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 호소에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
외국산보다 가격 높고
제품 찾기도 쉽지 않아
업체들 “미국내 생산 시 비용 급등”
트럼프, 연방기관에 ‘미국산 구입’령
미국산 제품을 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제품 수요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상표보다는 가격을 더 따진다. 미국산 제품에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어도 제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월18일 연방정부 기관들에 ‘바이 아메리칸’과 미국인 채용을 뜻하는 ‘하이어 아메리칸’을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때부터 백악관에 들어갈 때까지 줄기차게 외쳤던 메시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응은 유보적이다. J.C. 페니와 토이저라스 같은 소매체인들은 국내산 셔츠와 인형 등 물품의 판매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문구의 구글 검색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되기 직전 급속히 치솟았지만 이후에는 미미한 정도이다. 미국산 자동차 매트를 만드는 웨더텍과 부츠 제조업체인 L.L. 빈 같은 어베들은 선거 이정부터 판매가 호조였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미국 제품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가운데 9명은 미국의 일자리를 위해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5명 가운데 4명꼴로 미국산 구매는 애국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제조업연합회 스캇 사울 회장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처럼 다수의 미국인들이 같은 생각이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여전히 문제가 된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관리하는 캐리 아울렌바커는 12년전 구입한 미국 산 주방용구들에 만족하고 있다. 고치거나 새로 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작은 물품들을 살 때는 싼 가격의 중국산 제품들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산 제품들은 질이 좋지만 즉석에서 어떤 물건을 살 때는 가격을 가장 먼저 따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가격을 별로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산 블라우스와 신발, 그리고 플랫 스크린 TV 등을 사려면 물건이 있다 해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크라이슬러에서 일했던 프랭클린 도하뇨스는 미국산 셔츠를 취급하는 상점에 가기 위해 5마일을 더 운전하고 돈을 더 낼 용의가 있다. 그는 “나는 항상 바이 아메리칸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연방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명령은 미국산 물품을 구매할 것과 미국산 구매 예외 혹은 면제조항들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은 제외하고 있다. 2004년 면제 물품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전국소매연맹 조너던 골드 부회장은 “의류와 신발류, 장남감 등 많은 물품들의 생산기지가 외국으로 옮겨갔다”며 “이들을 다시 미국으로 회귀시키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생산기지의 이전은 많은 요소들에 의해 일어났다. 냉전의 종식,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그리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의 접근성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국경 간 장벽을 더욱 허물었으며 미국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이전을 했다. 중국과 베트남 등 외국의 저렴한 노동력은 미국의 수십만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
섬유와 의류 분야 일자리 상실이 가장 심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163년 역사의 리바이 스트라우스 청바지는 지난 2004년 미국내 마지막 생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 회사 대변인은 “그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 청바지 제조에 필요한 수작업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비용은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대변인은 “기술적인 대혁신이 있기 전에는 미국으로 다시 옮겨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생산비 증가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BCG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의 3분의 2는 가전제품에서부터 베이비 푸드에 이르기까지 미국산 제품들에 10%에서 최고 60%까지 가격을 더 지불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달라스에서 47년째 야외용 가구를 판매하는 서니랜드 퍼니처를 운영하는 브래드 스웨이그는 가장 잘 팔리는 제품들은 수입산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격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업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말린 볼레어사 제조 고급 수입제품인 클럽 체어의 가격은 749달러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제조되는 이와 유사한 제품의 가격은 1,149달러이다. 말린사의 러브 체어 가격은 1,299달러인 반면 미국업체 트로피톤사의 제품은 2,029달러이다.
스웨이그는 소매업자로서 미국산 제품은 여러모로 자신에게 어필한다고 말했다. 배달 시간이 짧고 질이 좋은데다 항만 스트라이크와 국제사태 같은 비상 상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는 “소매업자로서 미국산 제품들은 더 많이 취급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산에다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해도 시류를 잘 만나지 못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도요타 캠리는 드넓은 켄터키 공장에서 조립된다. 미국산 차량으로 간주된다. 지난 달 뉴욕 자동차 쇼에서 캠리는 미국의 전통을 중시한다는 뜻에서 빨강과 흰색, 그리고 청색 글씨들로 장식돼 전시됐다. 그러나 이로 인한 판매 증진 효과는 없었다. 금년 1분기 미국 내 캠리 판매는 1년 전과 비교해 13.3%나 떨어졌다. 중형 세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USA투데이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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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자동차 쇼에 출품된 도요타 캠리. 미국에서 생산됐다는 문구가 요란하게 붙어있다. 하지만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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