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릴렉스하고 오랜만에 만난 언니 동생들과 회포도 풀고 좋기는 했는데…. 한창 뛰어놀고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거리에서 힘겹게 물건을 팔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찡하네.”
이달 초 한국 방문 중 자매들과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온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순백의 곱고 흰 모래 해변, 영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럭서리한 리조트를 조금만 벗어나니 ‘한국의 70년대에도 이랬을까’ 싶은 판자촌이 속살을 드러내더라.”
아내는 말로만 듣던 필리핀의 양극화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액세서리와 기념품 등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던 아이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몇 개 구입하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라는 미안함까지 느꼈다고도 했다.
필리핀은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심한 어린이 노동 착취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몇 년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필리핀 ?어린 아이들이 지하 25m 아래 갱도로 내려가 금광석을 채굴하던 장면을 보며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이런 금광채굴에 내몰린 어린 아이가 3만 여명에 달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실 저개발국가 많은 어린이들은 푸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고된 불법노동으로 내몰리며 몸과 마음도 병들어 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억 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이런 노동착취에 시달린다.
이런 어린이 노동착취를 조금이나마 시정하고 바로 잡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간단히 말하면 어린이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생산지에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커피와 초콜릿을 꼽을 수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공정무역과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일맥상통하는 것이 바로 ‘착한 소비’ 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제품가격의 일부를 소외 계층을 돕는데 사용하거나 지구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구매활동을 포함하는데 착한 소비는 요즘 소비 트렌드에 있어 화두가 되고 있다.
나도 얼마 전 우연히 착한소비에 동참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방문한 친구와 함께 요즘 미국에서 가장 힙한 거리로 알려진 베니스의 에보키니 블러버드를 갔는데 이 곳에서 독특한 외관 때문에 들른 곳이 ‘탐스’(Toms)란 샵이었다. 신발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사인이 ‘원 포 원’(one for one). 이곳에서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민국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탐스란 기업에 대해 흘려들은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살짝 미안한 마음에 신발 한 켤레를 구입했는데 마음은 부자가 된 듯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탐스의 ‘원 포 원’ 즉 ‘바이 원 기브 원’(Buy One Give One)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식으로 물건 하나를 팔 때 마다 전 세계 가난한 가정에 같은 아이템을 기부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백팩과 런치박스 등을 취급하는 ‘빅스비’(Bixbee)를 비롯 독특한 디자인의 멋진 양말을 판매하는 봄바스(Bombas), 춥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 어린이들에게 튼튼한 부츠를 선물하고 싶다는 ‘로마’(Roma) 부츠, 친환경 칫솔로 유명한 ‘스마일 스퀘어드’(Smile Squared),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솝박스’(SoapBox) 비누, 전 세계의 문맹퇴치를 위해 중고와 신간 서적을 판매하는 베터월드북스(BetterWorldBooks) 등이 이런 착한 브랜드다.
착한소비라면 왠지 거창하고 자신과는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지만 꼭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재사용, 재활용을 하는 것도 착한소비일 정도로 실천방법은 다양하지만 당장 보람을 느끼고 싶은 착한 소비를 원한다면 앞서 언급한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가 자동 기부로 이어져 일상속에서도 손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뜰 소비자도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 한 개의 물건 값으로 두 개를 가질 수 있는 ‘바이 원 겟 원 프리’라고 하는데 오늘부터는 한 개의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지구촌 어디쯤에서 고통 받고 있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바이 원 기브 원’을 실천해 보는 게 어떨까. 즐거운 샤핑과 나눔과 사랑을 함께 전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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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특집2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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