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수술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7이닝 투구
▶ 로버츠 감독 “류현진 다시 선발 기회 얻을 것”
류현진이 4회 캐처 어스틴 반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새 무기로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LA 다저스)이 어깨 수술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7회까지 마치며 ‘이닝 이터’로 변신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지난 5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7회까지 던지며 홈런 1개 포함, 7안타로 4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4실점이 모두 투아웃을 잡은 뒤 내주는 바람에 패전의 멍에를 쓴 것은 아쉬웠지만 이날 등판 후 류현진의 투구내용은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현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으로 꼽히는 내셔널스의 거포들을 상대로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중반 이후 빠른 볼 구속이 약간 떨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끝까지 위력적인 구위를 유지하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류현진 투구의 하일라이트는 1회초 상대 3번타자 브라이스 하퍼를 시속 94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2회 4번 라이언 짐머맨과 5번 대니얼 머피까지 상대 클린업 트리오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이었다. 지난 2015년 내셔널리그 MVP인 하퍼는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4억달러짜리 계약선수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수퍼스타이고 짐머맨은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타율-홈런-타점 선두로 트리플 크라운 도전에 나선 선수이며 머피는 지난 2015년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을 때 포스트시즌 6경기 연속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우며 NLCS MVP로 뽑혔던 선수다. 시속 94마일까지 나온 빠른 볼과 예리한 변화구로 이들 거포 트리오를 압도하는 류현진의 모습은 그가 수술 전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게 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어깨수술 후 최고 구속인 시속 94마일까지 찍은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돋보인 가운데 그가 새롭게 장착한 커터가 상당히 효과적인 무기로 자리 잡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2회초 선두타자 짐머맨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을 때 류현진은 초구 9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에 이어 88마일과 90마일 패스트볼을 던져 짐머맨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메이저리그 투구 추적 시스템에서는 마지막 볼 2개는 포심 패스트볼로 기록됐지만 초구에 비해 1~3마일 정도 구속차가 났던 이 2개 공의 무브먼트는 포심이라기보다는 커터(cutter)에 가까웠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류현진의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우타자인 짐머맨의 몸쪽으로 살짝 휘어 파고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컷 패스트볼(Cut fastball)를 줄여 흔히 커터로 불리는 이 구질은 본질적으로 패스트볼이지만 타자 앞에서 투수의 글러브쪽으로 약간 휘어들어가는 특성이 있고 구속은 포심보다는 약간 느리고 슬라이더보다는 빠르다.
류현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 에이스 달라스 카이클의 비디오를 보고 커터를 익혔다고 말했는데 이날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도 “오늘 던진 것은 커터가 맞다”고 커터의 사용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신무기로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은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살아난 모습이었다. 경기 전 몸 상태가 좋아 구속이 잘 나왔다고 경기 후 밝히기도 했지만 첫 2회까지는 빠른 볼 위주의 피칭으로 내셔널스 강타선을 압도했다. 2회까지 던진 39개의 투구 중 19개가 빠른 볼이었다. 경기 전체로도 이날 던진 102개의 투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개가 패스트볼(커터 포함)이었고 체인지업 24개, 커브 23개, 슬라이더 9개 순으로 많이 던졌다.
이날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예상대로 이닝을 거듭할수록 빠른 볼의 구속은 떨어졌다. 1회와 2회 93, 94마일을 찍던 구속은 5회엔 89~90마일까지 내려갔다. 이 상황에서 류현진의 신무기 커터가 위력을 발휘하며 큰 도움이 됐다.
6회까지 92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이 7회 예상을 깨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뒤 7회 첫 타자 마이클 테일러를 상대로 5구만에 삼진을 잡아낸 86마일짜리 몸쪽 높은 빠른 볼도 공의 움직임과 구속으로 봐 포심 패스트볼이나 슬라이더가 아니라 커터였다. 막판에 타자 몸 쪽으로 휘어들어간 볼의 무브먼트로 봐 포심은 아니었고 슬라이더보다는 구속이 빨랐다. 류현진은 7회 마지막 타자인 라이언 레이번은 초구에 89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숏 땅볼로 잡아내고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이날 투구수 102개는 지난달 11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등판에서 기록한 101개를 1개차로 넘어선 시즌 최다 투구수 기록이다. 투구수는 비슷했지만 내용은 천지차이였다. 당시 류현진은 구속이 나오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진 빠른 볼을 포기하고 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다가 4이닝동안 8안타와 사사구 7개를 내주고 10실점(5자책점)을 하는 악몽을 당했지만 이날은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경기 중반이후엔 커터를 활용해 떨어진 패스트볼의 구속을 만회하며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편 류현진은 직전 등판인 지난달 3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6이닝(3안타 1실점)을 던졌지만 당시 공격에서 대타로 교체됐기에 7회를 마치지 못했을 뿐 투구수는 77개로 이번 경기보다 훨씬 적었기에 사실상 2연속 선발에서 7이닝 이상을 막아줄 ‘이닝 이터’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좋았다. 정말 좋았다. 강렬한 투지로 경기에 임했고 체인지업과 커터가 뛰어났다”면서 “류현진이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류현진의 다음 등판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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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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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뚱 힘내요!!!!!!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