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영국배우 로저 무어가 사망했다. 향년 89세. 1973년 ‘007 죽느냐 사느냐’로 3대 제임스 본드로 처음 나와 1985년까지 12년간 ‘옥토퍼시’,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 007시리즈 7편에 출연, 가장 제임스 본드역에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 그였다.
이언 플레밍의 스파이 모험소설 시리즈와 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시리즈 007는 첩보영화의 대명사다. 007의 ‘00’은 영국 비밀정보국에서 허가해 준 살인면허이며 ‘7’은 ‘살인면허를 가진 일곱번째 요원’ 이라는 뜻이다.
현역 영국 해군중령으로 사격술, 격투기, 외국어 등 모든 분야에 뛰어난데다 엄청 훈남인 007은 첩보활동 중에도 늘씬한 본드 걸과 연애하는 것을 쉬지 않고 늘 생명의 위기에 처하지만 결국 악에 맞서 승리한다. 이 만화 같은 스토리에 관객들은 열광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건 스파이란 직업에 매료됐다.
수년 전 겨울의 혹한 속에 집안에 무료하게 갇혀 있다가 “ 우리 007 시리즈를 옛날 것부터 최근 것까지 몽땅 빌려다 볼까? ” 하는 제의에 온 식구가 의기투합, 10여개의 007 CD를 빌려 본 적이 있다. 이틀 밤 사흘 낮을 온 식구가 TV 앞에서 라면과 간식을 먹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007 차기작은 내년에나 나올 예정이라는데 영국에 007이 있다면 미국에는 어떤 첩보원이 있을까?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와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는 둘다 최고 국가공무원이지만 업무 성격이 다르다. 중앙정보국 CIA는 행정부 소속으로 주로 타국에서 첩보공작을 하며 비밀 작전 도중 순직한 요원이 많다. 지난 2010년~2012년 사이에 중국 CIA 정보원 20여명이 체포, 처형당했고 2011년 5월1일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이 CIA이다. CIA가 성공시킨 실제구출작전으로 벤 아플랙 주연영화 ‘아르고’를 기억할 것이다.
CIA가 사건 전에 범죄활동을 예방하는 일을 주로 한다면 FBI는 사건이 벌어진 후 범인을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얻어내는 일을 한다. 연방수사국 FBI는 법무부 소속으로 주로 미국내 문제를 다루는데 최근 범죄가 국제화 되다보니 해외지부도 있다. 이 FBI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FBI의 관할 사건에 대한 수사는 의회나 대통령이 간섭할 수 없으며 인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 중인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갑자기 해임, 코미는 다음주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증언을 한다.
이 청문회에서 코미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일대일로 만났을 당시 수사중단 요청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고 직접 확인 할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스캔들 사태의 파문은 어디까지 갈 지 알 수가 없다. 이미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고문인 제러드 쿠슈너가 러시아 측과 접촉해 비밀 채널을 만들려고 했다는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았다.
한 정치전문매체가 유권자 1,991명대상으로 25~30일 조사한 바에 의하면 러시아스캔들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 주전 38%에서 43%로 최근 상승했다고 한다. 만일 탄핵까지 가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돌발적인 행동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려 할 지 예측불허다.
안그래도 한국에선 국방부의 사드 추가 반입보고 누락사건이 일어나 청와대가 “사드 조사, 기존 결정 바꾸려는 것 아니다”라고 했지만 미 국방부는 “배치 과정 투명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참으로 큰 나라 대통령 하기도 어렵겠지만 작은 나라 국민 노릇 하기도 어렵다. 설사 미국과 한국의 사이가 다소 멀어지더라도 재미한인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각자 할 일 하면서 살자.
우리가 아니면 미 국민들은 아침에 신선한 야채가 있는 식탁, 입고 출근할 새하얀 와이셔츠, 저녁 나들이를 위한 손톱•발톱 손질 등등을 포기해야 하고 모든 라이프 사이클이 엉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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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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