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틀 우완선발 경기 포함 5연속 경기 ‘개점휴업’
▶ 초반 부진에 경쟁자들 활약 겹쳐 붙박이 벤치신세
김현수는 이틀 연속 오른손 선발투수를 상대로 라인업에서 빠지는 등 최근 4경기 연속 결장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시범경기에서 23타수 무안타라는 끔찍한 출발을 보인 뒤 구단의 마이너행 요청을 받았고 계약상 권리를 활용해 이를 거부한 뒤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 개막전에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것은 물론 시즌 초반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벤치워머 역할읗 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은 중반 이후 팀의 주전 좌익수로 자리 잡으며 95경기에서 타율 .302, 6홈런, 22타점으로 빅리그 데뷔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렇기에 그는 빅리그 2년차인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순조로운 시즌을 보낼 것으로 기대됐었다. 팀의 확실한 주전급 선수가 됐기에 이제는 지난해 그의 발목을 잡았던 플래툰 시스템(상대투수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 타자를 번갈아 기용하는 것)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까지 생겼었다.
하지만 올 시즌이 6주가 지나가는 현재 김현수의 시즌 초반은 지난해 초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개막전에서 당당히 주전 좌익수로 출발하는 등 위상이 달라진 것 같았으나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의 굴레는 떨쳐내지 못한 ‘반쪽 선수’의 모습이 계속 됐다. 더구나 지난해와 달리 초반 출장기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데다 그와 포지션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 하나같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그의 입지는 조금씩 좁아졌고 어느덧 반쪽 선수도 못되는 파트타임 선수 위치로 떨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10일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팍에서 벌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서 또 다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전날 내셔널스 선발로 우완투수 맥스 셔저가 나섰음에도 벤치를 지킨 김현수는 이날 오른손투수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상대로도 베테랑 세스 스미스에 밀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도 이틀 연속 벤치 신세가 됐다. 지난 5일 경기에 나선 이후 5경기 연속으로 벤치를 지키는 ‘개점휴업’ 상태다. 10일 경기에선 6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삼진으로 물러나 연속 결장행진을 4경기서 멈춘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현수는 이날까지 팀이 치른 33경기 중 17경기에 나섰는데 이중 5경기는 경기 막판 대타 등의 교체 출장이어서 선발출장 경기는 시즌 전체의 36%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예 출장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후반에 대타로 나서는 경우도 별로 없다. 9일 연장 12회까지 가는 경기에서도 김현수는 끝까지 벤치를 지켜야 했다.
지난해 첫 32경기와 올해 첫 32경기를 비교하면 지난해 김현수는 이중 9경기에 나서 타율 .478을 기록했는데 올해 김현수는 16경기에서 타율 .227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출장경기 수는 두 배 가까이 많지만 성적은 훨씬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출발이 이토록 신통치 못한 상황에서 그의 포지션 경쟁자들은 모두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좌익수 포지션에서 플래툰 파트너로 꼽히는 세스 스미스(.311, 3홈런, 7타점), 트레이 맨시니(.296, 7홈런, 20타점), 조이 리카드(.268, 1홈런, 3타점) 등이 모두 김현수(.227, 1홈런, 3타점)보다 성적에서 앞서가고 있다. 또 다른 포지션 경쟁자 크렉 젠트리(.176, 1홈런, 4타점)는 타격은 약해도 수비력이 뛰어나고 주자로서 능력도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성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현수로선 출장기회를 얻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처럼 김현수의 출장기회가 거의 없는 것에 대해 벅 쇼월터 감독은 오리올스가 올해 왼손투수를 상대하는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그 것을 감안해도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뚜렷하게 나타난 상태다. 경기 막판 왼손 대타가 필요한 순간이 와도 좀처럼 김현수의 이름이 불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더구나 오리올스는 25명 로스터에 다른 팀들보다 한 명 더 많은 14명의 야수를 데리고 있어 김현수의 입지가 더욱 좁은 상황이다. 오리올스는 김현수가 파워와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비력과 어깨능력도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이하로 보고 있다. 김현수는 외야에서 좌익수만 볼 수 있는 반면 다른 경쟁자들은 모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되고 있다.
쇼월터 감독은 “우리는 정말 좋은 옵션을 여럿 갖고 있다”면서 “트레이(맨시니) 같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는 힘들다”고 말해 김현수에게 돌아갈 출장기회가 별로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그(김현수) 역시 뛰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에게 출장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이) 지금 내겐 감독으로 가장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구나 오리올스는 조만간 베테랑 외야수 마이클 본도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올 예정이다. 김현수처럼 왼손타자인 본은 34살이지만 김현수보다 훨씬 빠르고 외야 3포지션을 모두 맡을 수 있다. 본까지 올라온다면 오리올스에서 김현수가 설 자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ASN)는 올해로 오리올스와 계약이 만료되는 김현수가 제대로 시즌을 마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큰 위기지만 지금 김현수로선 어떤 돌파구를 만들 기회조차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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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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