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의 도시’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라스베가스를 갔다. 카지노를 하기위해 간 건 아니고 일정상 머물러야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본주의 본질은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이 정당화 되는 체제다. 공룡 같은 거대자본이 도박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볼모로 세운 도시라는 부정적 선입견이, 라스베가스에 대한 내 인식의 전부였다.
그러나 막상 가서 본 라스베가스는 현대건축의 도시였고 최고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도시란 호감을 갖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선입견이란 게 얼마나 많은 오해의 소지를 품고 있는지 새삼 확인했다. 특히 많은 호텔 중에서도 감탄을 연발하게 한 건 베네치안 호텔이었다. 피라미드(럭서호텔)나 에펠탑(패리스호텔) 같은 문화재급 건물을 실물 크기나 혹은 축소시켜 구상화시키는 건 그리 대단한 착상이 아니니 감탄할 필요는 없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베네치안 호텔! 한 마을의 평화로운 정경을 풍경화로 옮겨 놓을 순 있어도, 이것을 통째로 건축물로 옮겨 놓을 순 없다. 집들이나 나무 같은 고정되어있는 것들은 건축화 시킬 수 있다 쳐도 물 바람 구름 햇살 하늘 공기,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베네치안 호텔은 이 풍경의 세계마저 건축의 세계로 거의 완벽하게 끌어들였다. 돋보이는 것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높다란 호텔 천장, 새털구름이 껴있는 맑은 하늘같지만 실사그림으로 표현해 놓아서 속을 정도다. 수로나 곤돌라. 사공들도 멋있다. 실내건만 실재 베네치아를 걷는 듯한 착각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베네치아란 한 도시 공간을 감히 건축물로 형상화 시킬 생각을 했다니 대단하다 못해 발칙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혹자는 별게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을 높이 사는 것이다. 상상력은 무한하다는 경탄을 하며 상상력에도 사이즈가 있다는 걸 느꼈다.
저녁을 먹고 쇼 “THE ONE”을 보았다. 태양의 서커스단과 마이클 잭슨 재단이 함께 제작한 쇼인데,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소리, 곡예, 안무 등은 90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댄서들의 현란한 춤, 완벽한 음향, 공중 곡예, 드라이빙 곡예의 역동성과 폭발력은 가히 압권 그 자체였다. 인간의 꿈과 첨단 기술이 결합한 무대장치와 퍼포먼스는 시각효과를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엔터테인먼트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아니, 압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이 쇼를 구경하시라. 이 환상적인 쇼는 위대한 독재고 찬란한 폭력이다.
사실 이 쇼를 보기 전까지도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지 않았다. ‘보는 음악’의 대명사인 마이클 잭슨은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쇼를 통해 그동안 갖고 있었던 마이클 잭슨에 대한 비호감이 사라졌다. 비록 나와는 맞지 않지만 마이클 잭슨이 보여주었던 창의성과 천재성은 인정을 넘어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편견은 있다. 각자가 자기 세계관이 있는 인간으로서 어찌 선입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편견이나 선입견이 경화 된다면 문제가 될 뿐이다. 항상 열려있는 마음과 자기 성찰이 함께 한다면 ‘꼰대’란 지탄은 받지 않을 것이다.
흔히들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그러나 상상력은 끝이 없는 게 아니라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자신이 경험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향에 한정된다. 중요한 사실은 상상력의 발현은 무진장한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란 개방성과 직결된다. 폐쇄적인 국가일수록 경직될 수밖에 없다. 실패로 끝나 다행이지만 박근혜 정권이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해석의 다양한 시각을 말살시키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작가들이 창작과정에서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한다. 여기엔 답습만 있을 뿐 파격적이거나 기발한 상상은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상상력이다. 오늘날 미국이 최강국이 된 요인의 핵심은 개방성 즉, 자유일거라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한다.
cheabin04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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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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