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직무 수행을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해왔다. 유능한 인사를 고위직에 임명했을 때에는 칭찬을 했고 진지하고 합리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지의사를 밝혔다. (비록 그로 인해 일부 계층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의 국정운영에는 늘 수면 아래 감추어진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번 주에 그랬듯 눈에 뜨이지 않던 측면이 대중의 시야 전면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가해지는 위험이다. 미국은 시간의 검증을 견뎌내고 인류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회를 탄생시킨 세계 최고의 입헌민주정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얼마나 민주적이냐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이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의 입헌민주정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권력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한 일련의 견제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견제 시스템에 큰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바로 대통령이다.
1977년 데이빗 프로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와 관련해 미국인이 조롱삼아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당시 그는 프로스트에게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한다면 그것은 그 일이 결코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닉슨은 똑똑한 변호사로 헌법 전문가였다.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한다는 그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다. 대통령은 법위에 앉아있다. 어쨌건 법부무도 대통령의 휘하에서 일한다.
자신과 자신이 세운 비즈니스 제국의 분리를 요구하는 윤리지침을 거부한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은 완전히 내 편이다. 이는 대통령에게 이익상충이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룰은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견제하는 실질적 장치로는 탄핵이 유일한데 탄핵의 속성은 법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의회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대통령을 보다 강력하게 견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아마도 우리는 조만간 그런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공화당은 전통적 서구 정당들과의 유사성을 거의 상실한 채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의 자아와 취향, 관심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탄핵만큼 강력하지는 못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다른 수단도 존재한다. 일부는 구조적인 것들이고 다른 일부는 단순한 도덕적 규범이나 전례들이다.
트럼프는 이들마저 약화시키려 시도한다. 당선 전에도 그랬고 백악관에 입성한 후에도 그랬다.
선거기간 그는 언론인들을 고소하기 쉽도록 법을 개정하기 원했고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교도소에 처넣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1950년대의 멕시코인 대량추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무슬림들의 미국입국을 전면 봉쇄하는 등 특정 종교를 금지하는 조치를 제안했고 미군 교도소에 수감된 테러범들에 대한 고문을 지지했으며 멕시코 혈통이라는 이유로 판사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단 권력을 잡자 트럼프는 저항의 원천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연이어 취했다. 이른바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의 내통혐의 조사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만약 혐의가 사실이라면 코미 해임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행정부의 비당파적 기구들은 현대 미국 시스템의 보석과 같은 존재들이다. 물론 그들이 늘 공정하거나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FBI를 비롯한 행정부의 비당파적 기구들은 그들에 합당한 긍정적 명성을 쌓아올렸다.
동유럽과 중국, 라틴 아메리카 등지를 여행할 때마다 나는 현지의 민주적 개혁론자들로부터 자국의 법치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FBI를 본 딴 기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거나 구상 중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그나마 얼마간의 제동을 걸 수 있는 곳은 법원과 언론뿐이다. 그는 이 둘을 겨냥해 숨 막히는 공세를 펼쳐왔다.
법원이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면 트럼프는 즉각 담당 판사의 결정을 비웃고 조롱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에 맞섰다.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법원을 빼면 남은 곳은 언론이다. 트럼프는 전임자들과 달리 언론을 맹렬히 공격했다. 언론인들을 개별적으로 공격하고 언론기관을 음해했으며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법적장치들을 벗겨내려 들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디어는 행정부의 정책을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통령의 태도와 그가 취한 조치의 상당부분이 현대적 미국 시스템의 관습과 관행을 거스르는 중대한 위반이자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없는 일탈행위임을 대중이 결코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트럼프 이후 미국이 누더기가 되어버린 규범과 침몰해버린 기대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음 행정부를 출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과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정신이 꺼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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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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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점점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요
국민의 수준이 바닥인데 어쩌겠나?뿌리 깊은 인종 차별주의가 트럼프 사태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