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아주 감동적 스토리다. 80년대만 해도 군부독재체제였다. 그 한국에서 평화롭고 질서 있는 시민항쟁에 이어 부패한 권력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순조로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다. 미국의 언론마다 극찬이다. 그러나 찬사 뒤로 이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의구심에,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19대 대선은 분명히 한국의 민주주의로서는 환희의 순간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흔들 수도 있다. 자칫 지정학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미 언론들의 하나같은 진단이다.
그 우려는 ‘달빛정책(Moonshine policy)‘이란 신조어에 응축돼 있다. 햇볕정책 계승자란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 성(姓)의 영문표기 Moon과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을 합쳤다. 그러면서 달빛정책은 자칫 중국과 북한에만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선출은 강경노선으로 일관해온 베이징과 평양이 자신들의 정책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존 팜프릿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체계-THAAD) 철수 가능성이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참다 못해 한국은 사드배치를 결정했다. 2016년 7월의 일이다. 베이징은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러면서 한국에 무차별적 압력을 가해왔다. 잇단 경제제재조치도 모자라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을 동원해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런 중국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반기는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드 배치에 상당히 유보적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 사드는 그러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결국 철수될 것인가.
사드는 한국에서 더 이상 단순한 미사일 방어 군사장비가 아니다.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다. 군사주권을 상징한다고 할 정도가 된 것이다. 비열한데다가, 뻔뻔하고 또 오만하기 짝이 없는 베이징의 태도가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탓이다.
그런 사드가 결국 철거된다. 그러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자칫 중국이 한국 군사주권에 개입하는 길을 열어 놓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베이징은 기고만장해 일본에 대해서, 베트남에게도, 심지어 호주를 상대로도 비슷한 책략을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동아시아 전체가 베이징의 완력외교에 숨죽이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거다.
이는 단지 일부 언론만의 시각이 아니다. 워싱턴의 입장이기도 하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 북한 정책의 요체로 중국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새 정부는 대북 유화책을 내세우고 있다.
상충되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책노선은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그 결과로 한국이 미국과의 대북공조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분위기가 일신됐다. 적폐청산과 소통을 내 건 문재인 대통령 등장과 함께. 이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국내의 이야기다. 안보현실은 이와 정반대의 상황에 몰려있다. 사면초가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국만이 아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더 꼬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위안부문제 합의에 대한 이견이 노정됐다. 문 대통령은 재협상을 공약했으나 역풍이 클 수도 있다.
다름이 아니다. 북핵문제를 비롯해 사드,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은 헌정사상 가장 어려운 외교안보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한국의 위치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관련해 새삼 요구되는 것이 있다. 안보, 외교문제에 대한 전향적이고 새로운 접근자세다.
현대정치는 자기 의견만 주장한 채 서로 양보나 협상을 하지 않으면 종말(terminated)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역사의 종언’ 저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말이다. “협치(協治)는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다. 협치를 안 하면 거부 정치(vetocracy)의 파고가 몰려들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미국, 유럽 등에서 목격되는 상황으로 21세기에서 하나의 세계화적 현상이다.” 이어지는 설명이다.
대선에서는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여소야대의 상황을 맞고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게 그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협치이고 통합정부다.
그 협치가 그렇다. 정치, 경제 등 내정뿐이 아니다. 외교, 안보문제, 더구나 헌정사상 최악의 안보 상황에서 특히 요구되는 것은 해외정책에 있어서도 협치가 아닐까하는 것이다.
북핵문제 등 당면한 안보, 외교적 위기해소를 위해 여야는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 정부와 민간, 특히 기업까지 모두 함께 참여하는 특별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그 한 방안이다.
“40%가 조금 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과반수가 훨씬 넘는 유권자는 외면을 한 것이다. 외교문제를 주 이슈로 본 유권자는 18.5%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 불균형 해소 등 국내정치 개혁에의 위임만 받은 셈이다.” 19대 대선 흐름에 대한 분석이다.
그러니까 소수인 정권담당세력의 입장만을 고집해 국제사회의 흐름, 특히 우방과의 공조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 19대 대선의 표심(票心)이 아닐까. 안보, 외교에 있어서도 협치가 요구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기서도 찾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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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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