 뜨거운 커피를 주면서 어떻게 밖에서 밤을 지낼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는데 종이 박스가 추위를 도와줬다는 가슴 아픈 대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날 공원에 있는 어느 교회 문 앞에서 얼어 죽은 노숙자가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며칠 후에 듣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너무 추워서 교회 문 앞에 있으면 누군가가 도와 줄줄 알고 찾은 곳이 그 교회였다는데... 잘 사는 부자 나라 미국에서 얼어 죽는 사람이 있으니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은 어떻게 된 것인지 저도 반성하면서 그 해는 힘든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해 겨울 얼어 죽은 노숙자가 7명이나 생긴 이후로는 몇몇 지역 교회가 교회 문을 열고 추운 겨울 밤10시 부터 아침 6시까지 노숙자들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도 우리가 사용하는 2층 공간을 열어 달라고 여러 번 교회에 안건을 올려 보았지만 매번 힘들다는 답장을 받고 기도 중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때에 좋은 공간이 생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치지 않으려고 영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사역을 하면서 여러 번 가방과 전화 그리고 카메라를 도난당해서 마음이 상한적도 있고 운전 면허증이 없어져서 관련 당국에 여러 번 다녀오고 크레디카드를 취소하느라 고생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겨울에는 술과 마약에 취해 예배 시간에 고성을 지르고 방해를 해서 밖으로 내보냈다고 제차에 2개 타이어를 구멍 낸 노숙자도 있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그래도 사역을 계속해야 되는지 몇 주일을 고민하게 되었지만 결론은 하늘로부터 주님의 사랑이 저를 감싸 주셔서 속상한 감정이 눈 녹듯 녹고 이 세상에서는 돈으로 살수 없는 하늘의 보화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미국 경제가 어려워 자립하는 노숙자 수가 1% 도 안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 교회는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Lee 와 Terry가 아파트를 얻고 자립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Sandra가 신학을 마치면서 저희 교회 와서 봉사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오래 전부터 저를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음을 알게 되니 기쁨과 감사 기도를 주님께 올려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숙자들과 그들을 섬기는 사역을 위해 지역사회 여러분들께도 계속적인 기도와 사랑 그리고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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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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