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주말 지인의 초대를 받아 LA 다운타운 리틀 도쿄의 한 식당에 갔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스시 전문식당이었는데 오후 5시30분에 벌써 30명은 족히 줄을 서있는 것 같았다. 리셉셔니스트는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사전예약을 한 4인 그룹은 이름을 불렀을 때 모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예약이 취소됐다.
식당 주인과 잠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장사가 잘 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손님이 없어 폐업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4~5년 사이 다운타운 거주 및 유동인구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며 “어려운 때 버티기를 잘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남가주에 일본식 라면 열풍까지 불면서 이 지역 일식당들이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LA에서 요식업소 창업이 가장 활발한 지역도 다운타운 일대라고 그는 말했다.
나 역시 다운타운을 방문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고 도로변에서 활기가 넘치는 것을 느낀다. 처음 LA에 이주했던 90년대 중반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당시만 해도 다운타운은 저녁에 공무원들이 퇴근하고 나면 을씨년스러운 유령도시로 변하곤 했다. 리틀 도쿄의 많은 업소들이 장사가 안 돼 속속 폐업하면서 남가주 일본계 커뮤니티의 구심점인 리틀 도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들이 종종 나오곤 했다. 그런 LA 다운타운이 지금은 LA 시에서 LA 한인타운과 함께 재개발과 부동산 신축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LA 타임스도 LA 다운타운이 1920년 이후 100년만의 ‘개발 열풍’이라며 서쪽으로는 엔터테인먼트 메카인 LA 라이브를 시작으로 금융지구, 리틀 도쿄, 차이나타운 등 곳곳에 주상복합 단지, 호텔, 아파트와 콘도 등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들이 LA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계 자본까지 가세해 다운타운 개발의 큰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다운타운에서 6,639개의 주거용 유닛이 완공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며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만도 50여개가 넘는다. 본보가 매주 경제섹션에 ‘메트로 & 다운타운’ 특집면을 신설한 것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이 지역 소식을 신속하고 심도 있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은 부동산 개발 호황 속에서도 한인경제의 오랜 젓줄인 의류·봉제 산업은 임금상승과 멕시코 페소화 가치 하락 등에 따른 남미계 고객 감소, 대형 소매업체들의 잇단 파산, 타주로의 제조기반 이전 등 악재가 겹치며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류·봉제업은 소매 보다는 제조와 도매 중심이어서 늘어나는 거주·유동인구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한인 의류업소들은 인터넷 판매 비중을 높이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소매판매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매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목’과 ‘유동인구’라고 한다면 다운타운 지역은 앞으로도 ‘특수’를 누릴 것이다. 그래서 현재 타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는 업주들에게 다운타운은 새로운 도전과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인 부동산 중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LA 다운타운 상권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인업주들이 늘고 있다.
한인 투자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리틀 도쿄의 대형 샤핑몰인 ‘리틀 도쿄 갤러리아’가 샤핑몰 옆의 주차장을 헐고 994개 아파트 유닛과 상가들이 들어서는 대형 주상복합건물 추진 계획을 LA 시정부에 제출한 것도 다운타운의 장래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진그룹이 신축한 윌셔 그랜드 센터는 높이 73층으로 미 서부 최고의 마천루로 우뚝 섰다.
물론 다운타운 지역 개발 열기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곳 역시 다른 LA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축되고 있는 아파트와 콘도 상당수가 럭셔리 거주공간을 표방하고 있어 엄청나게 늘어나는 공급에 수요가 미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또 개발로 인한 교통체증과 공기오염, 주차난과 범죄율 증가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다운타운 지역 재개발과 이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LA시 경제, 나아가서는 한인경제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격적인 다운타운 르네상스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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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특집부장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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