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외과의사다” 성재훈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
▶ 머리 열지 않는 혈관 내 치료와 머리 여는 개두수술을 병행…국내에 드문 하이브리드 외과의
뇌혈관센터 팀원들 소통 중시…누구든 자유롭게 치료법 개진 건보 심평원 평가에서 ‘A’
성재훈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확한 진단과 수술을 통해 뇌졸중을 치료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흔히 혈관을 ‘택배기사’에 비유한다. 아무리 막혀 있어도 우회도로를 만들어 뇌에 피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뇌는 피를 공급받기에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10년 이상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요인이 쌓이면 결국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등 뇌졸중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에 닥치게 된다.
성재훈(52)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막힌 것은 뚫고, 뚫린 것(터진 것)은 막는’ 뇌졸중 치료에 특화된 외과의사다. 막힌 것은 뇌경색이고, 뚫린 것은 뇌출혈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뇌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뇌졸중(腦卒中)입니다. 급작스런 두통, 발음이상, 반신마비, 의식저하 등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성빈센트병원 뇌혈관센터에서 뇌경색 수술을 받은 K(54)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는 등 발음이상을 경험했지만, 지병인 고혈압 때문이라 생각했다. 성 교수는 “뇌경색이 오기 전에 발생하는 것이 허헐(虛血)”이라며 “혈류가 부족한 허혈 증상은 금방 상태가 호전되기 때문에 방심하다 뇌경색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머리 열지 않는 뇌졸중 치료, 환자만족도↑
성 교수는 뇌졸중 치료를 머리를 열어 수술하는 개두(開頭)수술과 머리를 열지 않고 다리 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접근, 치료하는 혈관 내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들 수술법을 연마한 ‘하이브리드 외과의사(hybrid surgeon)’가 흔치 않다. 그는 “환자들은 머리를 열지 않고 뇌졸중을 치료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상원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명예교수와 유기동 심장혈관센터 교수의 지원과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성빈센트병원이 경기 남부를 대표하는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최단시간 내 진단과 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뇌혈관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센터는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대표하는 뇌혈관 전문의와 영상의학 전문 방사선사, 뇌혈관 전문 간호사 등으로 팀을 만들어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뇌혈관질환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다중 응급 콜 시스템’을 통해 진료진을 소집한다. 진료진은 신속하고 면밀하게 신경학적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1차 진단작업을 통해 진단하고 즉시 치료에 들어간다.
성 교수는 “뇌출혈과 뇌경색은 초기 증상은 엇비슷하지만 치료법은 반대여서 최단시간 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가 이뤄져야 하기에 뇌혈관질환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뇌혈관 전문치료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혈관센터의 우수성은 성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뇌혈관센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2015년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얻어 최상위(A)등급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경기 남ㆍ북부 지역에서 뇌혈관진료 적정성 최상위(A)등급을 인증 받은 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성빈센트병원 뇌혈관센터는 수원지역에서 유일하게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뇌혈관센터에서는 환자치료를 위해 팀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심에 성 교수가 있다.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팀원들이 의견을 말하지 않으면 성 교수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왜 이래? 환자 어떻게 살릴 거야. 할 말 없어?”
센터에서 ‘계급장’은 무의미하다. 최상의 치료법을 말한 사람이 인정받는다. 센터장인 성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잔인하게도 뇌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순간의 결정이 환자상태를 결정짓기 때문이죠. 나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아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팀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의대 재학 시절, 신경해부학에 매료돼 외과를 택한 성 교수. 그는 외과의사가 야구감독과 같다고 했다. “그라운드에 서 있는 투수와 타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감독이 어떤 선수를, 어떤 작전을 펼치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며 “외과의사는 야구감독처럼 최고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는 고독한 존재”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성 교수가 자신의 휴대폰 배경화면을 보여준다. ‘나갈 수 있겠냐고 묻지 마시고 나가라고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언제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전 LG트윈스 투수 이상훈씨가 2002년 한국시리즈 당시 3경기 연속 등판 후 또 던질 수 있겠냐는 감독에게 한 말이었다. 성 교수는 “이 말처럼 언제나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다. 오늘도 그는 뇌졸중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막힌 것은 뚫고, 뚫린 것은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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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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