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자기가 미래에 목사사모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나 역시도 내가 목사가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 아내가 그랬던 것은 더 당연했을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둘 다 목사와 사모가 된 후 많이 헤맸다. 그렇게 덜컥 목사사모가 된 아내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친구를 잃었다. 목회자와 사모는 친구를 함부로 사귈 수 없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 허물이 담긴 속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던가. 누군가와 재가며 거래하듯 대화를 나눈다면 그는 친구가 아니다. 나와 격 없는 관계로 지낼 때에만 친구가 된다. 그러니 목회자와 사모가 어떻게 친구를 사귀겠는가?
목회자 가정은 불가피하게 ‘허물청정구역’이 되어야 한다. 허물이 전혀 없어야 되는 곳이 목회자 가정이라는 뜻이 아니다. 허물이 있어도 그 허물이 굳이 외부에 드러나서 덕 될 게 없다는 의미에서다. 친구관계는 그 허물의 오존층을 뚫고 들어가도 그 관계에 이상이 안 생길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더 강화시킨다. 하지만 목회자는 이게 어렵다. 이 자린 누군가에 의해 그 오존층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쉽게 복구가 잘 안 된다. 설사 그가 친구다 할지라도 내 허물을 일일이 다 알고 있는 그의 입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목회자에게는 이에 하나 더 추가되는 ‘악수(惡手)’가 있다. ‘이민목회자’라는 표 딱지다. 아내나 나나 그나마 있던 친구들마저 다 한국에 두고 왔다. 목회자 부부인 것도 힘든데, 우린 고국을 등진 이국땅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형편은 이 ‘친구 사귀기’ 작업을 아예 시작도 못하게 한다. 그로 인한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 아내는 종종 이런 푸념을 한다. “난 아무도 없잖아. 여기 가족이 있어, 친구가 있어?”
그런 점에서 같은 동역자로서 우리 이민목회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일단, 목회자와 사모는 그래서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 서로 생각이 비슷해야 하고 취미도 비슷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말 혼자만 남게 된다. 목회자로서, 혹은 사모로서 혼자 남게 될 때 그 외로움을 견디기란 목회현장에서 견뎌야 하는 인내보다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하나 더 권하자면, 목회자 부부는 그래서 역으로 각자 혼자 잘 지내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둘이 잘 지내자 해서 늘 같이 붙어있을 수만은 없다. 목회자라는 직책 자체가 이미 사모와 늘 같이 있기 십상인데다, 교회 열심 있는 성도들이 주로 여성이다 보니 목회자는 여성화되기가 쉽다. 하지만 목회자도 남자다. 남자는 남성성이 있는 그 무언가가 있을 때 힘이 난다. 사모 역시 마찬가지다. 사모도 여자로서 자기만의 영역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 꽃과 함께 하는 기쁨, 잘 가꿔진 자신의 외모를 바라볼 때의 뿌듯함, 감성과 눈물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통한 카타르시스의 향유 같은 것들이 사모이기 전에 여자인 그들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목회자나 사모는 각자의 위치에서 혼자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가이드라인들이 그들이 목회적 길을 가고 있는 궁극적 이유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들에겐 훨씬 더 고상한 이유가 있다. 우리 부부 경우는 ‘덜컥 목사’이자 ‘덜컥 사모’가 되다 보니 그 고상함을 미리 다 통찰해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대체로 모든 목회자 부부에겐 그들이 이 길을 가는, 아니 가야만 하는 대단하고 고상한 이유가 있다. 그게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복음’이다. 복된 소식을 전하는 일에 부름 받게 된 프라이드 같은 것! 목회적 소명에 관한 다른 모든 이유들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바로 ‘그 이유’, 그것은 복음이다. 목회자 부부는 외롭다. 친구가 없다. 갑 아닌 을의 위치에 서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이렇게 해야 도움이 될 거라는 코치도 받는다(필자의 코치내용처럼).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다 ‘부록’일 뿐이다. 목회자와 목사 사모가 된 최고의 이유는 그리스도를 전하는 복음 때문이다. 목회자와 사모들이여 힘을 내소서! 우리 손엔 우리의 왕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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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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